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시누이 여든세 번째 생일잔치

2019.07.16 05:47

신효선 조회 수:7

큰시누이 여든세 번째 생일잔치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신효선

 

 

 

 

  얼마 전 포항에 사는 조카와 약속한 날이 다가왔다. 부안에 사는 시누이 큰사위가 포항에서 목회를 하게 된 지가 20여 년이 되었다. 포항을 관광차 몇 번 갔지만, 조카 집은 남편이 한 번 다녀왔을 뿐 나로선 처음 방문이다.

  조카는 우리 신혼초부터 많이 따라 마음이 더 간다. 이번에 친정어머니인 큰시누이 여든세 번째 생신을 포항에서 쇠어 드리려고 5남매가 모이는데, 큰외삼촌인 남편과 나를 초대한 것이다. 고마웠다. 남편은 누나 내외분을 승용차에 모시고 와 오전 8시에 전주에서 출발했다.

  노인들이라 휴게소 몇 군데서 쉬면서 오후 1시가 넘어 포항에 도착했다. 다른 조카들은 다음날 오기로 했는데 우리가 하루 먼저 갔다. 차를 운전하고 가니 피곤하기도 하고 그곳 구경도 하기 위해서다.

  생각했던 것보다 교회는 아담하고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유람선 선착장으로 갔다. 조카들은 매월 회비를 모아 이런 행사에도 쓰고 형제간 우애를 다지는데 사용한다면서 점심부터 대접을 잘해주었다.

  선착장을 출발한 유람선은 해변을 따라 가다가 시내를 관통하는 운하를 지났다. 운하 주변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테마공원이 조성되고 신축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대한민국 공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포스코가 거대한 항공모함처럼 포항 앞바다에 떠있었다. 30분쯤 걸리는 유람이었지만 형님 내외분을 모시고 구경하니 더 보람을 느꼈다.

  다음날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 갔다. 삼국유사에 실린 <연오랑과 세오녀>의 전설을 주제로 조성된 공원이다. 영일만 바다와 포항시가지가 내려다보여 포항 둘레길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구경하고 호미곶으로 갔다.

  호미곶은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면서 이곳을 일곱 번이나 답사 측정한 뒤 우리나라의 가장 동쪽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육당 최남선은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으로 한반도를 묘사하면서 이곳을 조선 10경의 하나로 꼽았다.

  이곳은 우리나라 지형상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며 한반도 최동단에 위치하여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다. 2000년과 200111일 두 차례에 걸쳐 국가지정 해맞이 축전이 개최되었으며, 해마다 한민족 해맞이 축전이 성대하게 열리고 있다.

  이곳에 조성된 해맞이 광장에는 천년 대의 마지막 햇빛과 날짜 변경선인 피지섬 첫 햇빛, 그리고 이곳 호미곶에서 채화된 2000년 시작의 햇빛 등을 합해 영원의 불로 간직하고 있는 ‘영원의 불씨함’이 있다. 바다와 육지에 각각 오른손과 왼손의 형상을 하고 화합과 상생을 뜻하는 대형 청동 조형물 ‘상생의 손’과 삼국유사에 전해오는 이 지방 설화의 주인공 ‘연오랑세오녀’ 상이 있다.

 

  호미곶은 평소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실상부한 포항의 대표 관광지다. 관광차 왔을 때는 시간이 부족해 전시관은 구경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여유가 있어 새천년 기념관을 구경했다,      

  1층은 포항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전시하는 공간이었다. 2층 전시관은 ‘바다 화석박물관’으로 개인 소장품이란다. 다양하고 진기한 화석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연구와 교육에 아주 소중한 많은 자료를 어떻게 구했는지 놀라웠다. 제대로 보관하고 전시할 공간이 확보되면 기증하겠다는 소장자의 뜻을 아직 이루지 못해 아쉽다고 관리인이 말했다.

  3층 전시관은 수석을 전시하고 있는데 ‘한국수석회’ 회원들이 수집한 소장품과 관련 도서 등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있었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신기해하며 관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꼭대기 층에 올라가니 호미곶 광장과 포항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구경을 마치고 구룡포로 향했다.

  구룡포는 신라 진흥왕 때 장기 현감이 고을을 순찰 중 용주리를 지날 때 별안간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폭풍우가 휘몰아쳐서 급히 민가로 대피했다. 이때 용두산 해안 바다에서 아홉 마리 용이 승천했다고 한다. 이후,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포구라 하여 구룡포라 부른다고 한다.

  이틀간 포항 이곳저곳 구경을 잘 했다. 서울과 안양에서 오는 조카들은 저녁 9, 11시쯤 도착하여 다음 날 아침에야 서로 얼굴을 대하게 되었다.

  큰시누이 슬하에는 23녀가 있는데, 시누이 부부만 고향 부안에서 살고 있다. 시누이 부부는 워낙 성품이 곱고 참하셔서 법 없이도 사실 분들이다. 내가 결혼하여 두 아이를 낳고 몸이 아팠을 때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시집 대소사에 큰며느리인 나의 일을 형님이 대신 잘해주셨다. 나는 언제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시부모님 모시듯 대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자주 찾아보고 식사도 같이한다. 그래서인지 조카들도 우리 부부를 많이 따르며 안부 전화도 자주 온다. 고맙고 사랑스러운 조카들이다.

  이번에도 포항에서 조카들을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목양실로 가서 조카사위가 목사 임직을 받았을 때 우리가 만들어 준 기념패를 보이면서 우리에게 고마움을 표할 때 조금은 쑥스러웠다.

  아침에 온 식구가 모여 백세시대에 내외분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생신을 축하했다. 조카들을 남겨두고 우리는 먼저 출발하여 부안까지 두 분을 모셔드리고 집에 오니 친정집 다녀온 듯 조카들이 먹거리를 차 뒤 칸에 한 짐 실어 보냈다.

 

  부모님의 모습을 닮아 조카들도 서로 우애하며 착하게 사는 것을 볼 때, 항상 고맙다. 요즘 사람들에게서 맛보기 어려운 따뜻한 정을 느낀다. 지금처럼 늘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2019.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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