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산행

2019.11.04 12:52

하광호 조회 수:17

한라산 산행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하광호

 

 

 

 

 나는 새벽마다 어둠을 헤치고 테니스운동을 계속했다. 하지만 요즈음은 건지산에 내 몸을 맡겼다. 사학연금 뒤 아파트를 지나 건지산 숲길을 따라갔다. 조경단쪽 꾸불꾸불한 둘레길을 휘감아 돌아서 정상에 있는 팔각정을 향해 걸었다. 며칠 있으면 제주도 한라산을 등반하기로 되어 있다. 그동안 테니스로 단련은 했지만 뛰는 운동과는 또 다르단 생각이 들어 일주일 내내 하체 다지기운동에 나섰다.  

 

 나는 여유로운 삶을 추구한다. “오늘 보낸 하루는 내일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하버드대학의 낙서가 생각났다. 평생 무엇인가 남기고 싶고 얻어 보려고 하지만 잃고 살아가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나는 생각을 바꾸어 나태해지는 생활을 적극적으로 바꾸고자 1,950m인 한라산등반에 도전하기로 했다.

 

 따르릉 따르릉 벨소리가 울렸다. 새벽 350분이다. 어제저녁 알람을 지정했다. 오늘 420분 전주역 앞에서 관광버스를 타야한다. 23일 제주도 한라산등반여행을 가는 날이다. 관광버스는 새벽의 어둠속을 질주하며 목포항을 향해 달렸다. 제주도 여행을 여러 번 했지만 오늘이 왠지 새롭다. 이번 여행은 초등학교 동창들 12명이 함께 했다. 진안과 전주에 살고 있는 동창들은 서로의 삶 이야기를 꽃피우며 여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목포에서 퀸메리호에 탑승하여 지정된 방에서 머물렀다그동안 비행기로만 제주도를 갔었는데 배로 가니 나름의 재미가 있다. 자유자재로 다니며 여유롭다. 가끔 갑판에 나가 푸른 바다를 볼 수도 있고, 영화도 게임도 안마도 할 수 있다. 식당도 이용하고 술도 마실 수 있다. 우리는 방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제주에 도착하여 사전 등반연습으로 500m 높이의 새별오름 탐방에 나섰다. 매년 제주들풀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갈대숲에 잘못된 마음의 찌꺼기를 흘러 보내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 걸었다. 친구들이 모여 카메라로 인증샷을 찍었다. 석양노을의 아름다움을 더 만끽했다.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며 운치를 더해주는 제주도 첫날이었다.

 

 둘째 날 오전 9시에 750m 높이 한라산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하여 단체사진을 찍었다. 오늘코스는 성판악을 출발하여 관음사로 내려오는 코스다. 오른쪽 무릎이 약해 평소에도 조심했다. 오늘 유달리 걱정이 되었다. 출발하면서 내심 뒤처지면 낙오된다는 생각으로 선두에 서서 군산에 사는 여동창과 함께 앞서 걸었다. 울긋불긋한 단풍에 숲속을 걸을 때 따스한 햇빛이 나를 감싸 안았다. 보면 볼수록 풍광의 매력에 절로 흥이 솟았다. 길옆 참나무와 산죽의 싱싱함이 고산지대임을 알렸다. 올라가는 길옆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어 절정을 이루었다. 가파른 길을 올라갈 때는 양손에 들고있는 지팡이의 덕을 보았다. 걷다가 힘들면 쉬다가 또 걸었다.

 

 본격적인 급경사지인 사라오름부터는 정말 힘들었다. 진달래밭에서 땀을 식히며 에너지를 충전했다. 올라갈 때는 절대로 위를 처다 보지 않고 앞만 보고 한 발 한 발 힘들게 발을 떼며 올라갔다. 나무계단과 함께 파란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내려오는 사람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힘내라며 격려해 주었다. 돌아서서 주변을 보니 구상나무가 비바람에 시달려 앙상한 고목으로 서 있다. 구상나무 사이로 저 멀리 서귀포 앞 푸른 바다까지 보였다.

 

 계단에서 내려보는 한없이 멋진 아름다운 대자연은 한 폭의 수채화였다. 산 아래 흰 구름은 정말 아름다웠다. 한라산은 눈 덮인 모양의 구름은 발아래 둥실 떠 있었다. 정상에 올라가니 거센 바람으로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장엄한 백록담의 모습과 정상에 이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한라산백록담’이라고 쓴 푯말 앞에서 ‘명산100 도전단’ 수건을 들고 사진을 찍고, 백록담의 표지석 인증샷도 했다. 정말 뿌듯한 순간이었다. 올라오는 동안 힘들었던 노고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동창들과 함께 바위에 둘러앉아서 식사를 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백록담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계속했다. 바위능선으로 둘러싸여있고 울타리를 세워놓아 통제는 물론 안전에도 세심한 배려를 했다. 분화구에는 물이 바닥에 조금 고여 있었다. 고산지대인 정상에는 많은 등산가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육군사관학교 학생들이 화랑정신을 이어받으려고 현장학습차 올라왔다.

 

 등반한 사람들 틈바구니에 서서 제주도 대자연을 만끽했다. 구름 한 점 없는 좋은 날씨에 한라산 정상에서 조망하는 제주의 푸른바다는 말 그대로 은빛으로 물들었다. 올라오면서 보았던 고산지역의 단풍은 장관이었다. 성판악에서 속밭 대피소까지는 거의 평길이었으나 사라오름 입구부터는 가파름의 시작이었다. 진달래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 힘들고 어려움이 많았다. 10년 전에 이곳에 올라왔지만 실로 지금 이 자리에 서니 감개무량했다.

 

 하산은 관음사 쪽으로 했다. 내려가는데 6시간가량 걸린다고 했다. 또다시 언제 다시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친구들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내려오는 백록담 아래 전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굽은 탐라계곡 다리를 건너오다 백록담수가 여과되어 나오는 샘물을 마시니 온몸에 시원한 기운이 솟았다. 내려오는 길이 돌과 통나무로 되어있어 미끄러웠다. 가져간 지팡이에 의지하여 조심하다보니 오후 6시가 훨씬 지났다. 내려오면서 엉덩방아를 두 번이나 찧었다. 다행히 목적지인 관음사에는 어둠이 내리기 전에 도착했다. 여자동창들은 발걸음을 재촉하다 여러 번 넘어졌다고 했다. 동창들이 사고 없이 무사히 도착하여 안도했다. 이번 한라산 등반은 힘든 만큼 보람찬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이 추억을 가지고 앞으로 일상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도는 천연기념물과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이야기거리도, 전설도 풍부한 한라산 등반이니 동창들과 오래오래 추억을 간직하고 싶다. 한라산을 등반한 동창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여자 동창 유영애가 차내에서 내년에는 백두산에 가자고 제의했다. 모두 박수로 응답했다.

 

                                                                     (2019.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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