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띄우는 편지

2019.10.31 23:02

김창임 조회 수:7

<내가 나에게 띄우는 편지>

 

   행복과 불행의 사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금계(錦係), 창임이!

  생각해 보면 지금껏 살아오면서 감사할 일도 아주 많았던 지난날이네. 자네는 어리석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보다 속으로 가끔 불평하며 살곤 했지. 좋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되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왜 몰랐는가?

  아주 사소한 일들이야 “허허허” 웃고 그냥 넘겨버리면 되는 것을 자네는 늘 너무 깊게 생각하더구먼. 이제 와 누굴 탓하겠나? 곰곰 생각해보면 자네의 성격 탓이 아니고 무엇이겠어? 지금부터라도 항상 마음을 비우고 살게나. 자네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은 많이 했었지. 100% 비우고 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 그런데 건강이 나빠지니 화도 날만 하네. 자네는 의지력이 대단한 사람이야. 음식 절제도 잘하는 편이고. 남의 단점은 못 본 척할 정도로 심성이 착한 사람이야. 가끔 자기 생활에 만족을 못하고 불만을 느끼곤 했었지. 차라리 크게 싸우고 살았더라면 욕은 좀 먹더라도 건강을 유지하고 살았을 게 아닌가? 그놈의 자존심은 있어서….

 

  금계!

  자네는 운 좋게도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장을 쉽게도 들어갈 수 있었지. 교원양성과정을 거쳐 숨 돌릴 겨를도 없이 1970105일 전라남도 장성 서삼초등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지 않았던가? 한꺼번에 두 반을 지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매우 힘들긴 했었지. 경험도 없는 사람에게 85명이나 되는 아동들을 맡겨주니, 지도하느라 참으로 힘들어 항상 지쳤었지. 어쩔 수 없이 체벌도 안 할 수가 없었을 거야. 그 당시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했겠지?

  그 뒤 경험을 쌓아서 근무를 잘하더니, 직장 상사로부터 인정도 받아 한때는 인기도 많았지. 처음에는 정읍북초등학교에서 지역별 수업 연구 4학년 사회과 단원 ‘우리 조상들의 생활‘ 을 '의, , 주'로 나누어 미리 박물관에 가서 조사하여 조별로 발표하도록 하는 수업이었지. 수업이 끝나고 오늘 수업 시간 발표를 해본 사람 일어나세요 했더니 약 95%의 아동이 발표했었다며? 그런데 남편 친구 이현수 교사 딸인 이정경이가 화가 잔뜩 나 있는 얼굴이어서 “무슨 일이야?” 물어보니 “발표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많이 못 했어요.” 그랬다며? 우리 반 모두를 발표하게 기회를 주다 보니 그 아이가 욕심껏 못한 모양이야. 수업자 반성에서 자네는 말도 멋지게 하더군.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봐.  하고서 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지. 수업에 참관한 교사들은 의아해하며 '첫인상과는 다르게 말을 하는구나!' 했을지도 모를 일이네. 그 부담스런 수업 연구를 끝내고 다음 날 교육자 체육대회가 있어서 나갔더니, 우리 모임 친구인 이경희 선생님이

 

  “선생님, 어제 수업 연구를 얼마나 잘했기에 정읍이 떠들썩하네요?

그렇게 말하더군.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무척 흐뭇해졌지.

 

 그래서 이웃 학교인 정읍서초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자네를 좋게 보았었나 봐. 그때 나이가 한창때인 40대 초반이었지. 그분은 교과전담 46년 음악, 미술, 체육, 서예를 중등학교처럼 자기가 맡은 과목만 지도하게 했지. 그해 우리 학교가 미리 시범으로 연구 수업을 해보았다고 했지. 자네는 음악과를 맡아서 아주 열심히 수업연구를 했었어. 전상례 선생님도 서예수업을 잘 지도했었고. 전국 각지에서 오신 손님들 앞에서 당당하게 5학년 음악과 수업을 자신감을 가지고 보여드렸지. 교육장님과 장학사님들께서 칭찬을 많이 하시더라고. 정말 흐뭇했었지? 수업주제는 민요 릴리리아를 단소로 연주하는데, 장구와 오르간까지 연주해서 이 모든 악기를 이용하여 수업해야만 했었지. 수업 연구를 준비하면서 단소를 연주해야 하는데 처음에 소리가 안 나와서 혼이 났다며. 일주일 만에 소리가 겨우 나더라고. 그때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연습하니 집안이 시끌벅적했었지. 그 시절, 다행히 단독주택이어서 가능했다네. 우리 아들들은 어미가 돌봐주어야 할 시기인데, 일에 미치다 보니 아이들을 돌볼 여유가 없었으니 아이들에게 미안했지.

