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벗들의 낭만 여행기

2019.11.16 23:22

곽창선 조회 수:9

글벗들의 낭만여행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곽창선

 

 

 

 

 현대는 바야흐로 관광시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세상이다. 여행은 돈 이상의 의미가 있을 뿐더러 미지의 세계로 일탈하고 싶은 마음이 새로운 세상을 만나서, 자유로이 상상하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글벗들이 여수 나들이에 나서는 날이다. 여행은 전생에 연이 있어야 한다는데 15명의 노익장들이 함께하니 인연 중 인연dl다. 날씨가 춥고 비가 내린다는 기상예보에 독감이 와서 어찌할까 망설였으나,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노파심에 집을 나섰다. 시내버스로 전주역에 도착하니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밝은 표정들이었다.  

 

 KTX편으로 여수 액스포역에 도착하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역사를 중심으로 주위와 균형을 이루며 늘어선 고층 건물들, 사방으로 시원하게 뚫린 도로가, 약동하는 여수의 모습이 한 눈에 보였다. 역 앞에서 순환버스에 올라 10분 거리의 오동도를 시작으로 첫 투어가 시작되였다.

 

 여수의 대표적 관광코스는 누가 뭐라 해도 오동도와 향일암이며, 섬으로는 거문도 백도다. 오동도는 높은 곳에서 보면 마치 바다위에 뜬 한 잎의 오동잎이 연상되는 여수 제일의 명소다. 700m 진입로가 인도와 자전거도로와 차도로 나뉘어져 이용하기 편리해졌다. 운행하는 동백열차를 뒤로하고 끼리끼리 어울려 담소하며 걸었다. K는 첫사랑을 나누던 사랑의 오작교라며 사뭇 감회가 새로운 듯 상기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직장의 시샘을 피해 핑크빛 러브 스토리를 꽃피웠으니 어찌 새롭지 않을까?

 분수대에 이르러 둘레길 산책을 마다하고 뒤로 남았다. 감기기운으로 컨디션 조절 후 함께하려고 주위 의자에서 쉬었다. 추억을 남기려는 여성들이 몰려와 사진촬영을 부탁한다. 고창여고 동기들인데 30여 년만의 일탈이라며 수다소리가 주위를 들썩였다. 음료수 한 병을 수고 대가로 받아 마시며 멋진 분수의 퍼포먼스에 넋을 빼앗기고 있었다. 왈츠 등 120여 곡을 반주에 맞추어 춤을 추는 물길은 잠시도 눈길을 놓아주지 않았다.  

 분수대 옆으로 조성된 거북선 조형물을 둘러보며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명랑대첩의 본거지에 조성된 거북선이 조잡하고 흉물스럽게 자리하고 있어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값이면 철저한 고증을 토대로 진수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이루지기를 바라며 좌수영이 자리한 진남관에 올랐다. 좌우 툭 터진 시야로 보이는 광활한 앞바다에 옹기종기 수놓아진 섬들이 한눈에 다가왔다. 좌로는 돌산섬 너머로 남해가 보이는 해전의 전략 요충지임을 알 수 있었다. 아쉽게도 고전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본체는 지난해부터 개보수 중이었는데 아직 미완성이라 섭섭한 마음을 유물관에 들러 달랬다.

 

뭐니 뭐니 해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허름한 식당 이층에 자리하고 서대횟감을 반주로 폭탄주를 마셨다. 펑퍼짐한 아낙이 농을 능숙하게 받아 넘기는 재치에 벗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잔을 기우리며 오찬을 마쳤다.

 

 식사 후 40분 거리의 돌산섬에 위치한 여수 3경 중 하나인 향일암으로 향했다. 차중에 잠시 눈을 붙였는데 피곤했던지 하차하라는 소리에 눈을 떴다. 이곳은 40년부터 인연을 맺어 왔는데 올 때마다 낯선 모습들이다. 입구에 늘어선 특산품 판매소 어멈들의 선심으로 입맛을 다셔 가며 오르다 보니 정문 길은 출입금지 푯말이 붙어 다른 길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가파른 길을 오르려니 감기기운이 발목을 당긴다, 돌아설까 망설이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오르기 시작했다. 김제 출신 강암 선생의 金烏山 向日庵 현판이 반긴다. 이곳은 매번 방문시마다 새롭게 감명을 더해주는 곳으로 전국 4대 관음기도 도량이다. 곳곳을 단장하느라 어수선했으나 그 위엄은 예전이나 다름이 없었다.

 

 풍수지리상 경전을 품고 막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금 거북상으로 알려진 곳으로, 대웅전 앞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봉우리가 머리요 향일암 본체가 거북의 몸체라고 해서 전에는 向龜菴 으로 부르기도 했었다.

 석굴을 지나 관음전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전국제일의 명소다. 이곳에 거금을 시주한 임실 출신 C사장의 공적을 기리고자 세웠던 기념비가 사라져 섭섭함을 달랠 길이 없었다. 權財무상, 세상사 모두 도루아미타불임을 실감했다. 뒷산에 올라 여수일원을 관망했으면 좋으련만 여건상 법당 앞에서 문우 H K J와 함께 사진 한 장으로 이곳 방문을 대신했다.

 

 날씨가 춥고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준비한 겨울옷이며 우산은 짐이 되고 말았다. 어느 벗과 약간 조롱 섞인 농을 나눴지만 후회는 없었다. 18시 상행 열차에 올라 L과 담소하며 그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노력으로 살아온 삶이 남다르다. 나와는 다른 길에서 성장해온 그의 의지가 부러웠다. 관촌을 지나며 차창을 때리는 빗줄기에 우산을 찾았다. 가방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어 안도 했으나 전주 역밖에는 비가 막 그치고 있었다. 빗속을 피해 다닌 행운의 나들이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갈비탕과 소주를 반주로 즐거운 여행을 마무리 했다.

 

 노년기 여행은 남은 인생을 성찰하고 힐링할 수 있는 좋은 계기다. 산과 바다를 만나 세월 속에 맺힌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며 건강과 마음에 안위를 찾아가는 출발이요 시작이다. 아쉽지 않은 생이 어디 있을까? 더 늦기 전에 훌훌 털고서 가까운 곳이라도 두루 두루 찾아 떠나보자. 여행은 건강의 지름길이다.

여행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해 주신 집행부와 격의 없는 농을 주고받으며 함께한 H문우께 감사드린다.

                                                                              (2019.11.16.)

 

◆ 사대기도 도량=  ★여수 향일암 ★낙산사 홍련암 ★남해 금산 보리암 ★강화 보문암

◆ 관음전 = 원효 대사의 기도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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