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

2019.07.05 20:30

김창임 조회 수:8

매듭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매듭은 실, , 로프, 테이프 등을 써서 걸거나 매거나 감는 방법으로 등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폭넓게 이용된다. 빨랫줄을 매거나 운동화 끈을 묶을 때, 식품 포장이나 화물차에 이삿짐을 적재할 때도 요긴하게 쓰인다. 등산용으로 쓰이는 매듭은 등반자의 안전과 관계가 있으므로 정확한 용도와 명칭, 매는 방법 등을 숙지해두어야 한다. 등반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매듭 매는법을 숙지하도록 많은 연습을 해두어야 한다. 모든 매듭은 맨 후에 한 번 더 죄어주어야 하며 등반중이나 작업 중에 매듭이 풀려서 일어나는 불상사가 없도록 사전에 신중하게 점검해야 한다.  


 매듭의 종류는 옭매듭, 물매듭, 보울라인 매듭, 고리8자 매듭 등이 있는데 고리8자 매듭을 제일 많이 사용한다. 옭매듭은 가장 간단하고 기본적인 매듭이다. 두 가닥의 로프를 연결하는 피셔맨 매듭도 두 개의 옭매듭이 합쳐진 것이다. 모든 매듭의 끝처리는 이 매듭으로 마무리한다.


 어느 날이었다. 남편은 뒤편에 있는 장독대에서 쌀 포대의 매듭을 풀기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포대 속에는 우리의 끼니를 해결해줄 쌀이 그득 들어 있어 조심하며 풀어야 했다. 이런 경우는 매듭을 풀지 못해도 큰 어려움은 없다. 그렇지만 위험한 작업 중이거나 등반중일 경우에는 매듭을 풀지 못하면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 책보자기에 책을 싸가지고 다녀서 보자기 매듭은 저절로 익혔었다. 그런데 우리 막내아들은 보자기로 물건을 싸는 법을 몰라 매듭법을 가르쳐 주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결혼하기 1년 전으로 기억된다. 마당에는 깨끗하게 빨아놓은 옷들이 빨랫줄에서 허수아비처럼 너울거렸다. 바람이 옷들과 장난이라도 하려는지 세차게 동쪽에서 불었다가 서쪽에서 불었다가 제멋대로였다. 그러더니 빨랫줄이 화가 났는지 아니면 무거움을 견디지 못해서인지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나는 얼른 대나무를 곧추 세우고 끈으로 매듭을 한 다음 다시 빨래를 나란히 널어 말렸던 기억이 난다. 매듭법을 알기에 빨래를 말릴 수 있었다.  


 나는 시댁과 원만하게 지내기 위하여 무던히도 노력했다. 교우들과 동창생들 그리고 친정 친지들과도 마찬가지다. 사이가 조금 멀어진 시동생이 있으면 그 시동생에게 더욱 진심으로 대하고, 교우나 친지들에게도 그랬다. 나는 한 시동생과 원만하게 지내면 다른 시동생과 사이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었고, 그 시동생과 원만해지면 다른 시동생이 문제가 생길 때도 있었다. 또 친정 올케, 여동생과도 사이가 좋았다가 나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나만 잘한다고 사고가 안 나는 게 아니다. 상대방으로 인해 사고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성심을 다해 잘 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나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내가 말을 잘못하여 사이가 나빠지기도 했다. 곰곰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관계가 대부분은 사람들 사이의 매듭이 잘 풀리지 않아서 그런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 가장 잘 풀리지 않는 매듭은 무엇일까? 남편보다 두 살 아래인 시동생과의 관계였다. 결혼하여 일찍 혼자가 되니 시동생은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이다. 자기 일이 그렇게 되어서 그런지 항상 무뚝뚝하고, 나 역시 애교가 없어서 그저 무덤덤하게 지냈다. 언젠가 시동생이 나에게


  “다른 형수들은 장난도 하면서 재미있게 사는데 우리는 그러질 못하네요.


라고 마치 내게 원인이 있는 듯 말을 했다. 그래서 그 뒤로 나는 말보다 행동으로 많은 노력을 했다. 불고기를 만들거나 삼겹살을 사다가 주기도 했다. 또 생일날이 되면 옷을 사서 선물했다. 그리고 조카들에게 과일과 상품권을 보내주었다. 또 압력밥솥을 선물하기도 했다, 치질수술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술비 전액을 지불하기도 했고, 우리 부부가 퇴직을 할 때마다 양복을 두 차례나 선물했다. 명절 때는 사돈댁인 제주도에서 귤과 소고기를 보내오면 꼭 보내주었다. 우리 가족 생일날에는 시동생 식구와 함께 식사를 하고, 아내를 얻었다는 소식에 두 사람을 초대하여 식사 대접을 했다. 보증을 서달라고 하면 그 문제만큼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해주었다.

 어느 날이었다. 우리 집에 식사하러 온 시동생에게

 “서방님! 머리를 검게 물을 들이니 10년이나 젊게 보이네요.

라며 덕담을 해주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면 보통사람들은 ‘감사합니다’ 아니면, ‘기분이 좋네요.’ 라고 말할 것 같은데, 그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으니 분위가 썰렁해졌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그랬다. 그래서 나는 시동생에게 웃으며

 “언제는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한다기에 나도 일부러 아낌없이 덕담을 해 봐도 반응이 없이 분위기가 썰렁하니 어디 되겠어요?

라고 했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뒤로 호칭을 바꾸어보았다. ‘고 사장님’이라고 했더니 그때는 얼굴이 보름달처럼 환하게 밝아졌다. 역시 남자들은 사회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그랬다는 것을 깨닫고 그 뒤로 항상 ‘고 사장님’이라고 칭한다. 여자들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아름다워지려는 욕구가 있는데 남자들은 조금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여동생에 대한 이야기다. 동생도 혼자서 두 아이를 기르느라 고생이 많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여동생에게 생일 챙기기, 과일이나 김치보내기, 자기애들 졸업선물 챙기기 등 정성을 다하려 해도 그저 고맙다고 하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말투가 아닌 것 같다. 안부전화도 이따금 내가 하지 내생이 해 본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어느 날은 내가 동생에게

 “아직 젊은데 혼자 사는 것이 너무 아깝구나.

라고 하면서

 “남자 친구를 사귀어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구나.

라고 말했더니 그때서야

 “나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언니뿐이네.

라고 하면서 매우 고맙다고 했다.

 이렇듯 우리의 삶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관계인 매듭을 풀어가는 것이 곧 인생살이가 아닌가 싶다. 이런 매듭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서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는 것 같다. 사람들 사이의 얽힌 실마리인 매듭을 ‘내 탓이요.’라는 자세로 풀어나가야 매듭은 쉽게 풀리지 않을까? 불행과 실패도 내 탓이요, 가난과 좌절도 내 탓이요, 나쁜 관계도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매듭을 풀려고 시작해야 한다. 남의 탓으로 돌릴 때 매듭을 푸는 일은 요원해질 뿐이다. 나 자신을 알고 나면 얽히고 섥힌 인생의 매듭도 쉽게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 

                                               (2019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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