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병감 있는 지도자를 키워야

2019.09.13 08:10

이우철 조회 수:4

사명감 있는 지도자를 키워야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우철

 

 

 

 

 

 세상은 1%의 엘리트가 이끌어 간다고 한다. 지도자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이 깨어나고, 지역은 발전하기 마련이다. 남해를 다녀오면서 사명감 있는 지도자가 그 지역의 삶을 변화시키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지난 봄 경남 남해를 다녀왔다. 고향친구들 부부가 어울려 바람이나 쏘일 겸 무작정 떠난 곳이 남해였다. 구례, 광양지역 도로변엔 봄의 전령사 산수유와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루었고, 하동의 화개장터 일대는 이미 상춘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남해는 유인도 셋에 무인도 76개가 있으니 섬이 많은 지역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느 섬지역이나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생업은 어업이었고 군의 재정도 열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더구나 최남단에 위치해 있어 관광여행 코스로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던 곳이 언제부터 이처럼 관심지역이 되어 ‘보물섬 남해’로 변했을까. 가는 곳마다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땅값이(평당 100만원 이상) 급등하여 어디를 가나 음식 숙박업소가 즐비했다.

 

 우리는 먼저 독일인마을을 답사했다. 넓은 바다가 보이는 곳, 3천여 평의 부지에 50세대 규모의 맘모스 독일형 주택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독일에서 20년 이상 살던 교민들을 상대로 저렴하게 분양하다보니 신청자가 몰려들었다. 건축자재는 독일에서 직접 들여와 그들의 전통양식으로 조경을 하고 집을 짓다보니 멋드러진 이국적 풍경으로 관심을 끌었다. 1963-1977년 독일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이 힘들게 벌어들인 돈으로 조국근대화의 주춧돌을 놓았었다.

 

 국가도 국민도 가난했던 시절,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머나먼 독일로 떠났던 용사들이 고국에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우리는 ‘독일마을전시관’을 관람하면서 당시 그들의 힘들고 가슴아린 장면을 눈여겨보며 눈시울을 붉혀야 했다. 지하 1,200m 갱도에 들어갈 때마다 ‘살아서 돌아오라’ 외쳤다던 검은 얼굴의 광부들, 그리고 끊임없이 몰려드는 환자를 돌보며 고된 일에도 고독의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던 간호사들의 모습은 암울했던 시절 우리의 자화상이었다.

 

 남해가 이처럼 발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 첫 단추를 꿰게 한 사람은 당시 남해군수 김두관(현 국회의원) 씨였다. 평범한 마을이장이요 지역신문 기자이던 김두관 씨가 37세의 젊은 나이에 군수에 당선되면서 지역발전의 선봉에 섰다. 1997년 독일의 노드프리슬란트군과 자매결연을 맺고 한국 최초로 사계절 푸른잔디구장을 남해군에 조성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리를 놓아준 베를린과 함부르크 교민들을 상대하면서 한국정부에 독일마을조성에 관한 부탁이 오고 것이다.

 

 당시 김두관 군수는 바로 남해에 독일마을 조성을 위해 청와대, 행자부, 문화관광부등을 접촉하기 시작했다. 외교부는 대외 교민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행자부(당시 내무부)는 이를 받아들이고 포괄사업비와 남해안관광벨트사업비 7억원을 지원한 것이다. 그뒤 네 차례의 투자설명회를 열고 50여 명의 투자의향서를 받아 부지를 매입하게 되었으며, 2002년에 시작하여 2012년 독일문화체험센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10여년동안 그 일을 앞장서 추진한 공로자였다.

 

 남해군은 또 한려해상국립공원 등 수려한 해양관광자원을 이용하여 경제 살리기에 매진했다. 아울러 금산 보리암, 원예예술촌, 다랭이마을, 이순신장군 순국공원 등을 아름답게 손질하게 되었으며 남해안지역만 해도 23일은 족히 구경할 수 있는 체류형 관광코스로 우뚝 선 것이다.

 

 지도자 한 사람으로 인하여 지역주민이 이처럼 눈을 뜨고 지역경제가 활짝 꽃피게 된 것이다. 우리는 어디에 살든지 의식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 지역발전을 위해 힘을 모을 때 몰라보게 발전하리라 믿는다. 사명감 있는 지도자를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을 알 수 있었다.

                                                                                            (2019.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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