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7개국 여행기

2019.05.24 13:36

이종희 조회 수:11

소금을 발견한 축복, 문화예술이 발달한 오스트리아

-동유럽 7개국 여행기 (5)-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종 희

 

 

 

 

 

  417, 첫 번째 여행지는 오스트리아 짤츠캄머굿이었다. 짤츠캄머굿은 소금창고라는 뜻이다. 유럽 원주민인 켈트족이 채집활동을 하다가 하얀 암염을 발견하고 맛을 보니 소금이었다고 한다. 소금으로 잘 살게 된 모짜르트의 외가이기도 하며,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지로도 유명하다.

  짤츠캄머굿에 도착한 일행은 볼프강(St.wWolfgang)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기 위해 약속한 시간이 남아 길겐 마을을 둘러보았다.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의 외가에는 Mozarthaus Sankt Gilgen이라고 씌어 있었으며, 외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누나의 얼굴이 관광객들을 맞이해 주었다. 마을을 돌아보던 중에 학교 앞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학생들이 눈에 띄지 않아 알고 보니 방학 중이었다. 학교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운동장도 없이 건물만 있는 것이 유럽풍이란다. 체육활동은 지역의 스포츠센터에서 이뤄진다고 하니 넓은 운동장을 갖춘 우리와는 색다른 학교문화였다. 부활절인 이 시기가 유럽인들에게는 휴가철이기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즐긴다고 하여 농사가 바쁜 계절인 나로서는 부러웠다.

  유람선을 타고 볼프강 호수에서 바라보니 호수를 끼고 있는 길겐 마을과 할슈타트, 볼프강 마을이 있고 눈 쌓인 알프스의 비경이 눈을 호사시켜 주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의 아름다움에 입이 벌어지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알프스산은 주변의 여러 나라에 너른 초지와 만년설이 신선함을 주고, 설산에서 흘러내린 물은 아름다운 호수를 곳곳에 만들어 유럽인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천혜의 자원이다. 질주하는 유람선을 타고 모자가 날아갈 뻔했던 아슬아슬한 순간이 떠올라 지금도 몸이 오싹해진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장관을 놓치기 아까워 몇 컷을 담았다.  

  점식식사를 마치고 1,520m 고지의 쯔벨프로른산에 오르기 위해 알프스케이블카를 탔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옛 동료 부부와 함께 탑승했다. 고지대를 오르니 멀리 보이는 설산과 초원, 그리고 볼프강과 길겐 마을이 어우러져 환상적이었다. 내가 이곳에서 이런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즐겨도 되는 것일까아내와 함께 하기에 주님께서도 허락하시리라.

  케이블카에서 내린 우리는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질 듯하면서도 아내의 손을 잡고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옮겼다. 이미 정상을 올라간 사람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 돌아설 수 없어 한걸음씩 올라갔다. 올라가다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이 촉박했다. 올라가던 길을 멈추고 설산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셀카봉을 이용하니 다른 사람의 손을 빌지 않아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배경을 포착하고 아내를 부르면 이내 포즈를 취해준다. 이때처럼 말을 잘 들을까?

  모차르트의 외가마을에서 1시간 30여분 달려 생가인 짤츠부르크로 이동했다. 이곳도 소금으로 잘사는 도시다. 호엔짤츠부르크성에 들러 미라벨 궁전 외관과 함께 활짝 핀 팬지와 잔디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항상 느끼지만, 건물이 웅장하면 반드시 정원이 넓게 조성된 것을 보면서 유럽인들의 안정감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고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창조하는 정신을 본받아야 하지 않을 까 싶다.

