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

2019.07.15 05:55

곽창선 조회 수:5

해 프 닝 (happening)

   신아 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곽 창 선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할까? 얼마 전 무모한 도전을 했다가 해프닝을 빚고 말았다. 수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내가 무리한 도전을 한 것이다. 어느 계간지에 철자법, 띄어쓰기 등 현재와 과거도 구분 못한 글을 보냈으니 얼마나 용감무쌍한 일인가? 후회도 했지만 돌이킬 수가 없었다. 비로소 나를 발견하고 순간 붓을 꺾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지에서 온 실수였다.  

 

 뿌리 깊은 나무는 쉬이 죽지 않으며, 학문도 기초가 튼튼해야 여러 분야에 많은 업적을 이룰 수 있다. 오늘날 일본이 경제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은 곧 튼실한 경험과 실전을 바탕으로 기초를 다졌기 때문이다. 보통 가업은 수대를 이어 발전시키고 있음은 흔히 볼 수 있는 일본의 가업 형태다. 일본이 노벨상 기초분야에서 많은 수상자가 나오는 것은 음미할 바가 크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열매만 따고 단물만 빨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되돌아보며 하루 속히 우리가 이루어야 할 과제다. 따라서 모든 일에는 기초가 제일 큰 덕목임은 부정할 수 없다.

 

 기초가 부족한 나도 수필길에 접어들며 노익장들의 열정과 성실을 보고 나도 할 수 있다고 다짐했으니 무모한 도전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80고령에 건강을 지키기도 힘드실 텐데 열심히 집필 활동을 하시는 것을 보고 느끼는 바가 컸다. 집필이 쉽지 않을 텐데 마다하지 않고 괴로움을 달래시며 도전하는 열의가 세월을 비껴가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가을 식사 시간에 80이 넘은 고령에 큰 수술을 이겨 내신 여성분에게 글 쓰시는 소감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일찍 홀로 되시고 외로움을 달래려고 입문하셨단다. 글쓰기가 아니었으면 벌써 황천으로 갔을 것이라며 웃으셨다. 읽고 쓰시는 게 낙이란다. 이제 남은 것은 지나온 길을 정리해 보는 것인데 쉽지 않다며 ‘눈망울'을 반짝였다. 순간 할머니의 병약한 몸으로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잃어가던 나의 다짐을 되새겨 보았다.

 

 익숙하지 못한 자판을 두드리며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글을 써온 것도 선배 노익장들의 꿋꿋함이 큰 힘이 되었다. 늦게 시작한 일이라 열심히 달려 왔다. 생각들을 모아 형상화하려고 달려갈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녹슨 두뇌며 굳어진 손마디로, 쓰고 지우는 것을 지켜보는 아내가 건강을 잃겠다며 포기를 종용했지만, 결코 돌아설 수 없었다. 내가 선택한 노을에 핀 마지막 결심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모든 것을 얻지 못할 바에는 이렇게 내 인생을 투자하다가 후회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금번 해프닝은 오랜 동안 나를 괴롭힐 것이다. 부실한 기초가 불러온 결과였다. 한자 한 획에 정성을 들이지 못한 해프닝이었다.

 

                                                   (2019.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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