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한 달 살아보기(6)

2019.05.31 05:47

최은우 조회 수:10

제주에서 한 달 살아보기 (6)

- 신비의 곶자왈 에코랜드 -

 

신아문예대학 금요수필반 최은우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각자의 배낭에 약간의 간식거리와 물을 넣고 9시에 숙소를 나왔다. 드넓은 대지에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오늘의 여행지 에코랜드에서 온종일을 지내려고 가는 길에 김밥집에 들러 김밥을 샀다.

 

  제주도 여행에서의 볼거리 중 하나는 에코랜드 테마파크를 빼놓을 수 없다. 에코랜드는 볼드윈 기차를 타고 각각 특징이 다른 네 곳의 역에 내려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30만 평의 한라산 원시림을 여행하며 신비의 숲 ‘곶자왈 생태계’를 탐방하는 자연 친화적인 테마파크다.

 

  자연을 상징하는 에코랜드의 기차들은 총 8대가 운영된다. 붉은색의 화산송이를 상징하는 레드샌드, 아름다운 꽃을 상징하는 옐로우플라워, 제주 곶자왈의 품을 상징하는 그린포레스트, 푸른 호수를 상징하는 블루레이크, 검은 돌을 상징하는 블랙스톤,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퍼플드림, 푸른 하늘을 상징하는 블루스카이, 제주 감귤을 상징하는 오렌지가 있다.  

 

  에코랜드 메인역은 기차의 출발역이자 종착역이다. 매표소와 대합실, 스낵바, 레스토랑, 기념품가게, 중앙분수대 광장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면 메인역이 나온다. 기차는 7~12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운행하며 정거장마다 쉬기 때문에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마음껏 걷고 즐기다가 또 기차를 타면 다음 정거장까지 갈 수 있다. 남녀노소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가족끼리 와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여러 테마의 자연환경이 펼쳐진다.

 

  메인역에서 기차를 타고 주변의 나무와 꽃, 분수를 감상하며 가다가 첫 번째 정거장인 에코브리지역에서 내렸다. 에코브리지역은 2만여 평 규모의 대지에 큰 호수가 있고 호수 주위에 긴 수상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느낌으로 호수에 떠 있는 섬들과 이국적인 주변의 경관을 감상하며 다음 역까지 산책했다. 기차 시간에 제약받지 않고 마음껏 휴식도 취할 수 있고, 각자의 템포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다시 기차를 타고 두 번째 정거장인 레이크사이드역에서 내렸다. 이곳은 예전에 말을 길렀던 초지로, 당초의 지형을 그대로 이용하여 만든 호수를 감상할 수 있다. 이국적인 풍경의 풍차와 모래가 있고 탐험선이 있다. 사람들은 탐험선 안에서 영화 타이타닉을 흉내 내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제주의 상징인 돌, 바람, 억새, 여자를 아름다운 꽃에 비유하여 제주를 표현한 삼다정원과 포토존이 곳곳에 숨겨진 동백나무숲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물 위에서 즐기는 신나는 범퍼보트도 있고, 넓은 호수 위 로맨틱한 수상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낭만 가득한 페달카약 등 수상레저체험도 할 수 있다. 2년 전 가족과 함께 왔을 때 2인승 범퍼보트 3대를 빌려 타고 서로 부딪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젊은이가 없는 우리는 구경하는데 만족했다.

 

  다시 기차를 타고 다음 세 번째 정거장인 피크닉가든역에서 내렸다. 피크닉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동화 속 요정의 집인 그라스하우스와 어린이들의 포토존인 키즈타운을 만날 수 있고, 드넓게 펼쳐진 금잔디 광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즐거워하는 표정에 어른들의 얼굴도 덩달아 밝게 빛났다. 우리는 잔디광장에 앉아 소풍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선베드에 누워 휴식을 즐겼다

 

  이 역에는 곶자왈 숲길인 '에코로드'가 있다. ()+자왈(암석과 덤불)은 제주도 방언이다.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로 쪼개져 요철 지형이 만들어지면서 형성된 제주도만의 독특한 숲을 곶자왈이라 일컫는다.

 

  곶자왈 생성과정은 제주도의 화산활동으로 제주 중산간오름에서 유속이 느린 용암이 흘러내렸다. 점성이 큰 용암이 식으면서 쪼개져 크고 작은 바위가 되었고 바위틈 사이로 물이 새어들어 지하수가 형성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땅속에서 나오는 습기가 곶자왈의 생태를 형성하고 바위에 숲이 형성되었다.

 

  곶자왈의 특징은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로 이루어진 지형으로 식물이 살아가기에는 매우 척박하다. 곶자왈의 나무들을 보면 나무뿌리가 물과 양분을 찾느라 바위틈이나 암석 위에 노출되어 뻗어있는걸 볼 수 있었다. 곶자왈에서 이끼는 척박한 토양을 대신하여 나무뿌리에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끼에게 영양을 공급받는 나무들은 우거진 잎새로 그늘을 제공한다. 그늘은 물의 증발을 막고 일조량을 적당히 유지해 이끼가 잘 자라게 해주며 나무와 이끼의 공생이 이루어진다. 이끼, , 나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서로 얽혀 생명을 이어 가는 곳이 제주의 곶자왈이다.

 

  에코로드는 지하 마그마가 만들어준 신비의 물질, 제주도 보존자원 1호인 화산송이로 전 구간이 포장된 생태탐방로다. 피크닉가든역 야외테라스에서 출발하여 10분 정도의 가벼운 단거리 산책코스가 있고, 40분 정도의 장거리 코스가 있다. 우리는 장거리 코스를 걸으며 드넓은 곶자왈의 생태를 살폈다. 화선송이를 밟으며 가다 보면 어린이들을 위한 책과 장난감이 가득한 휴식공간인 숲속 작은 책방도 있다. 음료도 마시고 책도 보며 지쳐있던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에코카페도 있다. 우리는 송이맨발체험장에서 신비의 물질 화산송이를 맨발로 밟으며 제주의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편백과 화산송이, 지하암반수가 어우러진 족욕탕에서 발을 담그고 발의 피로도 풀 수 있었다.

 

  적당히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기차를 타고 네 번째 역인 라벤더, 그린티 & 로즈가든역에 내리니 계절별 다양한 꽃이 우리를 맞이했다. 장미와 허브, 녹차 등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진 유럽식 정원이 있고, 라벤더 정원에서는 향긋한 라벤더 향기에 취하게 했다. 푸른 초원 위 말을 감상할 수 있는 목장산책로가 보이고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기념품과 커피를 판매하는 팜하우스 야외테라스 앞은 예쁜 정원이 조성되어 주인공처럼 예쁘게 자세를 취하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팜하우스 2층에서는 목장 전경을 내려다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기차를 바라보며 즐기는 사철 노천족욕탕에서 또 발을 담그고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라벤더, 그린티 & 로즈가든역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출발점인 메인역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 역에서 기찻길과 나란히 연결되는 숲속 데크를 걸으며 에코랜드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곶자왈을 실컷 즐길 수 있었다. 역시 여행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다니는 게 좋다 숲향기, 흙냄새, 꽃향기, 나무 향기, 바람에 실려 온 바다냄새는 환상적인 환경을 선사하며 오늘 하루도 자연이 주는 행복에 뿌듯했다.  

 

                                                                   (2019.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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