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성산봉을 둘러보며

2020.02.07 13:23

곽창선 조회 수:41

제주도 성산봉峰을 둘러보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곽창선

 

 

 

 

  성산과 인연을 맺어온 지 한 달이 가깝다. 제주도 동단 반도에 자리 잡은 성산봉은 성산포의 모태다. 형세形勢가 성과 흡사하여 성산이라 부르며, 산에서 장엄하게 떠오르는 해의 모습을 비유해서, 일출봉日出峰이라고 부른다.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세계지질공원, 세계 7대 자연공원에 지정된 우리의 자랑거리다.

 

 일출봉의 생성 동기는 뜨거운 마그마가 차가운 바닷물을 만나, 강력한 폭발을 일으켜 만들어진 수성화산이다. 원래 육지와 별개로 태어난 섬이라고 하는데, 세월이 지나며 차츰 바람과 파도에 깎여 육지와 연결되었다. 수심이 얕은 해저에서 분출한 수성화산의 전형적인 변화로, 정상에 사발처럼 생긴 분화구가 잘 보존 되어 있을 뿐더러, 절벽마다 다양한 형태로 내부 구조가 잘 드러나 바위마다 기암괴석이다.

 

 성산 정상에서 지형을 살펴보니, 좌우로 바다 품에 안긴 광치기 해변 따라 진입하면 성산봉과 성산항을 끝으로 3면이 바다로 둘러싸였다. 바다 건너 우도가 보이고 한도다리를 건너 오조해변으로 가는 올레길이 나선다. 마치 요도 따라 넓혀진 방광과 비슷한 형상이다.

 

 매년 12월 말에 일출축제(27sun Rise Festival)가 주민자치회 주관으로 3일간 열린다. 매표소 옆 공간에서 자연부락 단위로 갈고 닦아온 장기자랑 및 민속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흥미롭게 베풀어진다. 토속적인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 코너도 마련되었다.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구수한 사회자의 진행으로 행사를 마치면 11일 첫 해돋이 행사에 선착순 1,200명을 초청한다. 부녀회가 제공하는 신년맞이 떡국으로 몸을 녹이고 산에 오른다. 정상에는 장소가 비좁아 1,200명 만 오르고 나머지는 인근 해안에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다.  

 

 매표소에서 왕복 60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지만, 급경사로 준비운동 없이는 가기 힘든 곳인데 입장료는 65세 이상은 무료다. 이곳은 중국인들 세상이다. 오나가나 중국인이다. 계단에 오르다 보면 주위에 여러 형태의 바위들이 곳곳에 즐비하다. 중간쯤 오르면, 동서쪽으로 솟아 오른 늑대머리 모양의 바위 사이로, 바다에 떠있는 모습의 우도는 정말 아름답다. 시원한 바람이 바위와 바위 사이로 밀려들면 어느덧 흐르던 땀이 식어 추위를 느끼게 한다. 계단에 따라 위로 오르면 동경 율바위가 앞을 가로 막고 선다. 이곳은 성산 주민들이 숭상하는 바위로, 오르고 내리며 네 번 절을 하는 곳인데, 두 번은 제주를 창조하신 어여쁜 여신 설문대하르망에게, 두 번은 고려 삼별초군을 이끌고 제주해역을 지키다 전사하신 김통정 장군에게 감사의 예를 올리는 곳이다. 마지막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자 지평선을 뚫고 솟구치는 태양빛에 눈이 부셨다. 다른 곳의 일출보다 더 큰 감회가 가슴을 적셨다. 붉게 떠오른 태양빛에 바다는 불타오르고, 이슬에 젖은 분화구 모습이 함초롬하다. 내려오는 길은 좌측으로 곳곳에 포토 존이 마련되어 있어서 쉬며 성산의 이모저모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성산봉의 면적은 1,7Km2로 봉의 높이는 180m. 직경 600m의 분화구의 둘레는 1,700m. 동쪽으로 약간 기운 듯하며 둘레에 초병처럼 솟아 오른 수백의 돌기둥들이 이색적이다. 성산포 전역은 물론 멀리 한라산과 우도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분화구 안에는 각종 나무와 잡풀이 우거져 옛날에는 주민들의 땔감으로 활용되었으며 피난처가 되기도 한 곳이다.

