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 가는 길

2019.07.08 14:05

이진숙 조회 수:2

수목원 가는 길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진숙

 

 

 

 

 나는 오늘도 수목원에 다녀왔다. 수목원 가까운 곳에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있어서 무척 좋다. 우리 집에서 편안한 옷차림으로 나서서 혼자 걸어 가다보면 주유소도 지나고, 또 어느 파이프 도매상에 묶여 있는 백구 두 마리의 컹컹 짖어대는 소리에 깜작 놀라며 혼잣말로 ‘가끔 보는데 아직도 낯설어 짖어 대는 거야?’라며 눈을 흘겨 주기도 하며 걷는다. 또 다른 주유소가 나온다. 그곳을 거의 다 지나는 끝에 높이 센서가 달려 있어 오가는 행인마다 모두 감시하는 듯 크게 소리를 내면 괜히 움찔 해진다. 깜짝 놀란 마음을 달랠 새도 없이 바로 옆에는 맛 집으로 소문난 국수집이 있다.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언젠가는 꼭 한 번 들어가 봐야지.’하면서 아직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집이다. 내가 수목원에 가는 시간이 점심때가 되려면 한참이나 시간이 남았는데도 꾸역꾸역 차들이 몰려와 순식간에 너른 주차장이 꽉 차 버린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곤 했다.

 우리 동네는 중고차를 사고 파는 곳이 많다. 집에서 조금만 빠져 나와도 커다란 중고차매매단지가 있는데 국수 집 바로 옆집도 중고차를 파는 곳이다. 이곳은 주로 트럭만 파는 듯 온갖 종류의 트럭들이 이제나 저제나 제 주인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듯 줄을 잘 맞추고 서있다.

 여기까지는 신작로라 많은 자동차들이 지나 다니는 곳이기에 무척 시끄럽다. 이곳을 지나면 나는 골목길로 접어 든다. 골목이라고는 하지만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골목을 조금 걷다가 오른 쪽으로 돌아가면 멋진 집이 한 채 나온다. 아주 오래 전부터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 아주 높은 곳에 있어서 집이 잘 보인다. 그땐 퍽 부러운 눈길로 보곤 했었는데…. 그 집 마당은 골목길과 같은 높이에 있다. 대문 곁에는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오가는 사람들에게 곁눈질을 하듯 삐뚜름하게 서있다. 대문이 지나가는 길손에게 집 구경을 시켜 주는 것 같이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되어있다. 소나무를 지나면 안쪽에 시원스럽게 생긴 모정이 있고, 마당에는 잔디가 마치 잘 손질된 작은 골프장처럼 정갈하다. 모정 옆으로는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돌로 정겹게 만들어져 있다. 그 계단을 따라 눈을 들어 높이 있는 집을 보면 빨간 벽돌의 이층집이다. 누가 살고 있을까? 대문이 열려 있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 집을 한참 들여다보고 걸음을 옮겨 조금 가다보면 박스 종이에 ‘안에 있는 박스를 가져가지 마시오’라고 서툰 글씨로 써서 허름한 비닐하우스 벽에 붙여 놓은 곳이 있다. 그 옆에는 유모차 같은 작은 손수레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나이가 많으신 노인이 그 손수레에 매일 돌아다니며 박스를 주어다 쌓아 놓은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다. 요즈음 같이 무더위가 한창일 때는 그 시간을 피해서 박스를 주으러 다녔으면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그곳을 지나갔다.

 어느 부지런한 농부의 솜씨인지 골목이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긴 삼각형 모양의 넓은 밭이 나온다. 내 짐작에 포도밭을 했었는지 밭 둘레에는 모두 포도나무가 마치 울타리처럼 쭉 서있다. 포도나무를 가꾼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 안에는 온갖 푸성귀가 거름이 넉넉한 듯 반질반질 윤기가 흐른다. 그리고 얼마나 부지런한지 고랑마다 풀 한 포기도 볼 수가 없다. 밭 중간쯤 가니 대문이 활짝 열린 집이 보인다. 동네에서 대문이 열린 집을 보기는 처음이다. 그 안을 바라보니 오밀조밀 잘 가꾸어 놓은 남새밭도 보이고, 아기자기하게 가꾼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예쁜 꽃밭도 보였다. 마침 안주인인 듯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셨다. 서로 눈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조금 더 걸어가면 ‘ ㅇㅇㅇ노인정’이라고 쓴 현판이 보인다. 열린 문틈으로  방에 서너 명의 할머니들이 앉아 계시는 모습이 보였다.  한적한 시골마을은 아니지만 도시의 외진 동네에 있기에 노인정이 참 소박하다. 또 곁에는 간판도 없는 고물상도 있다. 골목길이 끝나고 나면 바로 큰길이 나온다. 호남고속도로로 가는 길, 군산, 익산으로 가는 길, 삼례로 가는 길 등, 여러 갈래로 부지런히 달리는 자동차 소리로 조용한 골목을 방금 빠져 나온 내 귀와 눈은 정신이 없다. 이제 나는 군산 익산 쪽인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걷기 시작했다.

 수목원 가는 길에 제일 큰 건물은 ‘ㅇㅇ요양병원’이다. 이렇게 큰길가에 있어 내가 생각하기엔 ‘요양이 될까?’하는 괜한 생각을 가끔 하며 물끄러미 그곳을 바라보고 서있기도 했다. 그곳에는 자동차만 주차해 있지 사람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내가 그곳을 지나가는 시간에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는 때가 아닌 모양이다.

 흔히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심하게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이유 중 하나는 들어가면 살아나올 수 없으니 ‘고려장’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그 말이 틀렸다거나 맞다고 할 수도 없다. 내가 지나가는 길에 있는 것 중 가장 야릇한 곳이기도 하다.

 드디어 수목원 들어가는 길이 훤하게 내 눈 앞에 보인다. 지금은 넝쿨장미가 한창인 듯 담장에는 넝쿨장미가 활짝 피어 있다. 가로수도 가장 아름다운 청록색으로 빛나는 때인듯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있다.

 나는 가끔 나 혼자 수목원에 온다. 수목원 오는 길에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은 나에게 소중한 길동무들이다. 수목원에 들어가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고 또 나의 소중한 길동무들을 만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옷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다.

                                                                     (2019.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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