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슬프게 하는 일들

2019.06.01 07:11

홍성조 조회 수:5

나를 슬프게 하는 일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홍성조

 

 

 

 

   오늘 아침 뉴스를 장식하는 것은, 항가리 다뉴브강에서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가 한국 관광객 30명 및 외국인 3명을 태운 허블레아니 유람선을 항가리 의회와 세체니 다리 사이에서 추돌하여 침몰시켰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인 사망 7, 한국인 구조 7, 실종 19명의  유람선 대 참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었다. 나도 2년 전에  그 여행사의 안내로 911일 일정으로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그 사고 자리에 있었다. 항가리 다뉴브강 야경투어 상품은 각 여행사에서 최고로 구미를 당기는 상품이었다. 어두운 밤중에 화려한 조명이 강물에 비쳐 정말 환상의 세계를 방불케 했다. 그때 나뿐 만 아니라 다른 여행객들도 야경촬영을 위해 갑판을 이리 저리 오가며 국회의사당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새롭다. 물론 구명조끼는 입지 않았다. 지금 기억에 생생한 것은, 가이드가 갑판 위에서 핸드폰 조명을 비춰주면 여행객들이 몰려다니면서 국회의사당 야경을 촬영한 기억밖에 없다. 국회의사당의 야경을 보면, 그 화려함에 감탄을 연발할 수밖에 없었는데, 약한 조명으로 나중에 사진을 보니 전부 흐릿하여 사진은 엉망이었. 인명은 재천이라 했던가? 이번 사고에서 한국인 여행객 3015명은 일정을 변경하여 그 투어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일정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나를 슬프게 했다.

 

   뉴스를 끝으로 기상 캐스터의 오늘 날씨 속보가 있었다. “오늘은 우리지역에 미세먼지가 위험수위에 달하니, 노약자들은 가급적 외출을 삼가라.”는 경고성 캐스터의 목소리가 나를 슬프게 했다. 우리 지역이 빨강 표시로 덮여 있어 경각심을 더해 주었다. 그 이유는 중국과 몽골 내륙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날아와 가라앉는 현상 때문이란다. 나는 오늘 하루 종일 밭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하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 밭일을 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한다. 들판에 뿌옇게 뒤덮인 미세먼지를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일하면 불편하다. 날씨는 더운데다 숨을 쉬려니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밭일을 마친 뒤에는 목이 매캐하여 소금물로 헹구어야 한다. 쾌청한 날씨에 흐릿한 먼지로 뒤덮힌 주위 산야를 보면 마치 꿈속의 도시 같다. 이럴 때는 일할 맛이 싹 가신다. 허나 밭일은 그 시기를 놓치면 작황이 좋지 않다. 그래서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을 해야 한다.

 

   몇 년 전에 중국 베이징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아침부터 미세먼지로 뒤덮인 중국 베이징 시내를 관람하려니 그때도 나를 슬프게 했다거리에는 거의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마스크를 쓴 사람도 없었다. 이런 미세먼지 속에서 베이징 주민들은 어떻게 생활할까?  무척 궁금했다. 알고 보니 공무원, 회사원, 학생 이외 일반사람들은 오전에는 일을 하지 않고, 오후 늦게부터 일을 한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다 걷힌 뒤에 말이다. 오늘부터라도 무슨 일이든 나를 기쁘게 할 일들이 없을지, 나는 손꼽아 기다려야겠다.                                                                                             (201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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