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불탔다

2019.04.20 06:58

한성덕 조회 수:3

유럽이 불탔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유럽은, 자잘한 나라들이 올망졸망 붙어서 한하나의 연합을 이루었다. 그 중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곤충 파리가 연상돼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도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꼽추는 파리와 성당을 더 유명하게 했다.  

  노트르담대성당은, 1163년 루이7세의 명령으로 파리 센 강 시테섬에 세워졌다. 1345년 완공까지는 182년이 걸렸다. 프랑스 고딕건축양식의 대표건물인 노트르담대성당은,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콩코드광장 등과 함께 프랑스인의 자존감이 서려있다.

  노트르담대성당은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1789 프랑스혁명 때는, 혁명군이 식량 저장창고로 이용했다. 그들은 조각상을 파괴하고, 종교유물을 녹여 대포와 동전을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런가 하면, 대성당을 비롯해 문화유산을 파괴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거부한 일화도 있다. 바로 그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를 점령한 독일지휘관 ‘디트리히 폰 콜티츠’ 장군이다.

  19세기 초에는, 노트르담대성당이 너무 심각하게 훼손돼 복구가 어려운 지경이었다. 이때, 소설 장발장(레미제라블)으로 유명해진 ‘빅토르위고’는,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발벗고 나섰다. 그리고 1831, 대성당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 ‘노트르담의 꼽추(노트르담 드 파리)’였다.

  노트르담대성당에 꼽추 종지기가 있었다. 흉물스럽게 생긴 터라 숨어서 살아갔다. 지질이도 못생겨서 버려진 아이 콰지모도(반쪽)는 꼽추였다. 그를 키웠던 프롤로는 절대로 종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한 여인을 보는 순간 꼽추의 눈에서도 사랑은 이글거렸다. 우물 속 같은 휑한 가슴을 무엇으로 채우겠는가? 목련화처럼 화사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와 연민의 정을 나눈다. 그 해맑고 여린 사랑을 담아낸 소설이 ‘노트르담의 꼽추’다. 소설에서, 숭고하고 순수한 꼽추의 사랑을 빗대어, 노트르담사원의 영원한 사랑을 그려내지 않았나 싶다.

  2001, 유럽의 몇몇 나라를 여행한 바 있다. 노트르담대성당의 높은 천장과 화려한 실내장식은 그 자체가 ‘신성’이었다. 특히, 성당입구에서 보았던 꽃모양의 둥근 스테인드글라스는 유독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그것을 ‘장미창’이라했던가? 가물가물하다. 이탈리아의 베드로성당과 함께 어마어마한 건축미에 놀라, ‘천국에도 이런 건물이 있을까?’ 나 자신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856년의 고고함이 화재로 무너졌다. 2019415, 오후 630(현지시간)이었다. 소방관들이 손 쓸 틈도 없이 노트르담대성당 건물 대부분을 삼켜버렸다. 불꽃이 솟아오른 지 한 시간여 만에 96m 높이의 첨탑도 힘없이 쓰러졌다. 프랑스인들의 자존심이 곤두박질쳤다. 그야말로 아연실색(啞然失色) 하지 않을 수 없었. 찬란한 역사 속에 자태를 뽐내던 성당이 아니던가? 지금은, 초라함의 극치를 보여줄 뿐 말이 없다. 어제까지 천국의 모습이었다면, 오늘은 지옥을 보는 듯해서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노트르담대성당의 화재는, 프랑스인과 신자들만의 아픔이나 슬픔이 아니다. 전 세계인들의 사랑덩어리여서 그들의 상처도 깊고, 넓고, 크다. , 이런 격랑이 찾아왔을까? 이 성당은 오랜 세월동안 ‘아가페’로 살아왔다. 아가페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는 신적사랑을 말한다. 사랑을 받은 만큼 부지런히 퍼 주는 게 사명이다. 그 지고지순한 사랑을 간직한 채 오늘을 살지 않았던가?

  그런데, ‘포용의 가슴이 쪼그라들었나. 이웃과 친숙하지 않고 거만하게 굴었나. 나누는데 인색하고 주섬주섬 챙겼나. 아니면, 작은 나라 힘없는 자들을 가볍게 여겼나. 순수함에 덕지덕지 때가 붙어 볼썽사나웠구나. 목이 뻣뻣해서 교만이 파고들었구나. 아니, 처음 사랑을 버리고 세속에 물들었구나. , 그래서 신의 노여움을 산건가? 아니야, 종지기꼽추의 순수한 사랑으로 돌아가라. 좀 더 겸손한 자세를 보이라. 하나로 뭉치라는 경고의 메시지야!’ 하는 것이, 대성당의 화재사건을 보면서 나름대로 뇌까려보는 말들이다‘유럽이 불탔다’ 하는 것은, 유럽 전체를 싸잡아 하는 말이 아니라, 유럽을 대표할 만한 국가라는 점에서 선택한 제목이다.

  파리성당의 불을 보는데, 우리나라 남대문이 활활 탈 때와 같은 심정이었다. 가슴은 쓰리고, 마음은 시커멓게 탔으며, 정신은 산만했다. 나로서는, 온전한 복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것 외에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  

                     (2019. 4. 19./ 파리의 노트르담대성당 화재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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