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한 달 살아보기(3)

2019.04.23 16:11

최은우 조회 수:10

제주에서 한 달 살아보기 (3)

- 소인국 미니랜드와 산굼부리 억새의 군무 -

 신아문예대학 금요수필반 최은우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미니랜드는 세계미니어처박물관이다. 세계문화유산의 나라, 세계위인의 나라, 환상과 동화의 나라, 공룡의 나라, 체험의 나라 등 여러 가지 이색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직접 여행하지 않고도 한 곳에서 볼 수 있도록 세계의 유명 건축물과 문화유산을 축소해서 정교하게 잘 만들어 놓았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다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미니랜드 입구에는 거대한 걸리버와 걸리버 주위에 아주 작은 모형의 사람들을 전시해 놓아 마치 소인국에 온 걸 환영하는 듯했다. 미니랜드의 15천 평 야외전시장에는 미국의 국회의사당, 파리의 에펠탑, 중국의 자금성 등 70여 점의 세계 유명 관광지 문화유산이 전시되어 있어 해외 여행하는 기분으로 둘러보았다. 트레비분수 앞에서는 20년 전 서유럽을 여행할 때 분수에 던져 보았던 동전이 생각나서 향수를 느끼기도 했다. 진실의 입 앞에서도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처럼 손을 넣어보는 추억을 재현하니 재미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나라도 있고, 배트맨, 텔레토비 등 50여 점의 캐릭터 조형물, 세계위인상 등을 전시하고 있다. 한 친구가 캐릭터 포토존에서 백설공주의 몸에 친구의 얼굴만 내민 사진을 찍었다. 백설공주를 좋아하는 5세의 외손녀에게 보여주라며 딸에게 사진을 전송했더니 사진을 본 외손녀가

  “백설공주가 왜 이렇게 늙었어?

 라고 말했다고 하여 우리는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칠레 모아이 석상, 이라크 이슈타르문,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등 아직 가보지 못했던 세계의 여러 문화유산을 천천히 산책하며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교래리에는 유명 관광지가 많아서 토종닭, 생선조림, 손칼국수 등 음식점도 많다. 우리는 관광객보다는 그 고장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인 삼보가든으로 가서 소박한 한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값이 싸고 맛도 그런대로 좋았다.

 

  산에 생긴 구멍이란 뜻을 지닌 산굼부리는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마르형 분화구다. 용암분출로 생성된 일반적인 화산분화구와는 다르다. 마르(maar)형 분화구는 용암이나 화산재의 분출 없이 지하 깊은 땅속의 가스 또는 증기가 지각의 틈을 따라 한 군데로 모여 한 번에 폭발하여 생성된 분화구를 말한다. 지표면보다 낮게 형성된 화산체로 산체의 크기에 비해 매우 큰 화구가 특징이다.

 

  산굼부리 입구에 들어서면 억새와 갈대의 차이를 설명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억새와 갈대는 둘 다 벼과에 속하지만, 억새는 물기가 없는 강둑, 구릉지, 산 등에서 주로 서식하고, 갈대는 물기가 있는 습지 주변에서 주로 서식한다. 억새는 가늘고 작으나 갈대는 긁고 크기가 3m가 넘는다. 억새는 처음에 갈색을 띤 누런색에서 점차 은백색으로 밝게 변하지만, 갈대는 자줏빛과 갈색, 금빛이 어우러진 진한 색이다. 억새는 갈대와 달리 줄기 속이 꽉 차 있어서 말이나 소의 사료로도 쓰인다.

 

  수많은 억새로 장관을 이루는 산굼부리는 억새길, 구상나무길, 제주돌길로 나누어져 있다.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며 억새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걸었다. 때마침 알맞게 바람이 불어오자 출렁거리며 물결치는 억새의 군무가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멋있는 풍경에 우리만 보기가 아까워 억새의 군무와 바람소리를 비디오에 담아 그곳의 분위기를 지인들에게 보내주었다. 지인들은 너무 멋지다며 바로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다는 답장을 보내주었다. 제주 돌길과 돌담도 정답고 억새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선사하는 구상나무길도 산책하기에 좋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분화구의 모습은 다른 분화구와는 달리 낮은 평지에 커다란 분화구가 형성되어 있었다. 마르형이어서 한라산 백록담과는 달리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물이 차지 않는다고 한다. 화구에 내린 빗물은 화구벽의 현무암 자갈층을 통과하여 바다로 흘러간다. 분화구 안에는 원시 상태의 식물군락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분화구로 내려갈 수는 없고 또 분화구 주위에 나무들이 많아 분화구 내부의 식물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용천수는 땅에서 솟아나는 물이다. 용출하는 지역에 따라 크게 해안지역 용천수, 중산간지역 용천수, 산간지역 용천수로 구분할 수 있다. 제주도는 용암길이 끝나는 바닷가 근처에서 용천수가 분출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물을 찾아 해안가에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관광개발이 되면서 물이 막히고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용천수로는 물이 부족하게 되어 1970년부터 물을 찾기 시작했다.

 

  강수량 대비 용천수 양을 비교해보았더니 20%만이 용천수로 되고, 30%는 증발했으며, 45% 정도가 제주도 전체 땅속에 내려가 지하 암반수로 저장되고 있었다. 지하 관정을 사용하여 이 암반수를 찾아 끌어 쓰게 되면서 중산간지역에도 사람들이 모여들어 마을이 형성되고 관광지도 되었다. 물이 해결되자 물을 팔기 시작한 것이 제주도의 삼다수다. 삼다수는 지하 420m의 화산암반수를 최소한의 여과과정으로 자연 그대로의 건강한 물을 생산한다. 오염을 막기 위해 직접 생산한 페트병을 사용하여 생수 중에서도 비교적 비싼 가격에 팔린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삼다수의 가격이 육지보다 훨씬 저렴했다. 그 삼다수 공장이 조천읍 교래리에 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조천읍 함와로에 있는 스위스마을에 들렀다. 입구에 들어서자 언덕길 양옆으로 울긋불긋 예쁜 건물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스위스의 세계적인 화가 파울 클레의 그림 ‘컨츄리하우스’에서 영감을 얻어 스위스와 제주의 색상 이미지(국기, 갈대, 감귤, 치즈)를 연상케 하는 색을 사용했다. 빨강, 주황, 노랑, 파란색이 알록달록 아기자기하게 뽐내고 있었다. 주로 1층은 편의점, 커피숍, 옷가게, 먹거리 등의 다양한 상점이고 2~3층은 게스트하우스다, 예쁜 가게에 들러 아이스크림과 프랑스식 팬케이크인 크레프를 먹으며 분위기를 즐겼다. 길 양옆 그림 같은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안성맞춤이고, 주차장 담벼락에 그려져 있는 예쁜 벽화 또한 카메라에 담으니 정말 예뻤다. 벽화 앞에서 찍은 사진 속 인물이 더욱 돋보였다.

 

  숙소로 가는 길에 만난 해안도로에서 비취색 바다는 노곤한 우리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둥그런 해가 우리 앞에서 시야를 가리며 마중 오더니 아름다운 바다의 유혹에 그만 바닷속으로 풍덩 빠지며 수줍은 미소로 불그레한 노을을 선사했다.

                                                    (2018.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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