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사랑(1)

2020.01.02 23:03

이환권 조회 수:3

손자 사랑(1)

    신아문예대학 수요수필반 이환권

 

 

 

 

 

 작년 74일은 사위네 가족이 전주로 이사 온 날이다. 그것도 갑자기 두 달 만에 결정된 일이다. 사위는 서울 SK에서 7년간 근무하다 새만금개발공사 직원 채용에 경력사원으로 뽑혀 201810월부터 군산으로 출근하게 되어 주말부부로 지냈다. 딸은 LG 하우시스에 다니며 두 이이를 키우는데 도저히 혼자서는 서울살림을 감당하지 못하겠으니 친정에서 애기들을 돌봐주고 주말엔 제 신랑이 돌봐주면 된다고 했다자기는 연말에 회사에서 전주지사로 발령을 내준다고 하니 한시적으로 부모님이 수고를 해달라고 애원을 했다.

 우리는 마지못해 수락을 했고 일이 바로 진행되어 모든 짐을 싸들고 와서 에코시티에 안착을 했다. 다행히 딸은 7월에 전주지사 발령을 받았다. 8월부터 세 살짜리는 어린이 집에, 다섯 살짜리는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아내는 아침 6시 반에 출근하여 9시에 학원에 보내고 센터에 돌아와 업무에 복귀하고, 나는 오후 3시에 아이들을 유치원에서 데려와 제 엄마 퇴근할 때까지 돌보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처음 한 달은 탐색전이었다. 아침에 아내가 바빠 간간이 내가 갈 때면 왜 할아버지가 왔냐고 따졌다. 그래 할머니가 아침 회의가 있어서, 아니면 출장이어서 내가 왔다고 하면 시큰둥하게 그대로 받아들였다. 오후에 유치원이 끝나 센터에 와서 먼저 할머니를 찾는다. 그렇지만 할머니가 없다왜 할머니가 없냐고 또 물어본다. 나는 역시 할머니는 회의에 가셨다고 말해주면 또 받아 들였다. 이젠 차고에 할머니 차가 없으면 회의 간 줄 알고 바로 4층 집으로 가자고 조른다. 이제 모든 것이 내 몫이다.

 첫 번째 코스는 닭장에 가서 꼬꼬댁을 보고 달걀을 꺼내는 일이다. 긴 대나무에 국자를 끈으로 묶어 깊은 장소에 낳은 달걀을 꺼낸다. 달걀도 두 개를 주먹에 쥐고 엄마 아빠 줄거라고 손도 못대게 한다. 다음은 TV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자고 한다. 시크릿 쥬쥬와 미니 특공대를 좋아한다. TV를 보면서 간식으로 포도, , 바나나를 주며 김밥을 싸서 먹인다. 그러면 스르르 낮잠에 빠진다. 이것이 반복되다보니 너무나 단조롭다. 그래서 하나 장만한 것이 소아용 자전거 앞 의자이다. 앞집 자전거포에 가서 3만원에 구입하여 내 자전거 앞에 달아 9월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로 둘째가 좋아하는데 아차 조금만 멀리가면 잠을 자는게 아닌가?

 

 잠을 자면 한 손으로 머리 부분을 부여잡고 한 손으로 운전을 해야 한다. 그렇게 두 번 고생을 하고 나서는 30분 이내로 자전거 타기를 줄였다. 전주천 천변 자전거 길은 그야말로 환상적 코스다. 구름과 실바람과 함께,  날아가는 새들을 손짓하며 따르릉 노래를 부르며 달리는 기분은 상쾌하다. 거기에 손자를 앞세워 힘차게 구르는 맛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한 번은 큰애가 자전거로 자기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해서 출발했다. 덕진동 집에서 추천대교 사잇길로 하여 전주천 산책길에 들어서 하수처리장까지는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달렸다. 그런데 조용하길레 앞을 보니 자고 있는 게 아닌가? 아차 싶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달렸다. 전주천이 끝나고 만경강 상류로 꺾어지는 지점부터가 문제였다. 해는 저물어가고 자전거길은 있는데 잡풀들이 무성하여 양방향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길이 좁았다. 다행히 한두 사람 밖에 만나지 않아 계속 갈 수는 있었지만 에코시티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간지점에서 빠져 나와야 하는데 나가는 길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완주 3공단 큰다리 밑에서 역주행하여 다리 위로 올라섰는데 손자는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캄캄해졌고 밤 운전은 위험하여 사위에게 어제 함께 식사했던 그 근처 음식점으로 나와 딸을 데려가라고 전화를 했다. 사위는 바로 약속장소로 왔고 무사히 인계해 주었다.  밤에 야간등이 준비되지 않은 체로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도착한 것은 그래도 자전거도로를 잘 닦아준 덕이다. 만경강 상류의 자전거길 옆에 심은 코스모스길은 운치를 더해 주었지만 간간이 잡풀제거를 하지 않아 안타까웠다.                         

                                                                   (201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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