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란과 부랑

2019.09.07 06:15

윤근택 조회 수:106

뮬란(Mulan)’부랑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언제부터인가, 나는 채널A’에서 연속 방영하는 천일야에 폭 빠져 지낸다. 그 프로그램은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내용들로 꾸며져 있다. 나는 최근에 그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교과서에도 소개된다는 뮬란이야기와 조선의 효녀 부랑이야기를 재탕삼탕 잇달아 보게 되었다.

 

  1. 뮬란(Mulan;木蘭;花木蘭) 이야기

 

  1998월트 디즈니에서는 같은 이름 뮬란 - 전사의 귀환으로 애니메이션을 개봉하여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당시 유명했다는데... .

   요컨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대신 전쟁터에 뛰어든 딸의 이야기.

   북위(北魏) 태무제 시대, 전쟁이 끊이지 않자 조정에서는 퇴역한 군인인 뮬란의 아버지 화호(花弧)한테도 징집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에 화목란(花木蘭)’은 자기 아버지가 늙고 병들어 전쟁터에 나갈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남동생 화웅(花雄)이 있었으나 너무 어려 역시 전쟁터에 내보낼 수는 없는 노릇. 뮬란은 어버지를 대신하여 남장(男裝)을 하고 전쟁터에 나가려고 결심한다. 당시는 나라의 사정이 안 좋아, 자신의 재산으로 스스로 군장(軍裝)을 마련해야만 했다. 목란은 자신의 돈으로 말[]과 안장을 마련했고 가족들 몰래 전쟁터에 나가게 된다.

   목란은 명석한 두뇌와 강인한 체력으로, 큰 전공(戰功)을 세우며 12년 동안 계속된 전쟁에서 살아남게 된다. 12년 동안 그 누구도 그가 여자임을 알아차린 이는 없었다. 전쟁이 끝난 후 황제가 그녀에게 큰 상과 함께 상서(尙書) 벼슬자리를 내리게 된다. 그러나 목란은 모두 다 사양하고 귀향하여 여자로서 여생을 살아가게 된다. 현재 허난성 위청현에 화목란의 사당과 비석이 남아 있다고 한다.

   보충사항이다. 화목란은 중국 남북조시대(420~589)의 전승 문예, ‘목란사(木蘭辭)’에 등장하는 여자 영웅이다. 다시 목란사(木蘭辭)는 중국 장편 서사시로, 작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남조 진()나라 사람인 지장(智匠)이 지은 고금악록(古今樂錄)[1]에 처음으로 수록되었으며, 330자이다.

  ‘건괵영웅(巾幗英雄) 화목란이란 영화의 마지막 대사도 너무도 멋있어 여기 옮겨본다.

   황제가 말한다.

   “너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었다. 뮬란, 아버지의 갑옷을 훔쳐 입고 집을 뛰쳐나왔지. 스스로 군졸이라 칭하며 네 상관을 속였으며, 중국 군대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내 궁궐까지 망쳐놓았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구했다.(and you have saved us all.)”

 

   2) ‘부랑이야기

 

   때는 1624(인조 2), 평안도 차성군 어느 산골마을에 사냥과 목축업으로 연명하는 홀애비와 부랑이라는 이름을 지닌 외동딸이 살았다. 위에서 소개한 천일야()에서는 부랑이 그 이름대로 선머슴기질이었다.

  늙은 자기 아버지한테, ‘아버지, 얼른 밥 먹자식으로 친구 대하듯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리 아프고 기력이 떨어진 자기 아버지 대신, 지게를 지고 땔감을 해오는 등. 부랑은 사냥꾼인 아버지 덕분에, 산과 들이 놀이터요, 산짐승들이 다들 벗이었다.

저녁 무렵, 산에서 땔감을 지게에 받쳐지고 들어서던 부랑. 아버지가 평소 아니 하던 모습을 보게 된다.

  “아버지, 지금 뭣하고 있어? 어디에 가려고 옷을 그렇게 입고 짐을 싸는 거야?

그러자 그의 아버지는 모병령(募兵令)이 떨어져 군대에 가려던 참이라고 답한다. 부랑은 기가 막혔다.

   “아버지, 60세나 되고 다리까지 아파 거동도 제대로 못 하는 노인한테 강제징집이라니?”

   부랑은 평안 병마절도사 이괄(李适, 1587 ~ 1624)을 찾아가 따져 물어야겠다고 집을 나선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부랑은 차선책으로, 당시 성행하던 대립군(對立軍)’이라도 세워야겠다고 지혜를 짜내게 된다. 대립군이란, 군역을 대신 치를 장정(壯丁)을 일컫는다. 부랑은 은밀히 병역 브로커를 찾아간다. 브로커는 그 몸값이 한 달에 쌀 아홉 석이여야 한다고 한다. 기가 막힐 노릇. 부랑은 기생으로 나서서 그 돈을 벌어야겠다고 기방(妓房)을 찾는다. 거기서도 나이가 서른도 넘어 퇴물이라고 거절당하고 만다.

