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

2019.12.01 18:34

김세명 조회 수:55

탐욕()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탐욕의 시대』(*장 지글러) 라는 책을 사 보았다. 저자는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 조사관으로 일하면서 다국적 기업과 금융가의 탐욕과 약탈로 제3세계의 빈곤과 기아는 끝이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부익부 빈익빈과 이들의 횡포로 세계인구의 절반이 굶주리고 있다고 한다. 유엔 식량기구에서 원조를 해도 탐욕과 부정부패로 가난한 이들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어린이들이 굶어 죽는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 경우도 미래는 인공 지능이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어려우니 독신으로 살거나 저 출산 등 인구문제까지 대두된다.

 물질문명은 발전하는데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따라가지 못하고 황금만능주의와 인명경시로 돈이면 다 해결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도 죄의식이 없고, 책임은 남에게 돌린다. 혹자는 양심이나 체면이 욕망을 제어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옛날에나 통했던 일이고 지금은 제어할 장치가 없다. 마치 브레이크 풀린 자동차처럼 위험천만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탐욕의 주범은 돈이다. 돈은 곧 내기에 걸린 재화로 내 것도 될 수 있지만 남의 것도 되는 가변성을 지녔다. 한자의 '()'를 파()하면 돈()을 가진 사람()이란 뜻인데, 영어의 money는 유사 발음의 뭐니(?)처럼 여전히 알다가도 모르는 의문부호다. 붙잡으려 하면 달아나고 어느 날 문득 주머니에 들어와 채워지기도 하는 것이 돈이다. 동시에 돈은 생시에 필요한 것이요, 죽고 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돈을 보면 사족을 못 쓴다. 송사(訟事)뿐 아니라, 그 밖의 일을 해 나가는데 있어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돈이다.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이 돈을 잡으려 애를 쓴다.

 어느 죄인이 공판정에서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고 절규한 적이 있었다. 요즘은 수표나 회사의 공금, 또 비자금은 받지 않는 게 상식이다.  회사공금이나 비자금은 언제인가는 들통이 난다. 그래도 그걸 먹는다. 돈 때문에 철창신세가 된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세상에는 돈이 무소불위로 위력을 발휘하고 사람의 신분을 격상시켜주고 체면을 세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 돈이 이상하게도 정의의 편이 아니라 불의의 편에 다가가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사람들로부터 비난당하기 십상인 축재의 중심에는 어김없이 음모의 화신인 이놈이 끼어 있다. 그래서 탐욕은 구렁이보다 더 흉물스럽게 느껴진다. 청빈(淸貧)이 깨끗한 마음이라면, 탐욕은 지저분한 마음이 되기 십상이다. 한편 돈을 생각할 때 돈()을 나누고() 사는 삶()과 욕심껏 지금() 지니고 사는 삶()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청빈의 곁에 배려가 있다면, 탐욕의 곁에는 집착이 늘 붙어 두 갈래의 삶은 그야말로 출발이 다를 뿐 아니라 종착점도 다르다. 아흔아홉 개를 가지고도 만족을 못하여 백 개를 채울 양으로 하나 가진 남의 것에 눈독을 들인다. 지족안분(之足安分)하면 좋으련만 그게 아니다. 그러면서 새삼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요, 적악지가(積惡之家)에 필유여앙(必有餘殃)이라는 진리를 곱씹어 보게 된다. 노자도 ‘탐욕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 고 했고 아라비아 속담에는 ‘탐욕과 행복은 한 번도 얼굴을 마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옛 선비들은 돈이란 먹고 사는데 편할 정도면 족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기해년 연말이 다가온다. 내가 사는 노송동에는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나 동자치센터에 십여 년 간 해마다 연말에 수 천만 원의 돈을 놓고 사라진다. 천사의 길이 생기고 연례행사로 뉴스가 되고 있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겸손하게 재물이 있거든 베풀며 사는 게 도리가 아닐까 싶다.

                                                                       (2019. 12. 2.)

 

 

●장 지글러 (1934419일 스위스 출생) 제네바대학 교수. 유엔자문위원 『탐욕의 시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등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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