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장모님의 사랑

2020.02.07 17:42

하광호 조회 수:5

끝없는 장모님의 사랑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하광호

 

 

 "딩동! 딩동!" 초인종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나가보니 택배가 왔다. 무주에서 장모님이 보내주신 것이. 저녁에 아내가 택배를 열어보니 장모님이 , 가리, 나물, 호박말랭이 여러 가지를 바리바리 싸서 보내주셨다. 장녀인 아내는‘힘들게 이런 것을 싸서 보냈는지 모르겠다.’며 한마디 했다. 그러면서 택배내용물을 하나하나 꺼내어 정리했다. 나는 옆에서 지켜보면서 장모님의 사랑에 눈시울이 뜨거웠다.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내용이 들렸다. ‘엄마, 힘들게 뭐하러 보냈어? 몸도 아프고 걷지도 못하면서. 우리는 먹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알았지요?’하면서 응석을 떨었다. 전화 내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가는 모르고 대화를 나누었. 오늘따라 장님과의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출발 시간이다. 모든 약속은 뒤로 미루고 아내와 함께 서둘러 집을 나섰다. 며칠 아내가 달력을 보며 나에게 이번 토요일은 일정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토요일은 친정어머니생신이라 저녁에 친정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인다고 했다.

   

 모처럼 아내와 이것저것 시장을 돌며 아름 구입했다.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오후였다. 차창 풍경은 늦가을이었. 모처럼 시원하게 펼쳐진 고속국도를 따라 달리니 마음까지 여유롭다. 좌로는 구불구불한 모래재가 희미하게 보이고, 우로는 만덕산의 줄기 따라 곰치재가 눈에 들어왔다. 진안과 장수의 경계인 오천리 방곡재를 넘어 터널을 지났다.

 

 사과나무가 곳곳에 보였다. 사과재배지로 유명한 장수지역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과를 주인에게 안겨주고 겨울철인데도 발가벗고 있어 허허롭게 보였다. 아내와 둘만의 호젓한 동행이고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니감미롭. 운전하는 아내를 물끄러미 보았다. 부부로서 30년이 훌쩍 넘었다. 항상 자상하며 살라고 하셨 장모님의 생신을 맞아 지금 뵈러 가는 길이다. 장인어른께서는 공직에 계셔서 그런지 자녀 교육만큼은 대단했다. 어려움도 극복하고 시절 자녀들을 대학까지 보냈으니 말이다. 장인어른은 평소 술을 좋아하셨다. 퇴직 뒤에도 과음을 자주 하셔서 그런지 간경화란 병명으로 고생하시다 항암치료를 마치고 좋아지셨다 했었다. 마지막으로 병원에 때는 큰사위 등에 업혀야 한다기에 등에 업어 차안에 옮겼던 일이 있었다. 3년을 넘기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유난히 대화도 많이 하며 대해주셨는데 오늘따라 더욱 생각이 난다.

 

  장모님이 2년만 지나면 희수(喜壽).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자주 찾아가곤 했다. 전에는 지팡이를 짚고 다니셨다가 언제부턴가 유모차로 바뀌었다. 처가에 때마다 마을 위쪽에 있는 경로당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뵈었다. 아내와 함께‘앞집에 사는 큰사위입니다. 하고 인사를 했다. 귤이나 때로는 사과도 드리곤 했다. 경로당에서 함께 지내니 당연히 찾아뵈곤 했다.

 

 오늘도 경로당 마당에는 유모차가 여러 있었다. 제는 지팡이 대신 유모차로 바뀌어 어르신들의 친구가 되었. 유모차에 의지하여 걸으면서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나 마음이 짠하다.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는 말이 실감났다. 유모차가 걷는 데는 유일한 친구이니 유모차가 효자라고나 할까?

 

 장모님은 논밭에서 농사일은 물론 집안일까지 독차지하며 자식들을 키우고 가르치시느라 고생하셨다. 사계절 내내 일만하셨으니 몸도 망가질 것은 뻔하다. 머리도 백발이 되었으니 뵐수록 측은하다. 돌아가신 애도를 한들 무슨 소용인가? 살아생전 자주 찾아뵙기로 했다.  

 

 바리바리 싸서 보낸 택배를 보면서 장모님사랑의 반이라도 효도를 해야 당연하지 않나 생각. 총각 처음 뵙고 인사드리며 딸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기억이 스멀스멀 살아났다.

 

 오늘따라 붉게 지는 태양의 모습에 석양노을이 한층 아름답다. 살아오면서 힘겨운 고갯마루는 산길에서만 만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우리의 삶의 나이테가 많아질수록 박자 늦추는 여유도 필요하리라 믿는다.

                                                                           (2020.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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