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점

2019.06.28 17:43

김길남 조회 수:50

수필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점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수필공부를 시작한 지 12년이 되었다. 요즘도 수필을 쓰려면 어려움을 느낀다. 잘 써야지 하는 마음이 앞서서 두렵기까지 하다. 틈만 나면 다른 사람의 작품을 많이 읽는다. 지금까지 적어도 2만 편은 읽었을 것 같다. 읽으며 배우고 본받고 깨우쳤다. 남의 작품을 읽으며 나도 이런 점은 고쳐야겠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시정해야겠다고 깨달은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수필의 구성이다. 소재를 어떻게 짜 맞추느냐가 중요하다. 수필의 뼈대이고 얼개다. 시간의 순서대로 또는 체험한 차례대로 하면 밋밋하여 감칠맛이 없다. 핵심적인 내용을 어디에 배치하느냐가 문제다. 앞에 놓을 수도 있고, 맨 나중에 언급할 수도 있다. 하나의 주제로 일관되게 전개하되 소재마다 갖는 가치가 있으니 섞어 배치하는 것이 좋다. 감동을 받을 만한 소재를 뒷부분에 비치하는 것이 읽는 사람에게 적절하려니 싶다.  

 다음은 서술하는 방식이다. 수필은 설명식으로 쓰지 말고 체험형으로 쓰라고 배웠다. 그런데 대부분 설명식이고 개념적 표현을 한다. 마이산에 대한 수필이라면 ‘마이산은 모양이 말의 두 귀 같고 아래에 돌탑이 많아서 구경 오는 사람이 많다.’고 쓰면 설명식이다. ‘친구와 같이 마이산에 갔다. 가까이 가니 산이 마치 말의 두 귀처럼 보였다.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니 돌탑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쌓은 솜씨가 오묘했다. 심한 비바람에도 넘어지지 않는다 한다. 구경꾼들이 많아서 걷기도 힘들었다.’이렇게 체험형으로 쓰라는 것이다.

 또 진부한 내용이나 표현은 삼가자는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표현한 내용을 그대로 쓰지 말 것이며,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쓴 수필은 '헤헤 그것이구만!' 하고 넘겨버리게 된다. 9988234나 삼포, 오포, 칠포시대 이야기도 너무 진부하다. 이제 혼술 혼밥도 흥미가 없는 내용이다. 어렸을 때 하던 구슬치기, 딱지치기, 제기차기, 고무줄놀이도 다 아는 이야기다. 나만 체험한 색다른 것이 무엇일까 찾아야 한다. 새로운 것을 찾아 쓰려니 어려움이 많다. 그것이 수필가의 몫이고 책임이다.  

 또 하나는 수필을 짧게 쓰자는 것이다. 수필이 독자를 잃은 것은 내용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고만고만한 내용을 길게 늘여 빼 놓으면 읽다가 지쳐 넘겨 버리게 된다. 긴 수필을 읽어보면 특별한 소재가 계속 이어지는 것도 아니면서 같은 내용을 길게 늘여놓은 것이 많다. 짧게 콕 찌르는 맛이 나도록 써야한다. 그래서 아포리즘 수필, ()수필, 5매 수필이 나오지 않았던가? 길어도 15매 정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책으로 나왔을 때 4쪽을 넘지 않는 길이가 적당하다고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같은 내용의 반복은 금물이다. 한 문단에 같은 단어를 되풀이하여 쓰지 말라고 배웠다. 그래도 쓰다 보면 계속 또 쓰게 된다. 더구나 같은 내용을 절대로 또 쓰면 안 된다. 앞에 이야기가 나왔는데 뒤에 또 그 이야기를 다시 하면 되겠는가? 내가 경험한 일인데 수필집을 냈더니 앞의 수필에서 한 내용이 뒤에 또 나온다는 평을 들은 일이 있다. 수필집 내에서도 삼가야할 일을 한 수필 안에서 해서야 되겠는가?

 

 덧붙이자면 한 수필에 주제는 하나여야 한다. 많이 주의를 들은 내용인데 지금도 고쳐지지 않는다. 어떤 수필가는 문학단체 대표도 한 분인데 수필집을 보니 한 수필에 주제가 둘이 있었다. 한두 편만 그런 게 아니고 거의 전부가 그랬다. 착각하고 그렇게 써야하는 것으로 안 것 같았다. 요즘에 보면 시정되어 괜찮다. 한 나라에 대통령은 하나이지 둘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제가 둘이면 무엇을 말 하려는 수필인지 알아차릴 수가 없다. 이것은 절대 금물이니 꼭 지켜야 할 점이다.

 위에서 밝힌 내용은 어느 개인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의 경향이 그렇기도 하다는 것이다. 물론 아무 하자도 없이 잘 쓴 수필이 대부분이지만 잘 못 된 작품도 있어서 좀 더 수필을 잘 쓰자는 의미로 살펴보았다.

 수필공부를 하는 사람이면 다 아는 내용을 말한 것 같아 송구하다. 그래도 다른 작가의 수필을 읽어보면 이런 현상이 눈에 띄어 피력해 보았다. 우리 수필동우회원들이 읽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겠다.  

                                                   (2019.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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