  모차르트의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생가골목에 들어섰다. 게트라이데 거리 9번지, 12세기 무렵 지어진 이 건물 3층에서 태어나 17세이던 1773년까지 살았다고 한다. 노란색 건물에 빨간 깃발이 꽂혀 있다. 들어가 볼 수 없어 밖에서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아쉬움을 남기고 골목길의 간판거리를 돌아봤다.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상점에서 파는 물건을 형상화하여 간판에 표시한 것을 보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423. 음악의 대명사로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를 향해 버스는 달리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를 두 번 들리는 셈이다. 차창밖에는 널따란 농장이 노란 유채와 맥주보리 등으로 펼쳐진 그림이었다. 유채는 공업용 유제품으로, 맥주보리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독특한 맥주 맛으로 다시 태어나 애주가들의 관심을 끈다. 이번 여행 중에 아침을 제외한 식사 때마다 한 잔씩 마시는 맥주 맛에 나도 모르게 길들여진 게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여행한 나라와 다른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육중한 풍력발전기였다. 내륙인데도 한두 대도 아니고 집단으로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풍력발전기뿐만 아니라 태양광 시설도. 우리나라와 달리 이 나라는 프랑카드가 내 결려 있지 않아 환경에 대한 문제가 없는 것인지 아리송했다. 석유를 생산할 수도 있지만, 친환경적인 전력생산을 하는 나라여서인지 하늘이 맑았다. 공기 질이 나빠져 미세먼지 걱정을 하는 우리와는 대조적이었다.

  4시간여를 달린 버스는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세계역사 유적 가운데 하나인 아름다운 샘이란 뜻의 ‘쉔부른 궁전(Schönbrunn Palace)에 도착했다. 쉔부른 궁전은 웅장함과 역동성을 보여주는 바로크양식 건물이었다. 내부는 ‘루이 15세 양식’이라고도 불리는 로코코양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우아하고 여성적인 아름다움으로 대변되는 이 양식의 특징은 부드러운 곡선이 디자인 구성의 주조였다. 이 궁전이 합수부르크 왕가의 여름궁전이었다니 권력의 막강함을 실감했다.

  황금으로 된 장식, 크리스털 샹들리에, 커다란 거울 등을 볼 수 있는 궁전에는 1,441개라는 엄청난 방이 있다.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와 그녀의 남편인 황제 프란츠 1세는 이곳에서 여름을 보냈으며, 그들이 통치하던 시절 여섯 살 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궁전에 초대받아 여제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했다고 한다. 특히,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방은 황금으로 장식되었으며 웅장했다. 화려하고 웅장하게 꾸민 이유는, 합스부르크 왕국에게 지배받고 있는 왕들의 기를 죽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여제의 초청을 받은 왕들은 이 방에서 기세에 눌려 그녀가 요청하는 대로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니, 기지가 뛰어난 여자가 아닌가. 아버지의 허락으로 여제가 되어 권세를 누렸으니 부모덕을 톡톡히 본 여자였다.  

  다음으로 빈의 유력자 오이겐 폰 사보이 공(Eugen von Savoyen)이 여름 별궁으로 사용했던 벨베데르 궁전에 갔다. 오이겐 공이 사망한 뒤 합스부르크가에서 벨베데레 궁전을 매입해 증축하고 미술 수집품을 보관했다고 한다. 이 궁전은 구스타브 클림트(Gustav Klimt)의 회화 컬렉션(collection)이 충실한 곳이다. 그림에 금박을 사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클림트의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기 일쑤였다.

  클림트의 그림 중 ‘키스(The Kiss)’라는 작품에 걸음을 멈추었다. 남자와 여자가 키스하는 장면이었다. 무심코 보면 두 연인의 사랑을 그린 그림쯤으로 지나칠 수 있는데,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 설명을 따라가 보니 남자의 포옹에 여자가 거부하고 있었으며, 여자 뒤에는 절벽이었다. 침략과 정복으로 얼룩진 역사에서 침략자의 행위에 당하고 살아야만 하는 세태를 항변하는 그림으로 생각되었다. 이 그림 한 장이 오스트리아 관광 상품에 도배하다시피 했다. 우리도 네 자식들에게 하나씩 줄 겸 황금색이 매혹적인 ‘키스’ 그림이 들어간 양산 5개를 샀다. 마지막 날, 프랑크푸르트에서 쇼핑하면서 보니 양산은 그곳에도 있는 것을 보고 그림 한 장이 유럽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알았다.    

 

  소금 발견으로 경제적인 부를 누릴 수 있었던 나라, 모차르트의 외가와 생가를 둘러보며 그가 작곡한 ‘음악에 대한 천재성을 되새겨 볼 수 있었으며, 그림 한 장이 유럽을 변화시킬 수 있는 나라였다. 또한, 어느 곳을 찾아가도 옛 건물을 비롯한 문화예술을 보존하고 후세에게 전승하려는 오스트리아인들에게 고개가 숙여졌다.  

                                                (2019.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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