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사막에서 본 별

2019.07.19 18:54

최기춘 조회 수:4

고비사막에서 본 별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최기춘

 

 

 

 

 

 고비사막으로 별을 보러 가자는 문우님들과 함께 2019630~ 711일 일정으로 몽골 여행을 다녀왔다. 몽골은 면적이 우리나라보다 일곱 배가 크지만 인구는 320만 명 정도다. 국민소득은 6천 불 정도라지만 현지에서 느끼기에는 한참 못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옛날 대 제국을 호령했던 조상들의 후예답게 어딘지 모르게 당당하고 의젓해 보였다.

 가난한 나라를 여행할 때면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행복은 소득 수준으로만 가늠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초등학교 다닐 나이도 못 되는 어린이들이 다남 축제장에서 큼직한 말을 타고 채찍을 휘두르며 힘차게 달리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보는 사람들마다 티 없이 맑고 행복해 보였다. 우리들과 생김새가 비슷하고 한국인에 대한 감정이 좋아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시절 봤던 별을 보기가 어렵다. 여름날 밤 마당에 멍석을 펴고 하지감자를 먹으며 별자리들의 신화를 들으며 신기해했던 생각이 난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광경은 감동적이었다.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는 해마다 칠석 무렵이면 들어도 재미 있었다. 어린 시절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 눈물을 흘리는 것 같기도 하고, 소근소근 끝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 같았다. 옛 어른들은 좀생이를 보며 풍년 농사와 일기를 점쳤다. 밝은 별이 달 옆에 바짝 붙어 가는 것을 보며 곧 비가 올 것 같다고 하면 영락없이 비가 내리기도 했다. 지금은 우리 고향 운암에서 별을 봐도 옛날에 봤던 별이 아니다. 별들이 빛을 잃은지 오래인 것 같다.

 

 별을 바라볼 때면 가끔 생각나는 추억이 있다. 1968년 여름 강원도 홍천 육군수송학교에서 운전교육을 받을 때였다. 우리가 운전 교육을 받을 때는 자동차가 귀한 시절이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도 타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자동차 운전을 배운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생소한 교육과정은 어렵고 힘들었다. 단체 기합은 물론 개별적인 구타도 많았다. 그래서 운전 교육생들의 오른쪽 뺨은 아예 조교에게 맡기고 지내야 했다. 어느 날 밤 고향에서 함께 입대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유난히도 반짝였던 별들을 바라보며 ‘우리 고향 하늘에도 저렇게 별이 떠있겠지?’ 이 말 한마디에 우리들은 훌쩍훌쩍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점호 시간에 늦어 또 한 번 호된 기합과 함께 매를 맞았던 기억은 지금도 군대생활 이야기만 나오면 빠지지 않은 단골 메뉴다.

 

 고비사막을 횡단하며 밤이면 게르 앞에서 함께 간 문인들과 보드카 잔을 주고받고 멋지게 취하여 청량한 밤바람을 맞으며 별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술을 마시거나 여행을 할 때면 함께 하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함께 간 일행이 각자 개성이 다르고 살아온 과정도 다른데 오랜 친구들 마냥 흉허물이 없어 여행 분위기는 날마다 즐거웠다. 고비사막에서 본 별들은 네델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그림 ‘별이 빛나는 밤’보다 더 아름다웠다. 사진이나 그림으로 본 것과는 사뭇 달랐다. 어린 시절 고향 하늘에서 본 별들보다 선명하고 더 컸다. 별들이 아기 주먹만 했다. 금방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였다. 별똥별도 가끔 떨어져 취흥을 더욱 도도하게 했다. 은하수의 아름다움에 첨벙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림으로 그리던가 아니면 사진기에 담았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림 그리는 솜씨도 없고 좋은 사진기가 없어 아쉬웠다. 마음에 담아가지고 올 수밖에 없었다. 고비사막에서 본 별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하지만 어린 시절 고향 마당에서 본 별들처럼 신비롭진 않았다. 우리나라의 하늘을 옛날처럼 맑고 깨끗하게 복원하여 어린 시절 고향 마당에서 봤던 별들을 지금 어린이들에게 보여 줬으면 좋겠다.

 

 

                                                            (2019.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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