동생 대신 예방주사 맞아줄데

2019.04.14 18:06

구연식 조회 수:0

동생 대신 예방주사 맞아줄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구연식

 

 

 

 

 생명체의 종족보존 본능은 영장류에서부터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쯤에는 한해살이 곤충들은 땅속에 알을 낳고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그대로 삶을 마감한다. 무더운 여름날에는 실컷 놀다가 찬바람이 부니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일년초 채소인 호박, 가지, 고추 등도 다닥다닥 열매를 매달며 때늦은 씨앗 보존의 조급함을 보여준다.

 

 인류 역시 전통사회까지는 부양 수단의 수급은 전혀 고려치 않은 채 산아제한 없이 자연 출생에 따랐다. 오직 가정과 가문의 번성을 자손의 증가에서 찾았다. 국가는 국력의 상징인 인구를 유일한 부존자원으로 생각하여 인구증가 정책에 박차를 가했다.

 

 나의 아버지는 10남매 대가족의 가장이었고, 나도 7남매 가족이었는데 그 당시는 많고 적음의 기준도 없었다. 그런데 인구수와 부양 수단의 격차가 벌어지고 인구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의 인구론이 등장했다.

 1980년대에 아내는 막내딸을 임신하여 산부인과로 진료를 받으러 갔었다. 큰애는 손을 잡고 걸리고 둘째는 내가 등에 업고 가는데 뒤에서 따라오시던 어떤 할머니가 구시렁거리는 목소리로 둘 딱 좋구먼, 또 뱄네!하시면서 아내의 임신을 못마땅하다는 듯 표현했다. 나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물론 그 할머니는 같은 여자 입장에서 임신한 아내를 동정해서 한 말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를 기준으로 상대방을 평가하지만, 그 당시에도 출산정책은 동전의 양면적인 찬반론이 있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결혼은 취업이 전제조건이 되었고, 취업 역시 하늘의 별 따기 세상이 되었다. 취업의 스펙은 고등교육의 수료와 몇 개의 전문적 자격증 없이는 원서도 낼 수 없다. 이렇게 사회가 변해버려서 젊은이들은 결혼 포기, 취업 포기, 자녀 포기 등 '3포 세대'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그래서 애면글면 취업하여 결혼한 신혼부부들은 거의 맞벌이부부들이어서 자녀 출산에도 부정적인 개념이 팽배하여 가정에서부터 지구촌 전체에 심각한 인구문제가 나타난다.

 

 우리 아들 내외도 예외 없이 맞벌이교사 부부다. 그런데 손자가 올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니 터를 팔아도 두서너 번은 팔았어야 할 터울이다. 그러나 육아문제, 뒷바라지 문제 등을 생각하는지 아직 둘째손자 소식은 없다. 그렇다고 시아버지 주제에 세상 뻔한 내용인 아들 부부간의 문제를 알려고 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은 것 같아 그저 무덤덤하게 지낼 뿐이다.

 

 며칠 전에 종합편성 채널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의 두 어린 아들이 사회적 행동의 적응과정에서 오는 행동 반응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에게는 큰아들 윌리엄(2016년생)과 동생 벤틀리(2017년생)가 있다. 두 아들의 예방접종을 앞두고 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때 어려움을 예상하여 의사와 환자 등 역할을 분담하는 시뮬레이션체험을 했다. 큰아들은 형으로서 의젓함과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인지 아프지도 않고 별거 아니라는 뜻으로 동생을 설득하였고, 동생은 무엇인지는 몰라도 형의 설득에 다소곳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예방접종을 하는 병원에서는 반전이 벌어졌다. 이미 주사를 맞아본 형은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지르며 도망을 갔고, 동생은 처음 당하는 경우라 엉겁결에 주사를 순순히 맞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가족들이 같이 그 모습을 시청하는데 손자가 말하기를 엄마, 나에게 친동생이 있으면 나는 예방주사도 동생 대신 내가 맞아 줄 거야.’ 했. 그 말을 듣는 순간 식구들은 숙연한 분위기였다.

 

 손자는 가끔 가족들이 사다 준 장난감들을 아끼면서 하는 말이 있다. '이것은 내 친동생한테 줄 거야' 하면서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나는 그때마다 인력으로 해결할 것 같으면 해결해주고 싶은 충동을 그때마다 느꼈는데 하물며 아들 내외는 몇 배 더한 가슴앓이를 했을 것이다. 어린것이 얼마나 친동생이 갖고 싶었으면 동생의 아픈 예방주사도 제가 맞는다며 엄마 아빠에게 친동생을 갖고 싶다는 소원을 표시했겠는가?

 

 이 세상에 모든 일은 혼자보다는 둘이서 지혜를 모으고 행동하는 것이 그래도 현명하다. 아프리카에서는 사막과 정글을 지나야 할 때도 있고, 험악한 산악지형을 넘어야 할 때도 있다. 그때 길동무가 있다면 뜨거운 사막도, 짐승과 해충이 가득한 정글도 혼자서보다는 더 극복하기 쉬울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속담은 멀리 가고 싶다면 함께 가야 한다.’라고 했다.

 "삼신할머니, 제 손자가 아픈 예방주사를 맞아 줄 친동생을 원하고 있으니 보내주십시오. 염치없지만저도 손자의 소망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2019.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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