 

  성산봉은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빼어난 경관이다. 해변에서는 물론 차를 타고 멀리서 보아도 아름다운데, 특히 북서쪽에 위치한 해녀공연장에 내려가서 보면 가파른 절벽과 낭떠러지가 더욱 아름답다. 이곳에서 쾌속선을 타고 바다를 한 바퀴 달리고 와서, 해녀들이 잡아 올린 전복과 해삼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사발 마시면 피로가 확 가신다. 넘치는 인파에 밀려 나무 계단을 올라 좌측으로 보이는 곳이 우뭇개동산이다. 해안이 움푹 들어간 바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곳 역시 4,3사건의 우수가 흐르고 있다. 건너편 우도는 마치 큰 소 한 마리가 누워있는 모습이다. 성산포를 사랑하던 이생진 시인의 시 20여 점이 돌에 새겨져 있고 “성산포는 바다가 설교하고 목사가 설교를 듣는다.”는 구절이 묘한 울림을 남겼다.

 

 성산항은 제주 동단의 해운 중심지였으나 제주항이 복항되며 항은 쇠퇴하여 지금은 인근 도서에 오가는 여객선과 원양어선 중심지다. 수년 전 정기적으로 운행되던 고흥 녹동, 성산 간 페리호가 중단 되면서 활기를 잃었다가 금년 7월부터 운행이 재개 된다는 소식이어서 주민 모두 반기고 있다. 새로 지은 3층 복합 주차장이며 신설된 방파제는 새로운 물류 중심지로 손색이 없었다. 차가운 날씨임에도 우도를 찾는 여행객들로 여객 터미널은 붐비고, 인근 오조항은 어부들이 밤새워 잡은 고기들을 경매장으로 옮기기에 여념이 없다. 수협공판장은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하고 넓은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했다. 버스승강장도 산뜻하게 단장 되었다.

 

 성산봉 남서쪽 밑, 해수면 가까이에서는 마치 터널처럼 뚫린 동굴을 볼 수 있다. 밀물 때는 진입할 수 없으나 썰물이 되면 검은 바위를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일명 갱도진지로 산 전체에 27개가 구축되여 있다. 갱도진지는 1940년대 초 패전이 다가오자 일본군이 단발마적몸부림을 치던 역사의 현장이다. 하늘에는 가미가제가, 바다에는 자살특공대가 있어서 마치 사람을 인간 병기로 이용한 일본인들의 잔인함의 산 현장 같다. 제일 깊은 곳은 30m가 넘고 안에는 용도가 다양하게 보여 지휘부로 추측되었다. 지금은 허술하게 안내문만이 객들을 맞이하고 있어 마음 한 구석이 씁쓸했다. 일본군들의 만행을 보고 느끼는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 되면 하는 바람이 컸다.

 

 일출봉 입구 종합안내소 옆에 자리한 동암東菴사는 1934년 성산마을 처사 김기옥 씨가 해난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자 부지를 희사하여 창건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태고종이었으나 현재는 조계종 제주 말사다. 40여 평의 법당과 요사체가 있고 불상 등이 앞뒤에 늘어서 참배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 주지는 현철스님으로 신도는 170여 세대의 애환을 달래 주는 기도처다. 조석으로 바다와 바람에 시신마저 떠나 버린 넋들을 위로하는 불공을 드리고 있다. 이곳 역시 참배객이 현저히 줄어 유지가 어렵다며 당국의 협조를 바라는 소리가 엄살 같지 않았다. 절 안내를 영어와 중국어, 일어로 소개하도록 개선책을 마련하여 외국인에 다가갈 수 있는 적극적인 홍보방법도 시행 중이라고 했다. 은은히 울리는 염불 소리가 주차장 멀리까지 들렸다.

