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거북

2019.05.14 02:27

김길남 조회 수:3

 황금 거북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봄바람을 타고 남녘 부산에서 반가운 소식이 왔다. 스승의 날을 맞아 제자 내외가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가까운 곳도 아니고 그 먼데서 무엇하러 오느냐고 극구 만류했다. 그래도 전주에 형님과 누나가 사시니 겸사겸사 오겠다는 것이었다. 오래전에 만났고, 소식도 궁금하여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초등학교 5~6학년 2년을 담임한 제자들인데 용케도 커플이 되었다. 신랑은 공부를 잘하여 계속 1등이었고, 침착하고 성실한 사람이라 계속 급장을 맡았었다. 신부는 그 때 여학생 가운데 가장 청순하고 예쁜 인재였다. 성인이 된 뒤 결혼식을 올릴 때는 내가 주례를 맡기도 했었다. 대학의 교수들도 많을 텐데 초등학교 담임인 나를 주례로 한 것도 의미가 깊었다. 두 짝의 담임이었기에 주례를 맡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고향 모교의 제자들이라 양쪽 부모님들도 잘 아는 사이였다. 30여 년 전이라 주례로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신부는 결혼식 뒤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해 몹시 보고 싶었다. 고운 얼굴이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했다. 내외가 같이 온다니 가슴이 설렜다. 진작 신랑을 만났을 때 안부를 물었고, 둘 사이에 태어난 딸들이 예쁠 거라며 물으니 긍정했었다. 신부와 예쁜 딸들도 함께 온다니 더욱 즐거웠다. 천여 명의 제자 가운데 커플은 이들 뿐이다. 둘이 만나 잘 사는 것이 흐뭇했고 자랑스러웠다. 서울에서 살다가 직장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간 지가 2년이 되었다.  

 신랑은 해양대학을 나와 바로 해운회사에 취직하여 그 분야에서만 일해왔다. 지금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강의를 많이 한다고 한다. 그 업무에서는 모범이 되는 인재라 본보기로 강의를 맡긴 것이 아닌가 한다. 원체 머리가 뛰어나고 인성이 좋으며 착실하게 일하니 윗사람들의 신임이 두터워 승승장구 했을 것이다. 누가 보아도 월등한 아버지감이고 기업의 후계자 감이다.

 12시 약속이라 아내와 같이 차를 몰고 나갔다. 아내도 그들이 학교에 다닐 때 사택에 살아서 잘 아니까 같이 나오라고 했다.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데 바로 올라왔다. 반가웠다. 신랑이 앞서 와서 만나고 신부를 만났다. 세월이 많이 흘러 그 예쁘던 얼굴에 주름이 잡힌 것 같아 안쓰러웠다. 엄마를 닮은 미스코리아 감의 딸들과 악수를 했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미와 멋이 돋보였다. 웬 청년이 와서 손을 잡았는데 사위라 한다. 큰딸이 약사인데 같은 대학에서 사귄 사위라 한다. 참 잘 어울리는 부부였다. 둘째딸은 대학을 막 졸업하고 방송 계통의 일자리를 찾는 중이라 한다. 이만하면 참 좋은 가정을 이루고 사는 커플이 아닌가 싶다.

 점심을 먹으면서 45년 전으로 돌아가 학교 다닐 때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딸들에게 아버지 어머니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모는 배필을 아주 잘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엄마는 머리가 뛰어나고 인성이 좋은 신랑을 만났고, 아버지는 마음씨 곱고 미모가 출중한 엄마를 만나 행복할 거라 했다. 딸들도 긍정했다. 일제고사를 보면 아버지가 항상 1등을 한 이야기와 반별 성적도 우리 반이 좋았던 이야기도 했다. 그 때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체벌을 많이 했다. 그러나 나는 체벌을 안했다고 했다. 원체 모범생들이라 체벌이 필요하지 않았다. 즐거운 시간은 쉽게 지나는 법,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다.

 

  나는 부채에 매()를 그려 선물로 주었다. 신부가 받아서 펴보고 좋아하며 사진을 찍었다. 화제로 ‘나희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라 썼다. 그들도 선물 가방을 주었다. 나올 때 전통과자를 사 주어 받았다. 주차장으로 나와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들도 딸들은 서울로 가고 내외는 부산으로 내려가야 하기에 아쉽지만 헤어졌다. 7월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내가 먼저 떠났다. 그들 가족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집에 와서 선물 가방을 열어보니 겉보기가 심상치 않았다. 물건이 작은 것이 수상했다. 몇 꺼풀 벗기고 보니 의외의 선물이 나왔다. ‘황금 거북’이었다. 깜짝 놀랐다. 이럴 수가 있을까? 큰 모임도 아니고 한 가족의 선물이 황금 거북이라니, 말도 안 되는 것 같았다. 기쁨은 없고 부담만 컸다. 곰곰 되새겨 보니 고마웠다. 그 착한 내외가 큰마음을 먹었구나 생각하니 기특하기도 했다. 제자의 마음이 이런 것인가 흐뭇하기도 했다. 내가 교사의 길을 걸은 것이 보람되게 느껴지기도 했다. 스승과 제자 사이가 아니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가정에 기쁨만 가득하고 행복한 웃음이 나날이 그치지 않기를 기원한다. 예쁜 딸들도 뜻하는 일 모두 이루며 즐거운 삶을 누리기 바란다. 아무 희망도 없고 체력은 점점 쇠진되어가는 이때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어준 제자커플에게 다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19.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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