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단상

2019.11.28 22:11

곽창선 조회 수: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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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연말의 단상(斷想)
곽창선




기해년 출발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캐롤송을 들으니 마음이 바빠진다. 책상머리 카렌다도 이제 달랑 한 장 남았다. 다사다난했던 이제 며칠이 지나면 2019년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한해의 끝자락에 서 되면 괜스레 마음이 초조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

한해의 시작이 씨앗이었다면 한해의 마지막은 결실로 보아야 할 것인가? 그것이 자연의 순리겠지만 인생이란 대개 그 반대다. 한해의 시작은 마냥 부푼 마음으로 오색찬란한 꿈과 소망 속에 멋진 미래를 설계해 보지만 정작 한해의 끝자락에 서게 되면 대개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의 벽에 부딪혀 낙담하게 되는 것이 다반사다.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울컥거려 연초에 세웠던 다짐들을 더듬어 보았다. 틈틈이 빛바랜 추억들을 정리하며 주기적으로 체력도 기르고 싶은 작은 소망들이었다. 실패한 경험이 떠올라 두려웠지만 꾸준히 일기도 써가며, 걷고 뛰며 다짐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차츰 익숙해지며 평소 사물을 쉽게만 보아 오던 습관이, 조금은 깊이 숙고하는 버릇이 생겨, 내 자신의 철학과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의 행적을 엮어 보려는 욕심에,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노력한 보람으로 등단의 기쁨을 맛보았으며 건강도 한결 좋아 졌다.

그동안 써온 한 편 한 편의 글들은, 미숙하지만 겪어 온 사연들을 압축한 내 속 마음들이다. 따라서 평정심 잃지 않고 쓴 생활 속의 이야기들이 독자의 마음에 바로 전달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글 속에서 잉태한 사연들이 서로 공감할 수 있다면 하는 기대도 품어 보았다.

어찌 보면 나에 내면은 교만과 이기심이 가득 찬, 속물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인간은 서로 개성과 사고가 다르기에 조금은 고개 숙일 줄 아는 아량에서 인간적 캐미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반성도 해본다. 조금 무른 듯 '양보하며 살지'하는 생각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는가? 후회스럽다. 눈물과 슬픔이 있고 미움이 있는 게 세상이다. 또한 웃음도 있고 기쁨도 있고 사랑도 있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이를 악물고 세상을 이기려 말고 세상사와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진정 삶을 즐기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그러기에 아직 우리에게 웃을 수 있는 기회는 언제든지 있기 마련이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고행이라지만, 서로 어우렁더우렁 뒤엉켜지면 인간의 깊은 정을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물위에 떠 있는 나뭇잎에서, 해탈의 지혜도 배우고, 산길에 누군가 달아 놓은 길안내 리본과, 등대가 반짝여 주는 의미도 삭여 가며, 노후의 삶을 재충전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이렇게 써 나온 글들을 반추해 보니 횡설수설 늘어놓기에 급급했지만, 모처럼 결실을 맺은 소중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써온 결과지만, 나에게는 값진 기록이기에 뿌듯하다.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겠다는 각오가 남다른 이유다.

나만이 옳다는 가치가 더 이상 진실이 아니고 반대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독선적 주장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세계를 섭렵할 수 있는 혜안을 품어도 보며 경자 신년을 맞이하고 싶다.

새해를 맞으면 매년 그랬듯이 무의미하게 보낸 지난해의 못 다한 마음을 새롭게 다짐한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에게 신선함과 기대감을 안겨 준다. 2020년에는 둥근해가 떠오를 때마다 희망이 샘솟고 행복의 꽃이 곱게 곱게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 곽창선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장을 역임했으며 <표현 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와 현재 표현문학회, 신아 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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