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꿈을 이루고

2019.07.18 18:05

이우철 조회 수:3

작은 꿈을 이루고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 우 철

 

 

 

 

 자신의 수필집 한 권 내는 일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학위논문이나 학술논문도 자기발전을 위하여 의미있는 일이지만, 자기 철학과 삶의 여정이 담긴 책을 내는 일은 더없는 기쁨이다. 수필은 자기 고백의 글이기에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서로 대화를 하듯 이야기하는 글이아닌가?

 

 그동안 난 앞가림하느라 글을 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수필세계의 기반도 부족했다. 벌써 십여 년 전의 일이다. 직장에서 퇴직하며 ‘나도 이제 내리막길에 와 있구나!’ 생각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 오랜 삶을 산 것도 아닌데 벌써 은퇴라니, 마치 세월을 도둑맞은 기분이었고 허망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구나 먹게되는 나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또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도 세월을 의식하지 못하며 살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직장에 다닐 때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며 살았다. 퇴직을 하고 보니 도토리 키재기이듯 아무것도 아닌 것을 그 때는 생사를 겨루듯 질곡의 순간을 경험하곤 했었다.

 

 은퇴한 두디 나는 서예를 시작하고 수필을 배우며 지냈다. 서예를 하며 마음이 넉넉해짐을 알게 되었고, 글을 쓰며 문집 하나 만들고 싶은 꿈도 갖게 되었다. 그동안 한 편씩 쓴 수필을 모으다보니 한 권의 분량이 되었다. 비록 어설프지만 고희를 맞아 '나이 드는 즐거움'이란 이름으로 수필집을 펴내게 되었다. 제목이 역설적이지만 자신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동안 알고 지낸 분들에게 한 권씩 보내드렸다. 수필집이 발간되는어 신문과 방송에 소개되었다. 나의 초라한 민낯이 드러난 것 같아 숨고 싶었지만 반응은 바로 돌아왔다. "공감합니다. 나도 그랬어요." 전화로 카톡으로 보내주는 한마디 한마디가 힘이 되고 용기를 주었다.

 

 자녀들은 생일에 맞추어 출판기념회를 열어주었다. 정치인도 아닌데 무슨 출판기념회? 민폐가 될 것 같아 내심 조심스러웠지만 그래도 자녀들의 생각에 따르기로 했다. 먼저 아이들이 수필집을 읽으며 나를 깊이 이해하여주고 열렬한 팬이 된 것은 더없는 기쁨이요 수확이었다. "아빠, 출판기념회 하세요. 글이 너무 좋아요. 우리가 해 드릴께요." 그래서 한 고개를 넘으며 용기를 주는 기회이기를 기대했다.

 

 오는 분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축의금은 사양하기로 했다. 초청도 100명 선으로 최소화하여 정중히 연락을 드렸다. 가족은 물론 대부분 친지, 고향과 직장 친구들, 그리고 교회 성도들이었다. 다행히 그분들이 거의 참석하여 행사장은 성황을 이루었다. 초청에 거절하지 않고 참석해주신 분들이 눈물겹도록 고마웠고,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다.

 

  사위가 사회를 보고, 아들은 아빠의 소개를 위하여 묵은 사진첩을 더듬어 멋진 동영상을 만들었다.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할아버지 순으로 나누어 보여주었다. 양희은의 ‘참 네가 좋다’ 바탕음악을 넣어 나의 살아온 과정을 소개하니 감동으로 다가와 아내도 나도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부모의 마음을 이해해준 자녀들이 고마웠고, 이렇듯 반듯하게 자라도록 그 길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아들과 딸은 ‘아빠를 응원합니다. 새벽잠을 설치며 틈틈이 쓴 수필집을 내는 아빠가 자랑스럽습니다.’ 라고 했다.

 

 책 표지에 등장하는 큰손자 시원이의 꽃다발을 받았다. 외손자 민우와 진우는 축하음악으로 멋진 피아노를 연주하고, 처남댁인 오브제 대표는 시낭송을 하여 분위기를 띄워주었다. 많은 분들께서 축하와 격려의 말씀도 해주셨다. 생각지도 않은 분들이 화분을 보내주고, 친히 참석하여 따뜻한 정을 보내주신 분들, 원근을 가리지 않고 참석한 고향친구들, 직장에서 함께했던 친구들, 신아문예대학 문우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어찌되었던 나는 작은 꿈을 이루었다. 해가 저물고 노을이 진다해도 나는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수필을 쓰는 일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과거없이 현재가 있을 수 없듯이 현재를 알차게 보낼 수 있다면 밝은 미래는 꼭 열릴 것이다. 흩어져 있는 보석을 주워 모으듯 마음속에 잠자는 희망의 씨앗을 찾아 앞으로도 나의 텃밭에 심을 것이다. 오직 끈질긴 노력과 집념이 이어질 때 나이 드는 즐거움은 더해질 것이다. 나 혼자 살 수 없듯이 이웃들과 더불어 정을 주고 받으며 살아갈 생각이다.  

                                              (2019.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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