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권사님의 사부곡

2019.12.01 04:25

김수영 조회 수:8

어느 권사님의 사부곡(思夫曲)


   오래전에 신문에 난 사부곡에 대한 기사를 읽고 놀란적이 있었다. 이응태 씨 묘 이장 식에서 남편의 미라와 유품 정리하다가 아내가 쓴 부부애를 애틋한 필 채로 표현하고 있는 남편을 그리는 사부곡을 병술년 1586년에 쓴 것이 남편이 죽은 지 416년 만에 발견되었다. 조선조 명종과 선조 때 살았던 경남 고성 이씨 이응태의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간 남편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과 사랑의 마음을 편지 형식으로 써서 죽은 남편의 품에 넣어 준 만사(輓詞)이다. 글씨가 망가지지 않고 선명하게 읽을 수가 있었고 머리털과 짚으로 만든 짚신 한 켤래도 함께 있었다. 

   그 편지 내용을 공개했는데 눈물 없이는 읽을 수가 없을 정도로 구구절절 애절했다. 요즈음 세상에 이런 부부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부부애가 유별났다. 이응태의 아내가 읊은 사랑가는 단장을 에이는 사랑 비가였다.    며칠 전에 나와 친한 권사님이 전화를 걸어서 점심이나 같이 하자며 차를 몰고 우 리집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 빈대떡에다 갈비찜에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후 유명을 달리한 남편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과대학에 입학하여 의사 되기 위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병이 생겨 수술한 후 학업을 계속할 수가 없어 휴학했다고 한다. 

   나이 37세가 되어서야 권사님과 결혼하게 되었고 39세에 UCLA 치과대학에 입학하여 만학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게 되었다. 권사님의 내조 공으로 성취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불혹의 나이에 어려운 치과의사 공부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UCLA 치과 대학장을 비롯해 모든 교수가 이 사실을 다 알고 있었는데 그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우등생으로 졸업하게 되어 그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한다. 남편은 졸업식 날 4개의 상장을 받았는데 4번째 상장을 받을 때 교수들이 모수 일어섰다고 한다. ‘세계치과협회 상’이라고 한다. 이 상은 치과 의사에게는 최고로 영예로운 상이라고 한다. 

   남편은 졸업 후 치과병원을 개업하여 10여 년을 운영해 왔는데 갑자기 췌장암이 걸려 암 진단받고 7주 만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권사님은 눈물을 글썽이며 남편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얘기하면서 마음이 너무 쓰리고 아프다며 하소연을 했다. 남편이 학업 중일 때 뒷바라지를 얼마나 훌륭하게 해내었는지 학교에 소문이 자자했다. 치과대학교 학장을 위시해서 교직원 일동이 권사님에게 특별상을 수여 했다. 남편을 보필하며 학업을 마칠 때 까지 눈물겨운 내조의 공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벽에 걸어 둔 상장을 들고 와서 처음으로 나에게 보여 주었다. 

   나는 팔십 평생을 살면서 이런 상장은 처음 보았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칭찬하기 위해 상장에 인용된 영어 형용사만도 24개에 이른다. 권사님은 남편을 여의고 가슴에다 묻은 지 어언 9년이 지났는데도 9년을 하루 같이 그리워하며 사모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대판 사부곡이다. 이응태의 아내의 사부곡이나 권사님의 사부곡은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들의 통곡이라 생각해 본다. 자랑스럽고 훌륭한 권사님이 주 안에서 늘 평안을 누리시기를 기도한다./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9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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