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별것인가

2019.11.12 10:49

박제철 조회 수:12

행복이 별것인가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박제철

 

 

 

 "카톡!"

 핸드폰을 열어 보았다. ‘고객님께서 보낸 택배는 배송완료되었습니다.’ 라는 내용이었다. 어제 아내가 정성껏 담근 김치와 고구마 한 박스를 아들에게 보냈는데 배송완료하고 확인 문자를 보낸 것이다.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이런 편리함을 누려보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신 어른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나의 아버지도 저 세상에서 억울하다고 하실까 아니면 너희들이라도 그렇게 편히 살고 있으니 보기에도 좋다고 하실까?

 

 그리 멀지도 않는 나의 아버지 시대에는 택배가 없었다. 나는 전주에서 동생을 데리고 살았고 부모님은 시골에 살면서 농사를 지으셨다. 자식들에게 쌀이라도 보내주려면 하루에 서너 번 다니는 버스를 이용하여 전주에 와야 했고, 전주에 도착해서는 시내버스나 택시를 이용하여 집에까지 무거운 쌀을 어깨에 메고 날라다 주었다. 승강기도 없는 계단식 아파트 3층에 살고 있었으니 계단을 오르실 땐 얼마나 힘드셨을까? 아버지가 오실 때면 아내는 재빨리 막걸리 상을 준비했다. 막걸리 한 잔에 힘든 줄 몰랐다고 말씀하시던 아버지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내 시대의 택배는 어떤가? 아들이 서울에 살고 있다. 철따라 어제처럼 김치나 고구마 등도 가끔 보낸다. 내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기차나 버스를 타고 전철을 환승하며 직접 갖다 주지는 않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아들집에 김치를 보낼 때면 고속버스택배를 이용했다. 예전에는 고속버스에서 택배영업을 했었다. 고속버스에 짐을 보내려면 승용차에 싣고 고속버스 정류장까지 가야한다. 고속버스 정류장부근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무거운 물건을 들고 정류장 사무실까지 가기는 녹록치 않다. 힘들게 보내고 나면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무슨 고속버스에 번호는 몇 번이고 몇 시쯤 도착할 거라는 내용을 알려주어야 했다. 아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시간을 맞추어야하고 정류장에서 승용차 있는 데까지 들고 가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버스택배를 이용한다는 것은 나는 나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힘든 일이었다. 아버지가 막걸리 한 잔에 힘든 줄 몰랐다고 했듯, 가족들끼리 잘 먹겠다는 아들 전화 한 통화에 힘들었던 것도 잊어버리고 기쁨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것이 아버지들의 자식에 대한 작은 사랑인 성싶었다.

 

 오늘의 택배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우체국택배를 비롯하여 수많은 택배회사가 있다. 지난해 택배처리 건수는 약 21억 건이며 시장규모는 43천여 억원 정도라고 한다. 2025년에는 드론택배가 우리나라에서도 실용화된다고 한다. 택배회사에 전화만 하면 집에까지 가지러 오고 또 접수부터 배송결과까지 알려주는 것이 현실이다. 택배는 이처럼 우리에게 한없이 편리하다.

 

 이러한 편리 뒤에는 택배기사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도 있다. 택배회사도 처음에는 택배 1건당 40키로그램까지 허용되었단다. 40키로그램이면 들기도 힘든 무게다. 승강기가 있는 아파트야 그래도 낫지만 승강기가 없는 아파트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40키그램짜리 물건을 어깨에 메고 승강기 없는 5층까지 올라간다고 생각해 보면 아찔한 느낌이다.  지금은 1건당 20키로그램으로 제한하고 있다니 택배회사 직원을 생각하면 그래도 다행이다.

 

  우리 집은 고층아파트의 5층이라 승강기가 있다. 나는 음료수를 좋아하지 않지만 냉장고에는 항상 음료수가 대기하고 있다. 택배기사는 물론이고 아파트관리실직원 등 누구든 우리 집을 방문하면 시원한 음료수 한 잔이라도 주기 위해서다. 다른 분들에게는 음료수를 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다만 택배기사는 음료수 한 잔 주기가 힘들다. 초인종이 울림과 동시에 ‘택배 왔어요.’ 하는 소리를 듣고 나가보면 벌써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기 때문이다. 택배를 접수하러온 직원에게 물어보니, 배달도 요령이라고 했다. 아파트의 같은 라인에 배달할 것을 몽땅 가지고 승강기 오른 후 제일 위층에서부터 배달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승강기 문을 열고 닫히기 전에 ‘택배 왔어요.’ 소리치며 물건을 현관 앞에 밀어놓고 재빨리 승강기의 문을 닫고 다음으로 내려간단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배정된 물량을 배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체국 택배취급 직원 여러 명이 과로에 시달려 죽었다며 인원을 늘려달라고 투쟁하는 장면이 우연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어느 지역의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의에서는 택배기사가 승강기를 많이 이용한다하여 승강기 전기세의 일부를 택배가사에게 부담시켰다한다. 3년째 돈을 받고 있으며 신문배달, 우유배달까지 확대할 계획이라 하여 비난을 받고 있다. 택배도 물론 공짜로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 편하자고 내 물건 보내고 받기위해서 택배가사를 내 집앞까지 불러들이고 있지 않는가? 그럼에도 전기세까지 받는다는 것은 그리 익숙한 모습은 아닌 성싶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택배의 편리함에 이미 익숙해저 있다. 물고기가 물의 고마움을 모르고, 사람이 천지의 고마움을 모르듯, 택배도 일상화되어 고마움을 모르고 살지는 않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아버지가 막걸리 한 잔에, 내가 아들의 전화 한 통화에 작은 행복을 느끼듯, 음료수 한 잔 주고받을 기회도 없이 바쁜 택배기사지만 서로 도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행복이 별것이던가? 음료수 한 잔의 작은 베픎과 작은 만족이 감사로 느껴질 때 그것이 바로 나의 행복이 아닐까싶다.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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