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에 던져질 것들

2019.04.15 08:45

노기제 조회 수:221

HIT_3747.jpg


20170622                                                           블랙홀에 던져질 것들

 

 

 

   꼭지가 돈다. 내가 왜 저런 인간에게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 내 기준으로 내린 판단에 따라 내가 뿜어내는 분노, 울화 내지는 자존심의 상실로 인해 내 몸에선 유전자가 꺼지고 건강 상태가 나빠진다. 내 힘으로 다스려지지 않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형성 과정과 진행이다.


   나와 생각이 똑같은 사람은 없다. 따라서 내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지 말자.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비록 도덕성이 떨어져 남에게, 동창에게, 친구에게, 심지어 가족에게 까지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기를 치고 공돈을 취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풍족한 재산을 자손들 이름으로 돌려놓고 빈곤층이 받아야 하는 각종 혜택을 국가로부터 당연하다는 듯 부끄럼 없이 받고 산다. 그것이 지혜롭게 사는 거라며 어깨를 으쓱댄다. 그리 못하는 사람이 바보라나.


   그렇게 해서 부를 축척하고,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명예도 거머쥔다. 남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자신이 하는 짓으로 인해 누가 어찌 되던 상관 안 한다. 세월이 간다. 1020년 해가 빨리 바뀌는데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직접 간접으로 그들로 인해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마음을 다치는 사람도 적지 않은 숫자로 읽혀진다.


   벗어나자. 내가 재판관이 되려말자. 당했어도 내 탓이다. 손해를 봤어도 내 잘못이다 뭘 따지겠나. 내 맘이 평온하도록 다독이자. 그들이 그렇게 사는 것은 그들의 몫이니 끼어 들지 말고 빠르게 인정하자. 당연한 이치를 재빨리 터득하고 내게 적용하려는데 안 된다.


   화가 치밀고, 욕이 튀어 나온다. 저주도 퍼 붓고 싶다. 인간이 아닌 쓰레기로 분류하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여전히 혈압을 높이고 있다. 혼자 견딜 수가 없어서 화를 다스려 준다는 곳을 찾아 갔다. 돈을 받고 사람을 오게 하는 집단이니 뭔가 효과를 볼 것 같다.


   집중하기 위해서 눈을 감고 감정을 차분히 재우기 시작했다. 우선 기억나는 최초의 과거를 떠올리란다. 태중이나 갓난아기 때나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어린 시절의 지난날부터 생각 해 내라고 온유한 음성으로 천천히 주문을 한다. 행복했던 기억이던 슬펐던 기억이던 상관없이 생각나는 그 장면들을 하나씩 우주의 블랙홀에 던져 버리는 작업을 하라는 지시다.


   대강 감이 잡힌다. 나의 과거를 생각해 내서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곳에 버리는 행위가 계속되면 결국 나라는 존재를 소멸하라는 상상을 시킨다. 가장 쉽게 예를 들면 지금 이 순간 지진이 나서 내가 죽는다면? 아니면 이 시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내가 죽었다고 가정한다면, 내가 속 끓이던 그 무엇이 소용이 있겠는가? 내 주위에 어떤 인간이 존재한 들 내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이론이다. 내가 사라진 세상에 남아 있는 구성원들이 어떤 양상으로 살아간들 뭐가 문제 되느냐 말이다.


   죽어야 산다는 간단한 이치를 배웠다. 쉽지 않은 이론이지만 하루 이틀 기도하듯, 최면을 걸 듯 연습을 하다 보니 마음이 많이 편해진다. 정말 많이 편해졌다. 미소가 돌아온 내 얼굴이다.

 

02/14/2018 마침

댓글 0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들러주시고 글 읽어 주시는 분들께 [2] 노기제 2022.12.01 42
280 소식 없이 떠난 첫사랑 file 노기제 2020.05.09 13
279 이해 안 되던 아이 file 박기순 2020.05.09 14
278 고통 속에 태어난 그 무엇 노기제 2020.05.01 13
277 결혼, 한 번 해봐 (236번 맞춤형 내 남자의 요약) file 노기제 2020.05.01 203
276 내 안에 너를 품고 노기제 2020.05.01 213
275 생각 없이 뿌린 씨 노기제 2019.04.15 206
274 표절이 되는 글 노기제 2019.04.15 220
» 블랙홀에 던져질 것들 노기제 2019.04.15 221
272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인생 노기제 2019.04.15 232
271 크고 작게 겪어야 하는 인생의 멀미 노기제 2019.04.15 195
270 돈과 마음의 관계 [2] 노기제 2018.01.04 266
269 Joy to essay (살리느냐 죽이느냐) [5] Chuck 2017.01.22 543
268 기억 속 배정웅 시인과 최면 [1] 노 기제 2016.12.26 462
267 짜증나는 세상, 잘 살아내자 노 기제 2016.12.26 1238
266 추억으로 남겨진 두 표정 노 기제 2016.12.26 93
265 한인타운을 떠나는 몽골인 오오기 노 기제 2016.12.26 178
264 숨 막히는 통증, 마음은 넓어졌다 노 기제 2016.12.26 122
263 한 끼 대접하고 받는 기쁨 노 기제 2016.12.26 48
262 내 시간의 끝은 지금이다 노 기제 2016.12.26 55
261 연하남의 고마운 관심 [4] 노 기제 2016.10.31 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