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기(1)

2019.06.01 09:57

최동민 조회 수:3

태항산 팔리구를 돌아보고

-중국 여행기(1)-

  전주안골노인 복지관 수필창작반 최동민

 

 

 

 

   아내는 새벽 2시부터 알람소리에 맞추어 바쁘게 움직인다. 4시에 출발하는 인천국제공황 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오래 전부터 중국관광을 신청하고 준비해 온 날이다. 날씨는 맑고 기온은 조금 높았다. 다정한 친구 성호부부와 함께 가기로 했다. 이 친구는 소년시절부터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초.중.고등학교를 같은 학교에서 동문수학했던 죽마고우다.

  동행 중에 성남에서 온 두 부부팀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 여자들은 시원한 청도맥주를 마시고 남자들은 고량주를 한 잔씩 권하면서 어울리게 되었다. 성격이 좋고 술을 함께 마시니 곧 친하게 되었다. 이들과 서로 말벗이 되어 의지하고 사진도 찍어 주며 같이 다녔다. 마음이 통했다. 한 친구는 스쿠버 다이빙도 하며 낚시를 좋아하고 농사일도 잘하는 친구였다. 제주도에서 갈치를 한 상자 이상을 잡아 그것을 손질하느라 아내가 힘들었던 이야기를 했다. 다른 한 친구는 아내가 알츠하이머 환자여서 항상 아내를 돌봐야 하는 처지였다. 아내의 병이 자기 때문이라며 아내의 시중을 잘 들어주며 도와주었다. 아내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여 본받을 만했다. 이들은 모두 인성이 좋아 보였고 상냥했다.

  제일 먼저 들른 곳은 팔리구였다. 이곳은 남부 태항산의 대표적인 명승지다. 팔리구는 사방으로 팔리(4 킬로미터)에 걸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 했다. 태항산의 남부에 위치한 팔리구의 천호폭포는 장관이었다. 폭포 밑으로 굴 같은 통로가 있었다. 물이 쏟아지는 바깥풍경을 바라보며 석순이 머리에 닿을 것 같은 길을 걸었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동굴에서 볼 수 있었던 종유석과 석순이 여기 저기 돋아나 있었다. 바닥도 석순으로 울퉁불퉁하여 조심스레 걸어야 했다. 돌고드름 사이사이로 밝은 햇빛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충분히 만끽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물이 쉬지 않고 쏟아지는 폭포 밑에는 물이 튀어 축축했다. 모두 넘어지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폭포의 물을 잡아 가두어 조그만 호수를 이루었다. 이곳에 기다란 나무로 물길을 만들어 커다란 물레방아를 돌아가게 했다. 옛날 동화 속에서나 보았던 물레방아가 있어 주변의 경치와 잘 어울렸다.

  팔리고에서 내려와 천계산으로 향했다. 천계산은 하늘과 경계를 이룬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정상까지는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숫자인 888 계단길이다. 웅장한 산과 함께 맑은 하늘 아래 바위에서 자라는 초록의 나무들이 빚어내는 자연의 수려함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 이렇게 깨끗하고 신선한 신천지를 바라보며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지였다. 주변이 온통 지층으로 켜켜이 쌓여 있는 바위산인데 나무들이 우거진 것을 보면서 식물의 무한한 생명력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식물들이 살지 못할 것 같은데도 바위 사이에 뿌리를 내려서 잘 자라고 있는 것이 장관이었다. 바위산의 허리를 빙 돌면서 이곳을 개발한 중국인들의 기술과 노력을 칭찬했다. 바위 허리에 걸침대를 설치하여 그 위를 사람들이 걸어가면서 풍광을 즐기도록 길을 만들었다. 좁은 둘레길을 전용버스가 쉴 사이 없이 관광객을 실어 날랐다. 구불구불한 언덕길과 비탈길을 달려 나갔다. 군데군데 쉬면서 사진도 찍고 즐길 수 있는 명소가 있었다.

