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찜질방에서

2020.01.20 16:03

김창임 조회 수:14

허브 찜질방에서

       신아문예대학 수필 창작 금요반 김창임

 

 

 

   요즘 많은 사람들이 비만이나 혈관성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몸을 관리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몸에 있는 노폐물을 빼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마 생각해낸 것이 찜질방 같다.

  나는 날씬하여 뺄 살도 없으려니와 몸 안에 있는 노폐물을 제거하려고 반신욕을 3년 동안이나 매일 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하니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고, 얼굴에 화장이 잘 되어 교무실에서 나더러 피부가 제일 좋다는 덕담까지 듣곤 했다. 특히 같은 학년을 맡고 있던 안 선생님이 자주 그런 말을 하곤 했었다. 사실은 본인이 피부가 좋으니까 자랑하려고 그랬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10,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성당 글라라 자매님이 정읍시 부전리에 있는 허브찜질방을 소개해주었다. 장에 문제가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아주 효과가 좋단다. 오랜 가뭄에 단비라도 만난 듯 반가운 마음으로 무조건 그녀를 따라갔다.

 

  쑥뜸을 아주 뜨겁게 하여 배 위쪽에서 아랫배 쪽으로 번갈아 가며 하게 되면, 소화불량과 장의 연동 운동에 효과가 있다며 내 단전 위에 왕 쑥뜸을 올려놓았다. 두 시간 정도 TV를 보며 왕 쑥뜸을 했다. 쑥뜸이 엎질러질까 봐 조심스러웠다. 행여라도 화상을 입으면 혹 떼려다가 혹 두 개를 붙여오는 상황이 된다. 매우 긴장하며 밀려오는 졸음을 쫓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 전화는 아예 꺼 놓았다. 식사를 넉넉히 하고서 누워 있는데도 신기하게 배가 아주 편안해졌다. 뜸을 하기 전에 허브차 한 잔을 마시고 난 뒤에도 또 차를 마셨다.  

  옆방에서는 페퍼민트와 로즈매리를 넣고 푹 쪄서 나오는 증기를 이용한다고 했다. 방 안 온도가 약 44도에서 48도 정도 되게 해놓은 방에서 사람들은 땀을 쭉쭉 흘리고 있었다. 목이 마르면 허브차를 마시고 몸에서 줄줄 흐르는 땀을 연신 수건으로 닦아낸다사람들은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뒤 10분 정도 누웠다가 샤워를 하려고 들어간다. 나는 몸이 허약해 남들보다 짧은 시간 이용한다. 30분 정도 땀 흘리고 샤워를 한다. 옷을 입으면서도 거울 쪽으로 시선이 모인다. 물기를 닦고 있다. 피부는 보송하다. 해맑은 젊은 여인이 저만치 거울 앞에 서있다. 그 아름다운 자태가 여자인 내가 봐도 하느님의 걸작이다. 하얗고 탱탱한 피부, 고운 자태, 스물한 살 아리따운 처녀의 모습이다. 너무 아름다워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미스 코리아 대회에 나가도 될 것 같아요.

  그랬더니 그녀는 민망한 듯 미소만 흘린다나도 그 나이 적에는 작은 몸이지만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오는 볼륨 있는 몸매였다. 그런데도 시어머니가 같이 목욕하러 가자고 하면 같이 가는 것을 꺼렸었다. 나이가 들어 아름다움이 없는 시어머니보다 내가 민망해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기가 좋았는데 왜 그렇게 바보 같은 생각만 했을까?

 

  또 옆방에서는 큰 고무통에 허브차를 반쯤 부어 놓고 발을 담그고 있다. 거기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온몸을 두들겨주기도 하고 마사지도 해준다. 부부가 같이하는 경우가 많다.

  그다음 방으로 갔더니 편백 톱밥을 뜨겁게 하여 가득 채워둔 통이 있다. 미리 황토를 온몸에 바른 다음 머리만 내놓고 뜨거운 톱밥 속에서 누워있다. 그 옛날 바닷가에서 보았던 모래찜질하는 모습같다. 시간은 한 시간 정도 하라고 했다. 나는 아직 기운이 부족해 다음에 하려고 했.

  어떤 분은 50대 중 반 정도 여성인데 서울에서 왔단다. 여기서 한 달간 있기로 했는데 한 달에 200만 원이란다. 나는“그곳도 찜질방이 많을 텐데 머나먼 곳까지 오려면 부담되지 않느냐?” 물어보니 서울은 이곳처럼 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다고 했.

  그 분은 책읽기를 좋아하여 내가 그 집 사장에게 준 ‘우리 부부가 지은 책’을 전부 읽고, 자기에게 힐링이 된다면서 서점에 가서 사가지고 옆에 두고 늘 읽고 싶단다. 그 책은 서점에 가면 살 수가 없고 우리가 지은 책이니 그냥 보라고 했다. 내가 그곳에 가면 나를 보고 반가워하면서 좋아라했다.

 

  나는 찜질방 하면 그곳은 살빼기 위한 곳인 줄 알고 이용을 하지 않았다. 70세인 지금에야 처음 온 것이다. 2층에 가면 멀리서 온 분들이 쉬고 갈 방이 있다. 특히 주말에는 단체 손님이 많이 있으니 들어갈 자리가 없을 정도다. 그곳 마당에는 로즈매리, 라벤다, 카모마일 레몬그라스, 페퍼민트가 가득 심어져 있다. 로즈메리도 연한 보랏빛 꽃을 조그마하게 피우고 있다. 향을 아낌없이 선물해준 로즈매리가 꽃까지 피워주다니 매우 고마웠다. 다른 허브 종류도 많다. 이들은 따뜻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비닐하우스로 되어 있다. 아주 추운 때는 장작 난로로 온도를 조절하는 것 같다. 추운 계절이라 적당하게 구워진 군고구마가 난로 위에서 먹을 사람을 기다린다.

 

  여러 허브티 중 역사가 가장 깊은 약초인 캐모마일은 감기기운이 있을 때, 발한 작용을 해주어 감기 초기의 증상에 효과적이란다.

  혈중 내 지방 제거 효능이 있어 정상보다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며 면역력을 강화한다. 불면증에 좋고 갑상선암 발병 위험을 낮춘다.

  여기 사장님은 원래 조선족인데 중국에서 대학 무역학과에 다니면서 현재의 남편과 결혼했다고 한다건강에 좋은 차를 마시며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는 중국인을 보면서 이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길 가던 한 여인이 다발로 밀려오는 향에 반해 발걸음이 멈춘 곳이다. 진한 로즈매리 향기에 취해 꽃길을 다섯 바퀴 정도 걷고 있다. 로즈매리 향이 흠뻑 내 몸속으로 파고든다조금 있으면 남편과 손을 잡고 로즈매리 터널을 향해 결혼식에 입장하는 기분으로 걸을 것이다그 곳에 다녀 오면 혈관 청소와 목욕도 하고, 걷기 운동까지 하니 기분이 최상이다.                                                                                     (2020.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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