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를 만나는 행복

2019.10.30 02:09

한성덕 조회 수:6

K를 만나는 행복

한성덕

 

 

 

 

 

 

  지금도 늘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만남’이요, ‘관계’다. 인간은 출생하면서부터 ‘만남’을 물고 나온다. 인생의 모든 관계가 만남에서 시작되고, 만남에서 역사가 일어나며, 만남에서 열매를 거둔다. 좋은 만남이든 나쁜 만남이든 결코 다르지 않다. 그래서 좋은 만남이 필요하고, 그 만남에서 좋은 관계가 이루어져야 사는 맛이 나고 행복이 깃든다. 만남은 좋은 만남도 나쁜 만남도 있으며, 후회스럽거나 불행한 만남도 있다.

  ‘만남’의 틀을 짜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씨를 검찰총장으로, 조국 씨를 법무부장관으로 세우면서 ‘환상의 조합’을 꿈꿨다고 했다. 혼자일 때보다 둘이 힘을 모으면 환상의 검찰개혁이 이뤄지리라고 믿었다는 게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환상조합은커녕 최악의 만남이요, 국론분열을 야기한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그 누구를 탓할 것인가? 불행한 만남이요,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차라리 등을 돌리는 편이 훨씬 나을 뻔했다. 먼 훗날 두 사람은 어떻게 말하고, 어떤 관계로 만나게 될지 궁금해서 ‘궁금증’ 그대로 남겨두련다.

  내가 K를 만난 것은 오래지 않다. 금년 429일 월요일 밤에 처음으로 만났다. 노래가 좋아서 노래하는 자들을 따라갔다가 만나게 되었다. 풀냄새 물씬 풍기는 시골의 작은 예배당에서 아내는 독창을 했다. 그 교회 담임목회자인 K부부의 눈빛에서 노래에 흠씬 빠졌음을 읽었다. 우리 역시 예사롭지 않게 보았다. 조만간에 다시 만나리라 생각했다. 생각은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은 행동을 낳게 하며, 행동은 만남의 관계로 이어졌다.  

  아내는 노래를 잘 부른다. 그래서 찬양사역자로 활동한다. 주일이면 이 교회 저 교회 초청을 받아 노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중 매월 첫 번째 주일(일요일), 농어촌의 20명 이하 되는 미 자립교회를 찾아서 ‘주신재능 기부주일’로 지킨다. 순수한 마음으로 헌신 봉사하는 날이다. 첫 주일의 그 기쁨과 보람이 한 달 내내 이어져 살아 숨 쉰다. 아내의 찬양하는 모습이 더없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은 봉사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지난 62일 첫 주일이었다. 그 날도, ‘주신재능 기부주일’로 지키려고 K가 시무하는 예배당으로 갔다. 전북 진안군 정천면의 아주 작은 촌락인데, 문명의 혜택이 그리운 동네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산으로 켜켜이 둘러싸인 동네, 용담댐 앞자락에서 뒤로 살짝 비껴난 곳, 치유를 원하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 땅, 밤이면 고라니 불빛 달고 어슬렁거리는 산속, 오랜 세월 동안 달동네를 지켜온 산과 나무들이 빼곡한 전형적인 산골이었다. 그 교회에서, 아내가 두 가지 암(유방, 갑상선)을 극복한 간증과 찬양으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 뒤로부터 우리는 K부부와 급속도로 친해졌다. 여느 사람에게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인간미가 유입된 탓이다. 말에서 재치와 유머가 일렁이고, 마음씀씀이에서 정감이 묻어났다. 고고한 말로 심금을 울리고, 진솔한 대화로 친근감이 영근다. 선비적 기품이 엿보이는 그 속에서 강직한 듯 보드라운 심성이 이색적이다. 쉽게 감동하며 눈물짓는 그 여린 마음에서 사람냄새가 난다. 잔잔한 감동에 이끌리는 매력의 K.

 그뿐인가? 어떤 타협도 밀어내는 굵은 선의 남자다. 굽힐 줄 모르는 남성다움이 꿈틀거린다. 포효하는 용맹성, 호락호락 넘볼 수 없는 카리스마, 변치 않는 의리가 인생 밑바탕에서 스멀거린다. 그러면서도 남을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이 넉넉하다. 속내가 깊은 친구다. 어디를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앞장서는 희생정신이 농후하다. 그리고 ‘살인미소’를 소유했다. 내가 K에게 붙여준 별칭이다. ‘아주 멋있거나 예뻐서, 보는 사람에게 강한 만족감을 주는 미소’를 뜻한다. 웃는 둥 마는 둥 하는 미소에 사람의 혼을 뺀다.

  급속도로 친숙해진 걸 보면 나도 살인미소에 홀렸나 보다. 그 미소 안에 속삭임이 있고, 내공을 쌓을 것도 없는 친밀감이 존재한다. 짧은 만남이지만 좋은 관계로 신속하게 엮어진 이유다. 사람은, 인간미의 접속여부로 친밀감이 결정된다. 오랜 친구도 인간미가 미흡하면 사무적으로 만나고, 방금 만난 친구도 인간미가 훈훈하면 오랜 친구로 만난다. 지금 만나는 K가 그런 유형이다. 대화가 통하고, 생각이 여물며, 상대를 잘 읽으니 마음이 편하다.  

  나이가 어리다고 새털처럼 여길 게 아니다. 살포시 들여다 본 K와의 관계를 나이테가 일러준다. 당신들의 만남이 환상의 조합이라고 말이다. 지금처럼 이해하고 배려하면, 종종 만나서 좋은 관계를 쌓아 가면, 그 누구도 부러울 게 없는 복된 인생이다. 오늘도 K를 만나는 기쁨으로 산다면 과장일까?

                                             (2019. 10. 25.)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07 추억의 5일 시장 박제철 2019.10.31 1
» k를 만나는 행복 한성덕 2019.10.30 6
1005 활기찬 새만금 개발 이윤상 2019.10.30 7
1004 큰언니와 형부의 희수여행 최인혜 2019.10.30 22
1003 내 사랑 '해피' 최인혜 2019.10.29 2
1002 포천 구절초 백승훈 2019.10.29 5
1001 공감 토크 '결' 정아람 2019.10.28 14
1000 콩깍지 김세명 2019.10.28 5
999 가을 나들이 곽창선 2019.10.27 6
998 글감은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다 송준호 2019.10.25 9
997 호박꽃은 아름답다 김학철 2019.10.24 9
996 당신이 곁에 있어 행복합니다 임두환 2019.10.24 13
995 부모님의 맑은 영혼이 깃든 '나의 서재' 은종삼 2019.10.23 9
994 바람처럼 스쳐간 인연 소종숙 2019.10.22 19
993 메리골드 백승훈 2019.10.22 7
992 KBS전주 초대석 '공감토크 결' 정아람 2019.10.22 15
991 선생님과 어투 김성은 2019.10.20 10
990 얼굴 하광호 2019.10.20 7
989 책 표지 모음 양봉선 2019.10.20 901
988 하모니카를 배우면서 최동민 2019.10.20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