 

  갱도진지와 이웃하고 있는 스킨다이버 실습장에서 추위에도 교육생들이 슈트를 입고 산소통을 메고 바다로 나가는 모습이 부러웠다. 3일간의 이론교육과 실습을 거치면 오픈워터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며 열심이었다. 의외로 젊은 여성들이 많이 눈에 띠었다.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었으나 용기를 내지 못하고 돌아섰다.

 

 해안가에는 현대식으로 지은 해녀들의 공간이 네 곳 있었다. 물질할 준비와 잡아온 해산물을 팔기도 하는 휴식 공간이다. 오랜 세월 해녀들이 바다를 벗삼아 애환을 함께하는 안식처다. 매일 장소를 옮겨가며 물질을 하는데 서식하고 있는 소라와 전복, 멍게, 해삼을 보호해 가며 채취하고 있었다. 바다는 깊지 않고 아늑하여 물질하기 좋은, 해녀들의 삶의 터전이요 요람이었다. 해녀는 전 세계적으로 제주와 울릉도, 일본 일부지역에만 있으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제로 등재 되었고, 국가 무형문화재 132호로 지정되었다.    

 

 O조 자장면은 한도다리를 건너야 했다. 썰물 밀물의 수위를 조절하는 다리다. 음식점은 성산봉이 마주 보이는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다. 조그마한 조립식 건물에서 젊은 내외가 운영하는 중국음식으로, 저렴한 가격대에 자장면과 탕수육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었다. 육지의 자장면처럼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서 좋았다. 요기를 마치고 구좌 해안 둘레길을 걸었다. 어딜 가나 맑고 푸른 해안에 여러 형태의 기암들이 늘어선 모습에 싫증을 느끼지 않고 걸었다. 해안가에 들어선 산뜻한 숙박시설들이 한산했다.

 둘레 길을 돌아 재활용센터 앞에 자리한 해녀촌에서 보말수제비로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보말은 바다고동을 뜻하며 여기에 톳을 넣어 끓인 다음에 밀가루 반죽을 떼넣어 끓인 수제비인데 맛이 다슬기 맛과 다른 별미였다. 은갈치회, 전복뚝배기, 꿩 샤브샤브, 왕 갈치구이와 매표소 밑의 문어빵과 단팥죽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해변에 나가서 성산봉 주위의 밤 풍경을 즐겼다. 칠흑의 밤바다 잔잔한 물결이 철석이고 있었다. 겨울 바다답지 않게 고요히 흐르는 성산의 밤 풍경은 글로 형언키 어려운 그리운 낭만이 잠들고 있었다. 성산 등산로가에 두 줄기 빛은 하늘의 축복이 임하는 느낌이었고, 반짝이는 불빛에 싸인 성산은 더욱 아름다웠다. 그 어느 곳의 야경보다 짜릿한 희열이 솟았다.

 

 성산은 지금 심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현격히 줄어든 관광객 탓이다. 주민들의 어두운 그림자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경쟁적으로 늘어선 숙박업소며 상가마다 찬바람이 일었다. 비단 제주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직접 현지에서 느낀 바 상인들의 한숨은 점점 더 깊어 가는 분위기였다. 더욱 제2의 공항 신설에 따른 갈등과 님비 현상으로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농산물마다 풍작으로 판매가 쉽지 않고, 어획고는 줄어 농민이나 상인, 어만 모두에게 깊은 수심이 서려 있었다.

 

 여행은 나름대로의 하나의 삶이다. 자연과 더불어 보고 배우며 심신을 수련해 가는 인생의 청량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올 연말에 다시 찾아 재회의 정을 나누고 싶다.

                                                                                        (20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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