  천계산 입구에 송신탑처럼 높이 솟은 탑의 둘레를 푸른 줄기 식물이 감고 올라가는 것처럼 푸른 기둥을 세운 것은 장관이었다. 푸른 나무를 보면서 보통으로 넘길 수 있으나 밑에서 하늘 높이 치솟은 이 탑을 타고 올라가는 식물을 보면서 감탄했다. 이곳에서 다시 순환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군데군데 머물면서 사진도 찍고 풍경을 둘러보았다. 보는 것마다 모두 비경이었다.  

 

  특히 유리잔대라는 곳은 길도 없는 바위 허리에 유리를 깔아서 밑바닥까지 환하게 보이는 유리판 길이었다. 처음 올라가서 밑의 풍경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 현기증이 났다. 안전하게 설치했겠지만 유리가 깨지지나 않을까 걱정되었다. 조금 마음이 놓였는지 두꺼운 유리판 밑으로 포즈를 취하며 사진도 찍었다. 낭떠러지 밑으로 보이는 풍경은 색다른 모습이었다. 아내는 걸어가기도 두려워 내 손을 꼭 잡았다. 낭떠러지 밑을 볼 때마다 소름이 끼치며 아슬아슬한 느낌이 들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온통 비슷한 것 같으나 자세히 보면 모두 다른 모습이어서 신비로웠다. 미국에 그랜드캐니언이 있다면 중국에는 태항산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거대하고 광활한 자연을 보게 되었다. 참으로 신비롭고 감탄스러웠다. 산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커다란 산맥을 이루며 하남성과 하북성, 산서성의 경계에 걸쳐 뻗어 있는 거대한 산맥이다.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이 광경이 대단했다. 중국의 한 성이 우리 한반도 만 하거나 더 큰 곳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버스로 5시간 거리에서 왔다하면 가까운 이웃에서 왔다하고 30시간 정도 걸린다면 조금 먼 곳이라 한다. 그리고 일주일 이상 보름 정도 걸리면 멀리서 왔다고 할 정도로 넓고 광활했다.

  자연의 수려함과 여유로움을 만끽하고자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다. 가까운 이웃에 중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리는 태항산이 있어서 좋았다. 이곳은 인천공항에서 두 시간 정도의 거리다. 이 여행지가 우리 내외에겐 딱 맞았다. 웅장한 산들이 어우러져 엄청난 장관을 연출하는 곳으로 푸르른 잎사귀로 가득한 지금이 태항산의 멋진 모습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기인 것 같았다. 음식도 우리 입맛에 맞추어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 갔다.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우리말로 쓰인 간판도 많이 눈에 띄었다. 아침과 점심에는 술을 주지 않았다. 지형이 험하고 아슬아슬한 계단이 많아 위험해서 술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절벽에 길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관광의 명소를 만들어 놓은 중국의 노력이 대단해 보였다.

   우리나라의 관광명소나 인적이 드믄 깊은 산골짜기나 꼭대기 부근에 가면 그곳에서 파는 물건의 가격은 시중의 가격보다 엄청나게 비쌌다. 그러나 중국의 곳곳을 가서 보면 아주 험준하고 위험한 산꼭대기에서도 밀짚모자나 특산물을 값싸게 파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중심가의 가격이나 별 차이가 없다. 가는 곳마다 가격이 일정하지 않고 오히려 산꼭대기에서 파는 특산물인 호두나 대추 등을 더 저렴하게 살 수가 있었다. 태항산 관광객의 대부분이 우리나라 사람과 중국인들이었다.

   여행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보면서 호연지기를 기르게 한다. 이 기회를 통해 헛된 욕망이나 시기, 질투를 내려놓고 지나온 내 삶을 돌아보며 더 많은 복을 지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다.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리며 오늘을 더욱 보람차게 보내고 싶다.  

                                                                             (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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