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를 물고 온 제비

2019.06.28 18:23

김삼남 조회 수:70

박씨를 물고 온 제비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삼남

 

 

 

 

 제비는 철따라 오가는 흔한 철새가 아니다. 3월 3일 삼짓날무렵 이역만리 강남에서 돌아와 99일 중량절이면 따뜻한 고향 남쪽으로 돌아간다. 어쩔 수 없이 명절날이면 고향 찾는 사람처럼 이기적이 아니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모기와 파리 등 해충을 잡아주고, 검정과 하얀깃털 빨간 마후라를 두른 물찬 제비라고 날렵하고 청빈스런 용모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새다.

 

 제비는 판소리 흥부가(興夫歌)의 박타령처럼 흥부에게 은혜를 갚고 놀부의 해악을 응징하는 인과응보 勸善懲惡의 가르침을 주는 스승의 표상이 되는 새다. 제비가 사람을 얼르면 비가 오고, 새끼를 많이 까면 풍년이 든다고 반기는 새다. 제비는 작아도 날렵하여 시속 90km로 강남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歸巢本能으로 처음 지었던 집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 수리하여 산다. 빗물 들지 않는 처마 밑에 풀잎과 지푸라기를 흙으로 반죽하여 밥그릇처럼 아담하게 집을 짓는다. 6개월 남짓 머무는동안 5-6개씩 두 차레 알을 낳아 어미와 아빠가 함께 교대로 품어 식구를 늘린다. 노오란 부리의 새끼 입에 먹이를 고루 먹여 3주간 자라면 둥지를 떠나 자유자재로 날며 독립생활을 한다. 엄마 아빠와 새끼 등 식구들이 차례로 줄지어 빨랫줄에 앉아 정담하는 모습이나, 늘어진 줄에 줄지어 앉아 그네처럼 흔들며 귓속말을 하는 모습은 곡예사의 묘기처럼 아슬아슬하면서도 귀여워 보인다. 한식구처럼 정다웠던 제비들이 언제부터인지 점점 사라져 그 모습이 잊혀져 간다. 시골마을은 몰론 시끄러운 도시에서도 향수처럼 제비 모습이 그립다. 더구나 유명한 조각가의 작품처럼 아름다운 제비집을 요즘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항상 왕래하는 평화대로를 걷다가 보고 싶어 했던 제비집 한 쌍을 발견했다. 큰 교회옆 단층 스라브집 처마 밑에 귀한 제비집이 신기로웠다. 번거로운 이 장소에 드나드는 제비 모습을 한 철 지켜 보았으나 볼 수 없고, 빈집만이 을씨년스럽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해가 지나 이듬해 봄에도 기다리던 제비는 오지 않고 집주인이 제비집을 뜯지 않고 보존하는 것이 고마웠다.

 

 나는 매일아침 한 시간 반씩 산책을 한다. 남천교 주변 천변길을 걸어 매곡교 근처 새벽시장을 구경한다. 내 앞을 가로질러 형체를 분간할 수 없이 빠르게 나는 새들이 하루 이틀 낯이 익어 참새 아닌 검은색 제비로 추정되고 냇가를 돌아온 새들은 노점상 점포 밑으로 사라지곤 했다. 혹시 제비라면 점포 어딘가 집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오가며 주인 몰래 제비집 찾기에 정성을 들였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 상인들은 영업상 점포내 제비집을 허락지 않아 얼기설기 얼켜진 건물 2층 어디에 집을 짓고 살 것으로 생각하여 제비집 찾기를 포기한 어느날 노점상 중간쯤 00상회 안쪽 배니다 벽에서 보일 듯 말듯 덩그런 제비집을 발견했다. 마치 광부가 찾던 금맥을 발견한 것처럼 몹시 반가웠다. 나도 몰래 환호작약하며 주인에게 내색도 하지 않고 돌아왔다. 그뒤로도 계속 산책길에 또다른 제비집 찾기에 열중했으나 여전히 제비들이 날아다녀도 또다른 제비집을 찾지 못했다.

 

  최근 사람과 자꾸 멀어져 가는 제비 모습은 기후 변화와 사람의 주거환경 변화도 원인이겠지만, 제비들에겐 더 살기좋은 생활터전이 생긴 것 같다. 또 우리가 제비 사랑보다 애완견이나 애완 조류에 빠져 있는 것을 제비들이 눈치를 챈 듯싶다. 언론 매체조차 아예 제비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던 어느날 어느 텔레비전에서 경남 의성 어느 마을 큰 제각에 40여 쌍의 제비집이 있고, 그 집에 제비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는 반가운 소식을 볼 수 있었다. 그 지역은 산세도 좋고 마을앞 맑은 냇물이 항상 흘러 공해없는 곤충류 먹이가 풍부한 환경이고, 주민들의 한결같은 제비 사랑 때문이라고 한다. 제비도 사람처럼 의식주가 삶의 기본요소다. 또 외부의 침해 없는 환경이 삶의 조건임에 틀림없다. 점점 사람들의 의식은 사치스럽게 애완동물에 빠져 박씨를 물고 오는 제비 사랑에 소홀한 탓이려니 싶다.

 

흥부같은 착한 사람에게 박씨로 은혜를 보답하는 보은의 제비가 다시 찾아 올 수 있기를 바란다. 청순한 우리 어린이들이 동화에서나 본 것처럼 박씨를 물고 온 제비로 인하여 금은보화 가득한 박을 타는 모습을 꿈꾸며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9.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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