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야경의 백미,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2019.05.20 06:32

이종희 조회 수:3

동유럽 야경의 백미, 헝가리의 수도 부타페스트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종 희

 

 

 

 

 

  422, 동유럽 7개국 여행 6일째 되는 날이다. 동유럽의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그중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백미白眉로 꼽는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중세의 고풍을 살린 아름다움에 관광객들이 매료된다고 한다. 프랑스 세느강 야경도 에펠탑을 비롯한 강변의 건축물들이 빛을 받아 황홀지경이었는데 말이다.  

  크로아티아 내륙을 오가며 하얀 바위와 초목으로만 메웠던 시야가 수도인 자그레브에 가까워 갈수록 걷혀지기 시작하더니, 헝가리의 수도 부타페스트를 향하는 길목에는 넓은 초원과 농장이 내 눈을 호사시켰다. 더불어 노란 유채밭은 장기간의 여정에서 쌓이는 피로를 덜어주기에 충분했다.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은 먹을거리가 풍부해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지 않던가.

  관광지로서의 부다페스트는 도나우강을 낀 풍경의 아름다움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사적史蹟으로는 부다 북부에 로마시대의 유적 아쿠인쿰(Aquincum)이 있다. 부다와 페스트는 원래 별개의 도시로 발달했었다. 부다는 2세기부터 파노니안(Panonian) 지방 로마의 군 주둔지 아쿠인쿰으로 알려졌다. 14세기경부터 부다는 헝가리의 수도가 되고, 페스트도 상업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1872년 부다와 페스트는 합병하여 오늘에 이른다. 2차 세계대전 후인 1950년에 인근 소도시를 합병하여 대부다페스트가 성립되었으며, 세계유산목록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부다 지역은 페스트 지역과 달리 언덕이 많은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다왕국’ 또한, 언덕 위에 있기 때문에 푸니쿨라를 타거나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대통령이 집무하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국기가 걸려 있으면 집무중이란다. 이날은 국기가 계양되지 않아 부재중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나라도 고대 유적을 정부 관청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앞다투어 건축되고 있는 휘황찬란한 우리나라의 관청과 비교가 되었다.

  다뉴브강의 진주라고 불리는 부다페스트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아침 출발시간도 늦췄다. 5시간여 달려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고 시내 관광에 들어갔다. 1896, 헝가리 1,000년의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영웅광장’, 부다페스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언드라시’ 거리 끝에 자리 잡은 드넓은 광장이었다. 기념비적인 성격이 강하고 성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36m 높이의 아칸서스 잎으로 장식된 기둥머리가 특징인 코린토스 양식의 원기둥 밀레니엄, 헝가리 초대 부족장 7명과 역사상 위대한 인물 14명의 동상이 있었다. 광화문 앞에 세워진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만큼이나 공적이 뛰어난 분이리라.

  다음으로 ‘영웅광장’ 초입부터 데악광장역까지 2.5km 가량 직선거리로 ‘언드라시’ 거리가 펼쳐진다. 서울의 강남대로와 같은 곳이다. 부타페스트의 명품 거리와 국립오페라하우스 건물까지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거리다. 도로의 레일 위를 달리는 트램Tram을 타고 ‘세체니 다리’ 입구에서 내렸다. 헝가리의 자유주의 정치가로 국민적 영웅인 세체니 이슈트반 백작이 세운 다리이기 때문에 ‘세체니 다리’라고 불린단다. 다리 양쪽 입구에는 사자상이 있고,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도나우강이 평화로웠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 배경이기도 한 명소였다,      

  전쟁이 일어나면 어부들이 요새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적과 싸웠기 때문에 붙여진 ‘어부의 요새’.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출몰하여 적군을 당황케 한 곳이어서 역사적인 의미가 큰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매일 버스킹Busking-길거리 공연이 있다고 하는데, 돌아서려니 아쉬웠다. 인근에 10세기 초 ‘성마리아’성당으로 건축되었다는 ‘마차시 성당’이 있었다. 15세기 ‘마차시 왕’이 즉위하여 83m가량 증축된 건물이라고 한다. 고딕 양식의 표본으로 지붕은 도자기로 설계가 되었으며, 역대 왕의 대관식은 물론 헝가리의 주요 기념행사가 치러진 곳이라고 한다.

 

  겔게르트 언덕에서 바라본 도나우강이 밤에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유람선에 오르니 강변에 어스름이 들었다. 하나둘 켜지는 불빛에 건축물들이 저마다 미모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불어오는 강바람은 땀으로 끈적끈적해진 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어둠이 깊을수록 건물의 화려함은 극치에 달했다. 여지저기서 환성이 터졌다. 이때를 놓칠 수 없어 셀카봉을 들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우아하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국회의사당에 먼저 포커스를 맞추었다. 진한 황금색이 아닌 은은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건물로 다시 태어났다고나 할까? 이래서 유럽 야경중 제일로 손꼽은 이유리라.

  헝가리의 역사도 동유럽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침략으로 얼룩진 역사를 지닌 나라다. 한반도 2/5정도의 국토면적이며, 인구 1,000만 정도의 인구 중 수도 부다페스트의 인구가 200만이 채 안 된다. 민족구성은 헝가리인(마자르인)98.5%를 차지하고 있으며, 종교는 가톨릭이 50%를 상회한다고 한다. 훈족이라고 부르는 마자르인이 아시아계여서 몽고반점이 있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며 파프리카를 많이 먹는다는 말에 정감이 갔다.

  헝가리는 19892월 중동구권 국가 중 최초로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며, 양국 무역 및 경제협력협정이 체결되면서 양국 간 무역∙통상 관계는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헝가리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유럽시장의 전초기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재 40여 개의 법인이 설립되어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 삼성SDI, 한국타이어, KDB 등 주로 전자, 금융 분야에서 진출해 있으며, 현지 신규 고용창출, 수출증대, 활발한 기업의 사회적 활동인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 등으로 우리나라 이미지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

  동유럽 야경의 백미 부다페스트는 한강의 야경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렇게 멋진 도시가 수도인 헝가리와 경제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니 관심이 새로워졌다. 더구나 국민이 아시아계인 마자르족이 대부분이라니 동기애를 느끼게 한 여행이었다.

                                                 (2019.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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