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같은 하루

2019.09.14 06:56

호성희 조회 수:6

선물 같은 하루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성 희

 

 

 

 

  이제는 일출보다 일몰이 더 아름답다. 떠오르는 일출을 보고 가슴이 벅차 희망을 노래하고 미래를 설계하던 때가 있었다면, 이제는 일몰을 보며 뒤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 해가 지는 자리에서 달이 떠오르듯 그달이 지고 난 자리에서 새로운 해가 뜨듯 사람은 이 세상 끝날 때까지 뭔가를 바라고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날마다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아침저녁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바람이 시린 가슴을 더욱더 움츠리게 한다. 올 한 해도 세월과 함께 저물어 간다. 기억 저편에 잠시 묻어 두었던 추억들이 하나둘 칡넝쿨처럼 따라온다. 그 속으로 들어가니 가물가물 잊고 있던 기억들이 새삼 그립고 새롭다.

 

  이제는 황혼의 일몰이 아름답다고 여유를 부리지만 그 옛날의 일몰이 주는 아름다움과 다음날 일출이 주는 기대감은 배고플 때 음식이 끓는 동안 기다리는 먹을 것에 대한 기대감에 그 배고픔을 더하게 하면서 맛없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어 빠져들 듯이 먹어 치우던 때도 있었다. 나는 왠지 뜨는 태양이 아버지의 품이라면 해지고 떠오르는 달은 어머니의 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둥근 보름달이 뜰 때면 더욱더 어머니 품을 그리게 한다. 생각해보면 해가 지는 자리에 달이 떠오르고 달이 진 자리에 해가 떠오르니 언제나 희망이 생기고 그래서 미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희망은 바라고 이루고 싶은 것이라면 미래는 기대와 만족을 안겨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손녀딸을 돌보며 어머니 생각이 나서 가슴이 아리다. 그때는 어머니가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인생의 반세기를 훌쩍 넘기고 나서야 어머니의 고단함을 맛보고 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식들에게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었던 어미 마음이 욕심이었을까커다란 고목이 쓰러진 자리에 또다시 다른 생명이 자라서 숲을 이루는 것처럼 부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이 떠나고 난 자리에서 자식들이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길 바라는 것은 어느 부모나 다 같을 것 같다. 다행히 해준 것 없어도 잘 자라준 아이들이 그저 고맙고 때론 대견하기도 하다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아이들이 엉성한 울타리 안에서도 벗어나지 않고 제자리를 지켜 준 것도 커다란 선물이지 싶다. 선물이란 말만 들어도 크든 작든 기분을 좋게 한다.

 서로의 마음을 안다는 것,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무언가를 하기에는 늦은 나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내 나이쯤 되어야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날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가슴 벅차고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것 같은 용트림은 매일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

 

  나이 들면 하나씩 떠나보내는 연습이 필요하고, 나를 위해서는 되도록 적게 갖고 더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야 짐이 가벼워진다. 날이 갈수록 시간의 흐름도 빨라지는가 보다. 길지 않은 삶이었지만 산다는 것, 살아있는 동안 무엇을 남겼는지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마음을 다잡으라고 간밤에 살포시 눈이 내렸다. 딸아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전경이 어느 공원보다 좋게 꾸며져 있어서 가끔 산책하곤 한다.

 

  세상의 소풍을 끝내는 날 나는 참 행복했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그건 우리 마음속에 있는 인생의 숙제일 것 같다.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어둠이 옅어지면서 떠오르는 해가 선물처럼 집안으로 들어온다. 커튼을 열고 창을 열어 나를 찾아온 선물을 가슴으로 맞이한다. 세상에는 자신이 누리고 있는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것 같다.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오늘도 최고의 선물을 받았으니 행복해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지는 해를 보면서 찾아오는 달에게 내일을 기다리며 행복한 꿈을 꾸게 해달라고 소원하면 그 또한 선물이 아닐까? 세상 모든 사람이 오늘이라는 선물에 행복해하고 떠오르는 달을 보며 고단한 삶을 위로받고 희망이 있는 내일을 꿈꾸는 선물 같은 하루를 날마다 날마다 보냈으면 좋겠다.

                                                                                       (2019.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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