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 돌탑의 행복

2019.06.08 07:10

홍성조 조회 수:52

마이산 돌탑의 행복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홍성조

 

 

 

 

 

   마이산, 이곳이 옛적에는 담수호였는데, 7000여 년 전 지각변동이 일어나 마침내 호수 밑바닥에서 만들어진 퇴적층이 굳어져 암석이 솟아올라 산이 되었다고 한다. 산 높이 686M1979년에 전라북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속금산이라 하여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드린 영험한 곳으로 유명하고, 또 조선 태종이 이 산은 말의 귀와 같다고 하여 천하의 명산 마이산(馬耳山)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마이산 주차장에 내려 오솔길을 3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두 개의 큰 봉우리가 내 앞을 가로 막고 있었다. 그 중에서 큰 것을 암마이봉 또는 서봉(西峰)이라 부르며, 뾰족하고 작은 것을 숫마이봉 또는 동봉(東峰)이라 부른다. 가까이 가서 보니 지질이 역암층으로 마치 시멘트와 자갈을 섞은 레미콘을 공중에서 부은 것처럼 보이는 특이한 지질구조였다.  곳곳에 움폭 파인 곳이 있는데 이것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풍화작용으로 부서져 돌이 삐져 나온 흔적이 아닐까 싶었다.

 

   이 산은 봄에는 돛대봉, 여름에는 용각봉, 가을에는 마이봉, 겨울에는 문필봉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 산 앞에는 탑사(塔寺)라 부르는 절이 있는데, 주위가 탑으로 둘러싸인 절이라는 뜻이다. 산기슭에 지어진 탑사 대웅전을 보면, 부처님 세 분이 떡 버티고 있다. 이 부처님들은 앞  있는 돌탑의 영혼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았다.

 

   이 돌탑들은 조선후기 전북 임실에 살던 이갑용이라는 사람이 25세 때 그 근처 은수사에  머물며 솔잎 등으로 생식을 하고 수도하던 중, 꿈속에서 신의 계시를 받고 탑을 쌓기 시작했다고 한다. 돌탑은 정교한 화강암이 아니라 흔히 우리가 보는, 길에 굴러다닌 볼품없는 돌들이다. 일설에 의하면 이갑용은 낮에는 돌을 모아 운반하여 남 몰래 밤중에 쌓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120개의 돌탑들을 쌓았는데 지금은 80기만 남았다. 돌탑의 높이는 작게는 1M부터 높은 것은 15M의 탑들로 구성되었으며, 지금까지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고, 100여 년을 거뜬히 견뎌온 것도 부처님의 힘이 아니겠는가?

   

    돌탑은 평지가 아니라 산기슭에 쌓았는데, 그 당시에는 장비도 없이 오로지 손으로만 쌓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거운 돌을 산기슭까지 어떻게 운반했고, 어떻게 쌓았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이것은 분명 부처님의 신심이 작용했을 것이다. 탑사 앞쪽에는 월광탑, 일광탑, 중앙탑 등이 자리하고 있고, 뒤쪽에는 오방탑과 천지탑이 자리하고 있었다. 탑 모양은 원뿔형과 한줄형이 있는데, 원뿔형은  고깔을 만든 뒤 꼭대기에 외줄형 탑을 쌓은 것을 말한다. 또 돌탑과 돌탑 사이에는 좁은 산책로가 있는데 자세히 보니 정말 신비롭기 그지없다. 크고 작은 돌맹이로 빈틈없이 꽉 채워졌으며, 한줌 바람이 통하지 않을 것 같은 공법으로 쌓은 것을 보니,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돌탑을 쌓는데 거푸집도 없이 맨손으로 쌓는 비법은 신선이 아니고는 이룰 수 없는 현상이 아닐까?

 

   돌탑을 쌓은 이갑용 할아버지는 사람들이 범한 죄를 빌고 창생을 구할 목적으로, 108번뇌를 벗어나가 위해, 마음속에 부처님을 모시면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는 심정으로 쌓았다고 전한다. 나는 그날 마이산의 신비가 숨 쉬는 장엄한 자연의 돌탑에서, 이갑용 할아버지가  염원하는 구원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돌탑 앞에서 각자 소원을 비는 수많은 여행객들로부터 온갖 흠숭과 찬양을 받고 있으니, 돌탑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불쌍한 중생들의 바람을 해결해 준다고 믿고 있는 돌탑들은 얼마나 영광스러울까?  많은  여행객들이 돌탑 앞에서, 머리 숙여 삼배하고 정성껏 비는 모습을 보니, 나약한 중생들이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 짐작이 갔다.                                                                 

                                            (20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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