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엔 행복배달부들이 많아서 좋다

2019.06.30 11:14

김학 조회 수:3

내 주변엔 행복배달부들이 많아서 좋다


김 학


“♩♬♪♫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정말 행복합니다. ♩♬♪♫ (이하 생략)”

내 주변엔 행복배달부들이 많아서 좋다. 달이 가고 해가 바뀔수록 행복배달부들은 자꾸 늘어난다. 2001년 9월부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수필 강의를 시작한 뒤 어언 18년이나 흘렀다. 그 동안 안골노인복지관과 꽃밭정이노인복지관, 신아문예대학 등 나의 활동 범위도 꽤나 넓어졌다.
수필을 만나서 나처럼 노후가 행복한 사람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수필에 관심을 가진 이들을 모아 수필가로 길러내는 일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들은 수필가로 등단할 때 나에게 행복을 주고, 그들이 수필집을 출간하면서 또 나에게 행복을 준다. 그런 뒤 그들이 문학상을 받으면 또 나는 내일처럼 행복을 느낀다. 수필을 공부하는 수강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여러 번씩 나에게 기쁨을 준다. 내 주변에는 나에게 행복을 주는 행복배달부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김재희, 이은재, 이주리, 정원정, 정성려 등 다섯 명이 신문의 신춘문예 수필부문에 당선하여 나에게 기쁨을 주었고, 목포문학상 수필부문에 당선한 정원정‧ 조윤수 그리고 평사리문학상 수필부문에 당선한 박일천도 나에게 행복을 건네준 수필가들이다. 지금까지 수필집을 출간한 이들이 183 명이고 갖가지 문학상을 받은 이들이 141명, 수필가로 등단한 이들이 246 명이나 된다. 그뿐이 아니다. 등단 이후 해마다 수필집을 한 권씩 8권의 수필집을 출간하신 김길남 어르신과 7권을 출간하신 김현준 선생도 나를 행복하게 하신 분들이다. 이들은 모두 나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었고,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줄지어 나타날 것이다.
어떨 때는 마치 내가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 같은 느낌도 받는다. 시골 학부모들은 집에 좋은 먹을거리가 있으면 먼저 선생님에게 가져다드리려고 한다. 계란 한 줄이나 알밤 한 됫박이라도 나누어드리고 싶어 한다. 요즘 내가 시골초등학교 선생님인가 착각할 정도다.
어느 날 초저녁에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스마트폰이 울렸다. O씨였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그의 손엔 쑥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벌써 두 번째 선물이다. 산불감시원으로 활동하는 O씨는 산불감시를 하러 갔다가 쑥을 캤고, 그 쑥이 나한테까지 건네진 것이다. 그 쑥으로 쑥국을 끓여먹고 쑥 전을 만들어 먹으니 별미였다.
정읍에 사시는 ㅈ선생은 가끔 보리누룽지를 보내주신다. 쌀 누룽지는 시장에서 팔지만 보리누룽지는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ㅈ선생은 용케도 잘 구해주신다.
지난봄에는 C씨가 고로쇠물을 보내주어서 맛을 보았다. 자기 고향에서 구한 물이어서 더 정감이 갔다. 이러니 어찌 내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으랴.
며칠 전 택배가 왔다. 성주참외였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보낸 사람의 이름을 알 수 없었다. 상자를 열어 보았다. 황금색 참외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 상자 안에 보내준 이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대구 출신 ㅈ수필가가 보내준 선물이었다. 전주에서 근무하다 고향 근처 책임자로 발령이 났는데 참외의 고장 성주를 지나다 생각나서 보낸 것이라 했다. 아내는 그 참외를 옆집 아주머니와 아파트 경비실과 관리실 그리고 교회 목사님과도 나누어 먹었다. 훈훈한 인정이 느껴져 행복했다.
ㅈ수필가는 가을이면 도토리를 주워 손수 묵을 쑤어서 강의실로 가지고 나와 나누어 먹기도 한다. 그녀가 나오는 신아문예대학 수요반은 유난히 천사들이 많다. 반대표를 맡은 ㅊ수필가가 개강 첫날부터 사비로 모든 수강생들이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고급 빵을 사오면서부터 천사반이란 별명이 붙었다. 그래서 그런지 서로 천사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분위기가 무척 좋다.
그런가 하면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ㄱ씨는 남자 천사다. 하지감자와 양파 캘 때, 대파와 상추, 깻잎을 뜯을 때, 대추를 딸 때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문우들을 초대하여 점심도 대접하고, 직접 가꾼 농산물을 한 봉지씩 들려 보낸다. ㄱ씨는 때로는 시금치, 파, 상추 등 농산물을 비닐봉지에 담아 강의실로 가지고 와서 나누어 주기도 한다. 언제나 주고 싶어서 안달이다. 또 ㄱ씨는 교수님이 건강해야 한다면서 나에게 붕어 즙이나 대추 즙을 주기도 한다. 또 G어르신은 손수 농사를 지어서 명절 때마다 오가피 즙이나 환을 만들어 두 박스씩 보내주시곤 한다. 그러니 어찌 내가 건강하지 않을 수 있으랴.
목요야간반의 ㅈ씨는 정이 많은 분이다. 만나는 날마다 무언가 꼭 건네주고 싶어 한다. 어떨 때는 튀밥 한 봉지를 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캬라멜이나 오렌지, 포도나 복숭아를 주기도 한다. 언젠가는 남원 인월면에 갔다가 사왔다며 지리산 흑돼지고기를 건네주기도 했다. 참 고맙기 이를 데 없다. 또 화가인 ㅈ선생은 늦가을이면 빨갛게 잘 여문 붉은 고추를 한 포대씩 건네주어서 고추가루 걱정을 덜어주기도 한다,
해마다 늦가을이면 커다란 늙은 호박을 택배로 보내주신 분이 계셔서 겨울에 호박죽을 쑤어먹곤 했는데 그 어르신이 돌아가셔서 그런 호사는 다시 누리지 못하고 있다. O수필가는 늦가을이면 자기 집에서 땄다면서 큰 홍시 한 상자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또 김장철이면 김치를 보내주는 분들이 여러 분 있는가 하면, 자기 집에서 딴 모과를 가져다주는 분도 있다. 또 솜씨 좋은 어떤 여류 수필가는 깻잎김치, 미나리김치, 봄동 배추김치, 달걀장조림, 식혜 등을 가져다주어서 우리 집 식탁을 풍요롭게 가꾸어 주기도 한다. 이렇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있으니 어찌 나는 행복하지 않겠는가?
나는 늘 이들 행복배달부들에게 어떻게 보답할까 연구하며 산다. 무엇보다도 강의내용을 충실히 준비하여 한 가지라도 더 일깨워주려고 노력한다. 첨삭지도를 열심히 하여 창작능력을 배양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또 최신 문단소식을 전해주고, 수필현상공모 정보를 파악하여 도전하도록 권유하는데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얼마 전 서울에서 수필 강의로 명성을 날리는 ㅈ씨를 만나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나의 근황을 소개하면서 수필반 수강생들의 행복배달 소식을 들려주니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나는 그의 반응을 보고 서울보다 전주가 더 좋은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전주는 사람다운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고장임이 분명했다.
(2019.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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