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견새

2019.06.13 07:11

최상섭 조회 수:7

두견새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최 상 섭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오빠생각의 동요는 한 때 우리 국민의 정서에 잘 어울리는 국민동요로 애창되던 때가 있었다. 이 동요에는 최순애와 이원수 두 아동문학가의 러브스토리가 있음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오빠생각의 작사자 최순애 씨는 일제강점기 수원에 살았고, 소파 방정환 선생께서 창간한 『어린이』 잡지에 '오빠생각'이 1925년에 입선했다. 당시 최순애(12)는 독립운동을 하러 고향을 떠난 오빠를 그리워하며 동시를 썼고, 훗날 박태준 씨가 곡을 붙여 국민동요로 불려지게 되었다.

  이듬해엔 창원에 살던 이원수(당시 15) 소년의 '고향의 봄'이 입선하게 되고, 두 사람은 어린이 잡지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며 10여 년 편지를 통한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요즈음의 펜팔 형태다. 그리고 훗날 두 사람은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몄다.

  그러나 세상사라는 것이 어찌 순탄할 수만 있을까? 더군다나 일제 감정기인 이 시절에 이원수 씨는 친일작가로 글을 발표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고, 그의 탄생 100주기에 자녀들이 공식으로 국민에게 사죄하는 글을 한겨레신문에 실었다.

  이 씨는 ‘고향의 봄’ 등의 작가로 널리 알려졌으나, 일제강점기 말기인 1942~1943년 조선금융연합조직회의 기관지 <반도의 빛>에 학도병 지원을 찬양하는 ‘지원병을 보내며’ 등 5편의 친일 시를 실은 사실이 2002년 뒤늦게 드러났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2008<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하며 그의 이름을 4,776명의 친일인사 가운데 한 명으로 올렸다

  나는 이 글에서 최순애씨의 오빠생각 동요나 이원수씨의 고향의 봄 동요를 즐겨 부름을 말하기보다는 내게 뜸북새에 얽힌 사연과 뻐꾸기에 관한 이야기를 회상해 보고자 한다.

 

  나는 농사일을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벼농사를 지으시는 아버지 곁에서 자랐다. 내가 태어난 동네는 동진강 하류가 흘러가는 곳으로 경지정리가 잘 되어있고, 제때 동진강물을 공급받아 농사짓기가 비교적 수월한 지역이었다. 동네 밑으로는 원평천이 흘러 이 원평천은 논의 물을 빼는 하천으로 사용되었고 수심이 깊었다. 나는 이곳에서 투망을 던져 잉어를 잡은 기억이 있다. 하늘을 날 것 같은 그 기분을 말해서 무엇하랴? 벽골제를 축조할 때 짚신의 흙을 털어 모아서 산이 된 신털미산(草鞋山)이 짚 앞 1km 지점에 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둥근 닭가리의 위 손잡이 부분을 실톱으로 자르고 계셨다. 그 때만 해도 뜸부기가 쉽게 눈에 띄었는데, 그 뜸부기는 막 파랗게 우거진 우리 논에서 앓을 낳으려고 벼 잎을 모아 집을 지으면서 농사에 피해를 주었다. 여러 번 집을 부수어도 뜸부기는 다시 집을 지었다. 이에 격분한 아버지께서 뜸부기를 생포하기 위해 닭가리에 팔이 들어갈 수 있게끔 구멍을 뚫으신 것이다. 그리고는 달빛이 없는 그믐밤에 드디어 뜸부기 생포 작전에 나서 뜸부기를 잡아 오셨다. 머리에 붉은 벼슬이 있는 뜸부기를 어버지께서는 우리 형제들을 위하여 발목을 줄로 묶어서 닭장 속에 가두어 두셨다. 어린 마음에 뜸부기가 한없이 불쌍했고 학교에 다녀오면 으레 물과 모이를 주었으나 뜸부기는 먹지 않았고 우리를 보면 제 몸 숨기기에 급급했었다. 그날도 학교에서 돌아와 뜸부기를 찾았으나 뜸부기가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살쾡이가 잡아 갔다고 하셨다. 다음날 아침 아버지의 밥상에 무를 채 가시어서 만든 국이 뜸부기 국인지를 그 때는 몰랐다. 그 때 어린 마음이 얼마나 섭섭했는지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뻐꾸기는 집나간 각시를 찾으려고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슬피 운다.’고 말씀하셨다. 뻐꾸기는 두견목 두견과에 속하며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흔한 여름새로 학명은 Cuculus canoro이다. 한국에서 여름을 나는 이 새는 시베리아.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하며 번식 후 동남아로 남하하여 겨울을 난다. 산란기는 5월 하순에서 8월 상순이며, 다른 새(개개비·멧새·노랑때까치·붉은빰새 등)의 둥지마다 1개씩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는 일을 맡긴다. 10-12일쯤 지나면 먼저 부화되어 다른 알들을 밀어내고(托卵) 1-2일 만에 둥지를 독점하여 20-23일간 다른 새의 먹이를 받아먹고 자란 뒤 둥지를 떠난다. 둥지를 떠난 뒤에도 7일 이상이나 먹이를 받아먹는다. 한 마리 암컷이 12-15개의 알을 12-15개의 둥지에 낳는다. 뻐꾸기는 주로 곤충을 잡아 먹으며, 특히 송충이 등 모충을 즐겨 먹을 수 있도록 위벽이 발달했다.

 

  그런대 이 뻐꾸기가 울 때를 보면 혼자 날아다니며 정말로 집나간 각시를 찾는지 입을 항상 벌리고 두리번거리며 슬프게 운다. 금년에도 뻐꾸기가 날아와 아까시나무 꼭대기에 앉아서 슬프게 울고 있다. 왜 각시는 집을 나갔고 정말로 각시를 찾으려 저렇게 슬피 우는 것일까? 미물인 새도 저렇게 이별을 서러워하며 슬피 우는 것을, 동기간에 생이별을 한 이산가족의 슬픔은 어떠할까 생각하면 나는 괜히 뻐꾸기가 야속해진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기를 염원하며 자유 왕래라도 이루어질 날을 손꼽아 가다려 본다.       

                                                  (2019.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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