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수필

2019.06.06 08:06

임두환 조회 수:8

[금요수필] 이 책을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임두환 수필가임두환 수필가

어느 날이었다. 고등학교 선배이자 재전진안읍 향우회장인 J씨가 우리 집을 찾아왔다. 그와는 KT&G에서 오랜 동안 근무하며 신뢰를 쌓아온 사이다. 평소에도 내 고장 살리기 운동에 앞장서 왔지만 재전진안읍향우회장을 맡고부터는 더욱 열심이었다. 막상, 회장을 맡아보니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힘을 보태달라는 부탁이었다. 잠깐 머뭇거리더니 ‘운을 부르는 부자의 말투’란 책자를 전하고 가는 게 아닌가.

J선배가 전해준 책자를 받아들고는 별스런 책도 있구나 싶었다. ‘운을 부르는 부자의 말투’라는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끌었다. 책장을 넘겨보니 ‘말과 운의 관계를 알면 인생이 바뀐다.’로 시작되었다. ‘대화법을 바꾸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 바꾸기만 하면 인생이 달라진다.’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읽을수록 흥미진진하고 구구절절 귀감이 되었다. 좀 더 젊어서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말 잘하는 사람을 청산유수라고 한다. 사람들은 막힘없이 쏟아져 나오는 말에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그 사람의 말솜씨에 감동한다. 이 책의 저자 ‘마야모토 마유미’는 말할 때 중요한 건 유창함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잘 전달해야 된다고 했다. 상대방을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결론을 먼저 말하고 해설은 나중에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지 않는가. 말은 많지 않아도 밝은 표정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아, 그래요?’ 그렇군요? 하면서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했다. 특히, 상대에게 호감을 얻으려면 마음에 거슬리는 언행을 삼가고, 누군가에게 상처받을 험담이나 독설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말 잘하는 것은 환경이나 학습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격과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나는 본시 가방 끈이 짧기도 하지만 사회물정을 몰랐다.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건배사를 할 때가 있다. 너와 나를 가릴 것 없이 술자리에 들어서면 본인이 건배사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어느 날 직장 회식자리에서였다. 본부장이 나더러 건배사를 하라고 했다. 사전준비가 없던 나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맥주에 거품이 다 빠지고 미적지근해질 때까지 말을 늘어놓았던 기억이 있다. 그 자리에 앉아있던 직원들은 나를 어떻게 보았을까? 분명히 ‘저런 얼간이 같은 놈!’이라고 했으리라. 두서없이 지껄이는 말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건배사도 그렇지만 어느 곳에서나 말은 짧으면서도 메시지만 분명하면 만점이려니 싶다.

이 책의 저자 ‘마야모토 마유미’는 상대와 대화할 때 ‘말 끊어 먹지 말기’, 같은 자리에 없는 사람 ‘험담 늘어놓지 않기’, 한자리에서 ‘중언부언 하지말기’ 등을 강조하고 있다. 대화는 조물주가 인간에게만 허락해준 훌륭한 능력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 않던가. 즐겁고 긍정적인 대화는 웃는 얼굴에서 나온다. 상대방을 기분 상하지 않게 말하는 것도 ‘운을 부르는 부자의 말투’이지 싶다.

긍정적인 말은 뇌세포도 변화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말버릇을 고치면 운명도 변한다는 것처럼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경험으로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말은 불운을 가져다주며 줄 수 있으므로. 남의 흠을 보는 눈이 아닌 장점을 볼 수 있는 눈과 언행을 기르도록 노력하자.

* 임두환 수필가는 ‘대한문학’으로 등단해 전북문인협회, 영호남수필문학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행촌수필문학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수필집으로 <뚝심대장 임장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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