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다르다

2019.06.24 06:03

정근식 조회 수:5

프로는 다르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정근식

 

 

 

 

 점심식사 때가 되면 고민을 했다. 식사메뉴 때문이다. 무엇을 먹을까,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해도 마땅히 떠오르는 식당이 없었다. 그래서 날마다 식당을 옮겨 다니며 식사를 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식당을 정했다. 새로 생긴 식당에서 프로의 향기를 맡았기 때문이다.

 두 달 전에 사무실 근처 주택가에 식당이 생겼다. 거리가 멀어 점심시간 한 시간 내에 식사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새로 생긴 식당에 관심을 두지 않고 근처 식당을 돌아가면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얼마 전,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시간이 넉넉하여 새로 생긴 식당으로 갔다. 사무실과 떨어져 손님이 없겠지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랐다. 빈자리가 없었다. 다른 식당에 가려다 잠시 기다렸다가 자리에 앉았다. 여건이 좋지 않은데도 식당이 잘 되는 이유가 궁금해서였다.

 주인의 첫인상과 서비스가 다른 식당과는 달랐다. 표정도 밝았지만 주문받는 태도가 특이했다. 자신의 자세를 낮춰 손님과 얼굴 높이를 맞춘 뒤 주문을 받았다. 주문받는 주인의 모습에서 내가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문한 메뉴도 지체 없이 나왔다. 반찬이 정갈하였으며 맛도 썩 괜찮았다. 식사를 마치자 과일과 차까지 주었으며, 주인은 손님에게 일일이 골목까지 나가 배웅을 해 주었다. 며칠 뒤 내가 다시 그 식당을 찾았을 때 지난번 식사메뉴까지 기억하며 식사가 어떠했는지 묻기도 했다.

 식당 주인은 처음 보름 동안 손님의 주문 메뉴를 분석했다고 한다. 거리가 떨어져 있는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주문이 많은 메뉴는 미리 준비했다가 주문과 동시에 식사를 제공함으로서 인근 식당과 식사시간을 비슷하게 해 준 것이다. 서비스와 음식의 맛도 좋았지만 고객의 대기시간을 최소화함으로써 손님이 다시 찾도록 한 것이다. 식당의 승패는 식사한 손님이 다시 방문하는 것인데 그 식당주인은 그것을 해결했다. 그 뒤 나는 그 식당의 단골이 되었다.

 지난 주말 작가 모임에서 전업작가를 만났다. 그는 공무원을 그만 두고 오래전부터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유명한 작가라도 인세수입이 작아 전업작가 생활이 어려울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비교적 이름이 알려져 있는 작가라 그의 인세수입이 궁금했다. 정확한 금액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생활에 제법 보탬이 된다고 했다. 그는 동화책과 소설책을 10권 정도 냈으며, 동화책은 교육부 권장도서로 지정받았다고 한다.

 평소 전업작가 생활을 동경해 왔던 나였다. 정년도 없는 작가생활이라 평소 부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전업작가인 그가 글쓰기에 투입하는 시간이 궁금했다. 놀라웠다. 하루에 14시간 정도 글을 쓴다고 했다. 자신은 글쓰는 재주가 부족해 시간을 많이 투입한다고 한다. 주말에 시간이 되면 가끔 글을 쓰면서 능력이 부족하다며 투정을 했던 나였다. 그에게 14시간 글을 쓴다는 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졌다.

 나도 글을 쓰고 있다. 나는 그 전업작가처럼 최근 한번도 치열하게 글을 쓴 기억이 없다. 특별히 글을 써야 할 이유도 없고, 글을 쓰지 않는다고 불편한 것도 없다. 가끔 들어오는 원고청탁 기한만 맞추면 이럭저럭 작가생활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프로는 달랐다.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는 최소한 1년에 책 1권 이상을 출판한다. 덕분에 2,3년마다 이름있는 문학상까지 받기도 했다. 그는 전문적인 작가 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프로였다.

 

 식당주인과 전문작가를 만나면서 프로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처럼 전문 프로선수만이 프로는 아니다. 단골식당 주인도, 전업작가도 프로이고, 직장을 다니고 있는 우리 모두도 프로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봉급을 받는 우리 역시 프로스포츠 선수 못지않은 프로이다.

 프로는 가까이에 있다. 내가 다니는 직장이나 사회에서도 볼 수 있다. 어느 직장이든 입지전적 인물은 꼭 있다. 말단 공무원부터 시작하여 장관까지 한 사람도 있고, 고졸로 입사하여 대기업 대표이사까지 오른 분도 있다. 내가 다닌 직장도 마찬가지다. 같은 시기에 출발하여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성공한 것은 진정한 프로였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아마추어 같은 프로도 있고 프로 같은 아마추어도 있다. 가끔 아마추어 같은 프로를 만나면 실망을 하기도 한다. 뛰어난 프로는 우연히 생기는 게 아니다. 멀리 떨어진 식당이 번창하는 이유나 작가가 책이 많이 팔리는 이유는 분명 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프로이기 때문이다. 프로는 다르다. 아니 꼭 달라야 한다.

                                                                  (11.3)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7 반거충이가 되고 싶다 정근식 2019.06.24 5
» 프로는 다르다 정근식 2019.06.24 5
745 축구의 매력에 빠지다 곽창선 2019.06.23 4
744 송도의 황진이, 부안의 매창 이종희 2019.06.22 11
743 붕어야, 미안하다 김창임 2019.06.20 7
742 채만식문학관을 찾아서 정석곤 2019.06.20 7
741 나는 보았다 한성덕 2019.06.20 5
740 내가 맞는 현충일 김길남 2019.06.19 5
739 백만불짜리 주스 김창임 2019.06.19 3
738 '는들바위'의 전설 신효선 2019.06.19 17
737 송도 황진이와 부안 매창 이종희 2019.06.18 38
736 눈개승마 백승훈 2019.06.18 9
735 인연 정근식 2019.06.17 9
734 암행어사의 유척 정근식 2019.06.17 8
733 수필가의 자긍심 한성덕 2019.06.17 11
732 완두콩 이야기 이진숙 2019.06.17 9
731 김동식의 '댓글부대' 구성은 2019.06.16 9
730 모자랄 때 눈을 뜬다 한일신 2019.06.15 4
729 목불인견 김백옥 2019.06.14 7
728 아내가 쓰러자던 날 김백옥 2019.06.1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