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파킨슨병

2019.04.24 16:39

신효선 조회 수:10

불청객, 파킨슨병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신효선

 

 

 

                               

  대학동창 모임날 약속장소에 가니 식당 앞에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음식점이 오늘 휴무란다. 총무님이 예약하지 않고 그냥 온 탓에 음식점이 쉬는 날인 줄 몰랐단다. 다른 곳으로 옮겨 식사를 마치고 보니 나는 약속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약속장소가 백화점 근처라 남는 시간을 백화점에서 아이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친구 K가 승용차에 타라고 했다J가 몸이 불편하여 태워다 주려는데, 집이 백화점 근처이니 같이 가자고 했다. J는 백화점에서 시간을 보낼 게 아니라, 자기 집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놀다 가라고 했다. 친구 남편은 마침 약속이 있어 저녁 식사까지 하고 온다고 했다니, 남은 시간 여자 셋이서 접시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를 내야겠다.

  친구 J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신경 퇴행성 질환 중 하나다. 우리 뇌 속에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 그중에 운동에 꼭 필요한 도파민이 있다. 중뇌의 흑질 부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어 가는 질환으로 운동 느림, 자세 불안정, 근육경직과 같은 운동장애 특징이 나타난다. 파킨슨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는데 만성 진행성 질환이므로 주로 증상 완화를 도와주는 치료를 한다.

  J4층 건물 맨 위층을 살림집으로 쓰고, 한 층은 남편의 사무실로, 나머지는 세를 놓았다. 살림집 현관에 들어서니 건강한 사람도 관리하기 벅차겠는데 친구의 얌전함이 한눈에 들어왔다.  

  J는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보건소에 근무하다 퇴직했기에 이러한 병이 친구한테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파킨슨병 앓은 지 20여 년이 되었다는데 나는 친구가 퇴직하고서야 알았다.

  J와는 간호대학에 다닐 때부터 아주 친하게 지냈다. 시간이 나면 영화도 같이 보고 독서 모임도 함께 했었다. 친구 5명과 C대 남학생 5명이 독서 모임을 만들어 매달 한 번씩 모여 토론도 하고 좋은 책을 서로 추천하기도 했다. 성격이 상냥하고 매사에 적극적이며 사근사근한 배맛 나는 친구다. 졸업하고도 나와는 계속 연락하고 지냈으며, 친구 결혼식에도 부안에서 속초까지 찾아갔었다.

  내가 두 아이 출산 후 류마티즘관절염으로 고생할 때 자기일 같이 걱정해 주고 지금도 병이 완치되지 않은 나를 걱정해 주는 친구다. 명랑하고 낙천적인 친구이기에 저런 병에 걸리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안타깝다. 처음에는 증상이 가벼웠는데 몇 년 전부터 심해졌다 한다. J의 병을 처음 알았을 때 서울 큰 병원에 가기를 권했지만, 지방에도 유명한 의사가 있으니 이곳에서 치료를 받겠다고 했었다.

 

  몇 년 전 광주 살 때 전주에 왔다가 남편과 함께 J 집에 갔었는데 손이 너무 떨리고 건강이 많이 나빠져 있었다. 남편과 나는 서울 S 병원 유명한 의사에게 가기를 다시 권했다. 서울 S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다행히 친구의 건강 상태는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고 한다.

  내가 전주로 이사 와서 친구들 모임에 동참할 때 J에게 권하여 모임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외관으로 볼 때는 건강이 많이 좋아져서 별문제가 없다 싶어 반가웠다. 그런데 요사이 약 부작용으로 환시가 와서 남모르게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단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밤을 새울 때도 있단다. 남편은 낮에는 일해야 하니 수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각방을 쓴다고 한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끙끙대다가 남편 방에 가면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자는 환시 때문에 버럭 소리를 지르면 여자가 창문으로 나간단다. 얼마나 서로가 고통스러운 일인가? 분명 친구 눈에는 환시가 나타나니 어찌하겠는가? 약 부작용이라 약을 먹지 않으면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고, 복용하면 환각이 나타나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K와 나는 안타까워 걱정만 했다.

  파킨슨병은 과거에는 발병하게 되면 몇 년 내에 말기 증상이 나타나게 되어 예후가 안 좋았다. 이제는 많은 연구와 치료제 개발로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진행 속도를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파킨슨병도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알콜성 치매 등과 같이 단계에 따라서 초기, 중기, 말기로 나뉘어진다. 파킨슨병이 진행하다 치매로 될 수도 있는데, 장수시대를 맞이해서 치매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높아졌다.

  100세 시대 현실에서 친구에게 찾아온 불청객이 얌전하게 물러나, 예전의 밝고 건강한 친구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집을 나섰다.

 

(2019.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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