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나들이

2019.11.17 11:53

하광호 조회 수:43

여수 나들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하광호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소슬바람이 불어와 내 마음을 스산하게 한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는 계절임은 틀림없다. 가는 곳곳마다 단풍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었다. 온 산하는 초록빛 싱그러움을 벗어버리고 열아홉 곱디고운 처녀의 수줍은 얼굴색처럼 붉게 물들어 갔다. 하지만 그 기간도 오래가지는 못한다. 오늘은 여수로 글벗들이 나들이 가는 날이다. 아내가 우산을 가져가라며 접은 우산을 내밀었다. 비 온다는 예보가 있다며 챙겨줬다늦지 않도록 전주역까지 태워다 주었다. 역전 대합실에는 글벗들이 일찍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KTX편으로 나들이 간다니 마음이 새롭고 편했다. 여수낭만버스를  이용하고 해설까지 곁들여 저비용으로 나들이하니 금상첨화(錦上添花). 교실에서 선배 문우님들과 수업을 받기만하다 함께 나들이하니 마음이 벅찼다. 열차 내에서 스마트폰과 연애하며 선배 문우님들과 대화하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수 오동도는 지난해와 달리 입구부터 걷는 코스가 있고 동백열차가 운행되어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몇 해 전에는 직장모임에서 이곳을 다녀갔다. 여수 엑스포 때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유행한 '여수 밤바다'를 노래하며 야경에 취해 돌아본 적이 있다.

 

 오늘은 여수10()중 오동도, 진남관, 해양수상과학관, 향일암을 돌아보는 코스다. 오동도는 멀리서 보면 생김새가 오동잎처럼 보인다. 옛날에는 오동나무가 많아 오동도라 했으나 지금은 몇 주 없다. 대부분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뤄 자생하고 있다. 동백꽃은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에 반하고, 땅에 떨어져서도 일주일 보고, 보는 사람 마음에서도 기억되는 꽃이라고 하니 동백꽃 사랑을 하고 싶다. 걷다보니 동백꽃이 몇 송이가 예쁘게 피어 우리를 반겼다. 가는 길가에 노랗게 털머이가 활짝 피어 웃고 있다. 눈을 마주치며 인사했다. 잠시 머물며 반갑게 웃었다. 밤에는 춥고 바람도 많이 불어오리라. 그런대도 꿋꿋이 버텨 우리에게 배려까지 하니 한참이나 서서 바라 보았다.

 

 한참을 걷다보니 ‘부부나무’의 내용에 마음이 닿았다. ‘남편이라는 나무가 내 옆에 생겼다. 바람도 막아주고 그늘도 만들어주어 언제나 함께하고 싶고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 나무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 나무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고 항상 내가 돌봐 주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 때도 많았다. 중략~

 내가 사랑을 주지 않아 쓰러져버린 나무가 얼마나 소중한지, 늘 함께했던 나무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는 사이에 나무는 나에게 정말로 소중한 그늘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는 내용이어서 아내에 대한 감사함을 새롭게 느꼈다.

 

 동백숲을 뒤로하고 내려와 음악분수대에서 인증샷도 찍었으나 C,K,U가 없어 서운했다. 동백열차에 탑승하여 선배문우님들의 윗트에 피로가 풀렸다.

 

 여수낭만버스로 10분 이동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진남관을 바라보았다. 진남관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이 지휘소로 사용한 진해루가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 수군의 중심기지로 사용되었는데, 현재까지 남아있는 단층 목조건물 중 가장 크다. 현재는 복원사업으로 인해 들어갈 수 없어 설명만 듣고 전시관을 둘러보았다.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다시 한 번 묵념하고 발길을 돌렸다.

 

 낭만버스로 20여 분 걸려 해양수산과학관에 들렀다. 윗트 있는 해설사의 설명이 있었다. 꽃게가 언제 살이 찌는지 물었다. 그믐달이냐 보름달이냐? 그믐달인 컴컴할 때 살이 찌지 보름달은 훤하여 살이 빠진다고 했다. 바다의 미녀는 천돔, 7월은 장어가, 8월은 갈치가 좋단다. 갈치비닐로 화장품을 만든다고 한다. ", 그래요?" 우리는 맞장구를 쳤다. 낭만버스에 오르니 피곤했다. 30여 분 이동해 향일함에 도착했다. 선배문우님들과 가파른 향일암으로 걸어갔다. 너무 경사가 심해 올라가는데 힘들었다. 몇 년 전 왔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가는 곳곳마다 갓김치를 많이 팔고 있었다. 손으로 입에 넣어주며 맛있으면 내려갈 때 사갈 것을 권유했다. 아내는 갓김치를 좋아한다. 지난번에도 이곳에서 구입했다. 옛 생각이 났다. 내 고향 은천 어른들이 주관이 되어 여수로 나들이를 다녀왔었다. 어머니가 마을사람들과 다녀온 사실을 늦게야 알았다. 그때 어머니가 갓김치를 구입해 주셨던 기억이 났다. 지금은 안 계시지만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엊그제가 기일이니 보고픈 마음이 새록새록 났다.

 소슬바람에 시원함이 가득했다. 향일암에서 남해 수평선의 바다가 시원하게 보였다. 늦가을 단풍의 멋스러움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주위의 바위와 단풍이 함께 어우러져 카메라에 인증샷을 찍었다. 뒤늦게 도착한 일행과 함께 절경에 감탄하며 인증샷을 찍었다. 내려오면서 선배문우님의 윗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내려왔다. 아내가 좋아하는 갓김치를 약속한 상가에 들러 구입했다. 같이 오지는 못했지만 내심 마음이 흐뭇했다.

 

  늦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이번 나들이가 수필을 가까이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수필창작은 현장에 답이 있지 않나싶다.  

                                                                      (2019.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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