 금계!  

 자네는 수업 잘하는 교사라고 인정을 받으니 장학평가가 오는 날에는, 무조건 자네에게 수업을 보여주라고 교장 선생님들이 말씀했었지. 학교를 옮겨도 그곳에서 자네는 또 시범수업을 하곤 했지. 교사가 하는 일중에 수업이 제일 중요하지 않는가? 자네가 잘했어. 학교에 가서 발표를 한 번도 못 해보고 오는 아동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네 반은 누구 할 것 없이 발표를 잘하니 참 좋은 일이지.

  또 음악에 재능도 없는 자네에게 합창부까지 맡겨 놓았으니 얼마나 힘들었는가? 전라북도대회까지 나가 입상을 해서 교육감상까지 받기는 했지만, 일을 못 한다고 잡아뗄지 모르는 자네는 무척 몸이 야위어갔지.  

 금계!

 엊그제 수필집을 드리려고 김행종 교장 선생님 사모님에게 전화를 했더니,

 “당신 남편이 생존해 있을 때 자네를 제일 좋게 알고 있었네!

라고 말씀을 하시더군. 참으로 그분은 원만하고 고마운 분이셨어. 그 말씀을 들으니 키가 훤칠하시고 머리가 살짝 벗어진 김 교장 선생님 생각이 나더군. 건강이 좋으시고 운동을 잘하시기에 오래 사실 줄 알았는데, 술을 좋아해서인지 빨리 세상을 뜨셔서 자네는 매우 서운했을 거야.

  금계!

  자네도 요새 김 학 교수님에게 남편과 함께 수필공부를 한다고? 정말 잘 했네. 3년 정도 열심히 하더니 남편과 함께 수필집도 내고 수필집출판기념회까지 했다면서? 참으로 대견하네.

  자네 엊저녁 무엇이 그렇게 재미가 있어서 웃었나? 출판기념회날 자네가 익살스러운 말을  해 놓고 그 동영상을 보면서 웃었다면서? 아마 엔도르핀이 넉넉하게 많이 나왔을 거야.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자네가 약간 심한 개그를 하여 하객 중에서 자네를 의아스럽게 생각할까 봐 걱정한다며? 둘째오빠가 무어라 핀잔을 할까 봐 오빠 집에 가기가 두렵다니 그럴 필요가 있나? 미리 겁먹지 마소. 자네는 요새 어디를 가나 밝고 코믹하려고 노력하더군.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 실수를 할 때가 있더라고, 말을 않고 있던 시절에는 실수는 없었는데 말이야.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나. 항상 밝고 자신감을 가지고 살라고.  

 

 금계!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실수도 하고 웃으면서 사는 거지 뭐. 별것이 있나? 오늘도 자네는 자네 남편과 친구가 되어 TV도 보고, 때로는 남편에게 야릇한 장난을 치기도 하다가 말싸움까지도 하곤 한다면서? 자네는 목소리가 큰 남편에게 “지금 위층은 잠자는 시간인지도 모른다.”며 가끔 목소리를 낮추라고 사정을 하더군. 남편은 “한 번 목소리가 크게 태어났는데 어쩌란 말인고?” 하면서 사는 모습이 매우 보기가 좋네그려. 앞으로도 여생을 그렇게 웃으며 살게나. 그게 행족한 삶이 아니겠는가?      

                                                (2019.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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