   효심이 지극한 부랑이 낙심만 하고, 연로한 아버지를 군대에 보낼 리가 없었다. 남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앞가슴을 탱탱 동여매고, 남장(男裝)을 한 채 입소(入所)를 하게 된다. 울며불며 말려대는 아버지한테 당부도 놓치지 않았다.

   “아버지, 나 없는 동안 밥 굶으면 안 돼. 귀찮더라도 꼬박꼬박 밥 챙겨 먹어야 해.”

부랑의 군사훈련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특히 남정네들과 섞여 막사에서 밤잠을 자야하는 게 고역이었다. 밤잠을 설친 부랑은 막사를 몰래 빠져 나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참말로 못 볼 것을 보고 만다. 등잔불이 켜진 어느 집. 여러 명의 그림자가 문살에 어른거리고, 엿듣던 어느 병사가 어떤 놈이야!”하면서 단칼에 베이는 광경을 보게 된 것이다. 부랑은 숨을 죽이고 그 등불 켜진 방안의 그 수작을, 그 구수회의(鳩首會議)의 내용을 엿듣게 된다.

   부랑은 곧바로 탈영하여, 평안도 안주목사 정충신(鄭忠信) 부대로 가서 지난밤의 그 모의를 고해바친다. 인조반정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괄 장군이,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그렇듯 무리수로 부랑을 포함한 많은 이들을 강제징집하여 훈련시켜 반란을 도모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충신은 부랑이 전해준 고급군사정보의 도움으로 이괄의 난을 평정하게 된다. 이때 부랑도 정충신 부대의 참수가 되어, 이괄 장군 부대와 맞서 싸운다. 정충신은 인조로부터 진무공신1(振武功臣一等)’에 책봉이 되었다. 인조 앞에서 부랑은 그제야 여성임이 밝혀졌고, 큰 선물이 하사된다. 그 큰 선물이란... .

   한편, 부랑이 집을 떠난 지 4개월 여 될 때까지 부랑의 아버지는 자신을 한탄하며 술로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여인이 그 노인 앞에 나타났다.

   “아버지, 그 동안 잘 지냈어? 나 부랑이야! 이렇게 멀쩡히 돌아왔어. 이젠 군복을 아주 벗어던졌어. , 앞으로는 여인으로 살 거야!”

   위 단락 말미에 잠시 내가 뜸 들였던(?) 인조가 내린 그 큰 선물이란, 정충신 장군의 아내가 되게 한 일이다. 그리고 여인으로 살 거야!’란 것은, 자기가 이미 정충신의 아내가 되어 있다는 사후 보고(?)였던 것이다.

   부랑은 남편인 정충신 장군이 죽자, 그 무덤가에 초막을 짓고 3년 동안 시묘살이를 하다가,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렇듯 조선의 효녀 부랑과 중국의 효녀 뮬란은 자기 아버지들을 대신하여, 이른바 대립군으로 나섰다가 나라에 크게 충성을 한 위인들이다.

   문득, 고작 36개월 그 군대생활도 싫다며 요리조리 핑계를 대어 병역기피 내지 병역미필을 한 고관대작들의 작태가 떠오를 게 뭐람? 특히나, 그 누구라고 꼬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자기 자신은 젊었을 적에 단 한 번도 입어본 적 없는 군복을 입고 철모를 쓰고, 최전방 군부대를 방문하는 꼬락서니들 하고는!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7 <지구촌 여행기>를 읽고 김길남 2019.09.14 5
906 오이고추 최상섭 2019.09.14 10
905 일거양득 최상섭 2019.09.14 3
904 선물 같은 하루 호성희 2019.09.14 6
903 괜찮아 호성희 2019.09.14 3
902 삼병감 있는 지도자를 키워야 이우철 2019.09.13 4
901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김학 2019.09.12 4
900 근로계약 호성희 2019.09.11 5
899 천도시비 김세명 2019.09.11 7
898 회상 곽창선 2019.09.09 8
897 노을을 닮고 싶다 정남숙 2019.09.09 18
896 관심 하광호 2019.09.08 5
895 내 고향 둔데기 최순복 2019.09.08 20
894 우리 집 돌돌이 이진숙 2019.09.08 3
» 뮬란과 부랑 윤근택 2019.09.07 106
892 책을 낼 때마다 김학 2019.09.06 3
891 아호 이야기 김세명 2019.09.06 12
890 오늘 하광호 2019.09.06 4
889 요양 보호사 임두환 2019.09.05 15
888 '세계유명여류인사'에 오른 송씨 윤근택 2019.09.04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