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아, 고맙다

2020.02.06 12:07

한성덕 조회 수:222

수필아, 고맙다

                                                                                           한성덕

 

 

 

  “수필아, 고맙다!

  나는 요즘 날마다 수필에게 절이라도 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싶다. 수필은 나에게 엔도르핀보다 4천배나 더 성능이 좋다는 다이돌핀을 퐁퐁 솟아나게 해 주는 소중한 친구다. 

  2015, 신아출판사에서 ‘신아문예대학’을 개설했다. 글에 대한 관심이 싹틀 무렵이어서 얼른 지원했다. 그때 처음 김학 교수님을 뵈었으며 5년차 수필지도를 받고 있다. 거의 매주 한두 편의 글을 교수님께 보내드리는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미흡한 부분을 수정해서 보내주신다. 그리고 잘 쓴 글은, 블로그 ‘김학-두루미 사랑방’에 올려주신다. 교수님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위에서 ‘수필아, 고맙다’는 글은, 김학 교수님의 12번째 수필집 표제다. 등단 30주년 기념으로 발간하신 건데, 주제넘게도 글의 첫머리 내용일부를 담아보았다. 교수님 블로그에 들어가면, 사진과 함께 간단명료한 글이 반긴다.

  “나는 33년 동안 방송(KBS)에 종사하고 정년퇴직한 수필가입니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수필담당 전담교수로 14년 강의를 한 뒤, 지금은 신아문예대학에서 수필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목사의 정년은 70세인데, 39년 목회를 하고 65세에 접었다. 실은 은퇴를 생각하고 수필을 시작했지만 무게감은 미미했었다. 이제는 백두급 씨름선수 중량을 능가했으니 ‘수필아, 고맙다!’가 저절로 나온다. 수필의 고마움을 쓰려고 교수님의 글을 읽고 또 읽었다. 인생에서 잘못을 후회하지만, 한 일에 대한 후회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수필만큼은 참 잘 선택한 일이요, 가장 탁월한 선택이어서 어깨가 으쓱으쓱하다. 다만, 좀 더 일찍 배우지 않은 걸 후회할 뿐이다.

  우리 교수님처럼, 대학시절부터 수필을 시작했거나, 방송국에 종사했거나, 품격 있는 다양한 문학상을 수상했거나, 여러 권의 수필집을 발간했거나, 대학이나 복지관에서 강의를 하거나, 크고 작은 문학단체의 장이 되거나, 또는 고등학교 작문 교과서에 나온 바도 없다. 그 일에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으니 견물생심(見物生心)일 뿐이다. 신출내기 코딱지만 한 실력으로 뭘 더 바라겠는가? 글을 쓴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한히 행복하다.  

  좀 더 자유스럽게 살고 싶어서 조기은퇴를 했는데, 만약 수필이 친구가 아니라면 운동이나 여행, 독서나 텔레비전 시청, 노래를 부르거나 아내와 짝짝꿍하는 일, 아니면 친구들을 만나 희희낙락거리는 재미로 살고 있지 않을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지질증이 나면 어찌하랴? 허나 글감은 널브러져있다. 주섬주섬 담으면 된다. 마치 문자가 훠이훠이 날아서 상대방 자판기에 찰싹 달라붙듯이, 내 마음의 글이 손끝을 타고 자판기에 들어붙는다. 얼마나 신기하고 신통한가? 심심하거나 넋을 놓고 지낼 새가 없다. 행복이 넘실거린다. 김학 교수님께 감사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위에서 열거한 취미생활을 접고 수필만 쓰는 건 아니다. 두세 권 수필집이 나올 정도의 글들이 소리치고 있다변명 같지만, 은퇴라는 것이 배움의 열정을 살림살이 걱정으로 막는다.

 

  수필 5년차, 이제야 버들강아지 눈 뜬 정도요, 수필의 맛을 알만한데, 친구들은 자꾸 ‘수필을 꼭 배워야 글을 쓰느냐?’고 묻는다. 그건 아니다. 누구나 쓸 수 있고, 또 각각의 필체로 쓰면 된다. 허나 쉬우면서도 세련되고,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감동적이고, 내일 같으면서도 모두가 공감하는 글이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5년의 배움에서 얻어낸 나름의 글 쓰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세상살이에서 학문이 꼭 필요치 않아도 배우려고 하는 이치와 같다.  

  오늘도 여전히 책상머리에 앉았다. 인내하며 수필을 배울 것이다. 어설프게 컴퓨터자판기를 두드리지만, 그 안에는 영희나 철수도, 철부지시절의 개구쟁이도, 아내나 자식도, 부모나 형제나 이웃도 다 들어있다. 그 어떤 것이든지 부르면 나온다. 친구인 수필이 ‘재밌게 놀자’고 손짓하는데 누가 응하지 않으랴? 난 그것이 신나고 행복하다. 은퇴하면서 선택한 것 중 첫째는 수필이다. 이제 한마디 외치고 마치련다. ‘수필아, 고맙다! 정말로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교수님 말씀처럼, 수필은 다이돌핀을 퐁퐁 솟아나게 하는 멋진 친구다.

                                         (2020. 2.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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