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2019.09.14 06:22

호성희 조회 수:3

괜찮아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성희

 

 

 

 

 

  "괜찮아, 그게 삶이고 행복인 거야!"

  하늘과 땅이 맞닿는 저 끝에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꿈과 사랑이 담긴 이야기, 저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는 무언가 좋은 것이 있을 것 같다. 그곳에는 가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이들의 희망이며 미래가 있길 소원하는 바람이 있을 것 같다. 내일도 사람들은 삶의 이야기가 있는 현장으로 바람을 가르며 달려갈 것이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밝아오는 새해 아침을 기다리고, 올해는 꽃이 필 때면 꽃구경도 하고 녹음이 우거진 숲도 찾아가서 가슴속 묵은 찌꺼기를 토해내 보고 싶다.

 

 단풍이 곱게 물들면 구경도 하고 제대로 즐겨보리라!

 벽에 붙은 얇은 달력도 치워질 텐데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것처럼 마음이 바쁜 것은 한 살 더 먹는 것에 대한 조급한 마음 탓일까? 그게 커피 한 잔과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던데 정말 그런가 보다. 처음에는 너무 뜨거워서 조심스레 마시지만, 마음 놓고 마실 때쯤이면 너무 식어서 맛이 없어지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젊어서 열정이 넘칠 때면 인정사정 안보고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가 그것이 최고의 인생을 사는 때인 듯 살지만, 그 열정이 식으면 다시 시작하기 쉽지 않다. 살펴보면 고민 없는 사람 없고, 다가가 가까이 보면 삶의 무게 없는 사람 없는 것 같다.

 

  아름다운 꽃이 소리 내며 피지 않아도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듯이 그 사랑도 꽃이 지면 잊히는 것처럼 모든 인생이 태어나면서부터 내 마음대로 영원할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니던가? 오늘만큼은 여유를 갖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섬기는 삶을 살면 그것이 행복한 삶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이해인 수녀의 <가을 편지>로 아쉽게 지나쳐버리고 보지 못한 가을을 그려본다2018년 이제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없겠지만 그리워하는 날이 있을 듯합니다. 수녀님의 가을 편지와 함께 진줏빛 눈물을 흘리며 그리워하진 않더라도 지난날의 당신을 추억으로 쌓아 놓고 싶다.

 

  낙엽마저 떠나버린 마른 가지를 보며 나름 할 일이 많은 나는 새로 태어날 준비로 몸부림치는 마른 나뭇가지 속에서 꿈틀거리는 새싹을 본다. 새해에는 황금빛 반짝이는 돼지처럼 모든 인생이 미완성이 아닌 완성된 삶을 살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그리고 모든 인생들에게 '괜찮아', 그게 삶이고 행복인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잊힌다고 너무 서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이란 너무 많이 기억하고 살면 삶이 고달프고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나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젊은 날의 조각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 것처럼 고단했던 젊은 날의 삶도 이제는 잊고 싶지 않은 나의 추억이다.

기억에서 지우고 싶지 않은 나의 삶의 조각들이 서서히 잊히고 지워져 가는 날이 나에게도 가까워지고 있다.

 

  인생이란 원래 소풍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껏 살아왔던 것처럼 매일 설레고 오늘은 또 어떤 일들이 나의 기억 방에 자리를 잡을까?

소풍 전날 가방을 싸놓고 아침에 온기가 채 식지도 않은 깁밥을 채워 넣으면 날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소풍 길에 나서는 것처럼 인생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니던가?

 소풍이 끝나면 아쉽고 고단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 듯 짐을 내려놓고 쉬고 싶은 날이 바로 소풍을 끝내는 날이 누구에게나 오듯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오겠지. 그날이 오면 편한 마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맞이하여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그게 삶이고 행복인 거야!"

                                                                                (2018.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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