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양동마을

2020.02.12 18:45

신효선 조회 수:2

경주 양동마을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신효선

 

 

 

  안동 하회마을을 떠올리며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 양동마을을 찾았다. 이 마을은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와 500여 년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그 원형이 잘 보존된 조선 시대 대표적인 양반 집성촌이다. 재상이자 성리학자인 회재 이언적(李彦迪) 선생을 배출한 여강이씨(驪江李氏)와 청백리에 녹선된 우재 손중돈(孫仲暾) 선생을 배출한 월성손씨(月城孫氏) 가문이다.

  그들은 조선시대 초기부터 지금까지 대대로 살아오면서 양대 문벌을 이루어, 그들의 동족 집단마을의 전통문화를 계승해 왔다. 경주 양동마을은 조선시대 전통문화와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 마을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민속 마을이 아니라 선조의 뒤를 이어 후손들이 누대에 걸쳐 제 자리를 지키며 살고 있다.

  안동 하회마을은 남편과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다. 하회마을은 물이 마을을 완전히 감싸고 돌아나가는 연화부수형의 풍수적 길지이다. 양동마을은 주산인 설창산의 문장봉에서 네 줄기로 갈라진 산등성이가 뻗어 내리면서 갈라진 골짜기가 물()자형의 지세를 이루는 명당이다.

  고색창연한 50여 호의 기와집과 이를 에워싸고 있는 고즈넉한 110여 호의 초가로 이루어져 있다. 높은 지대에는 양반 가옥이 위치하고 낮은 지대에는 하인들의 주택이 양반 가옥을 둘러싸고 있다.

  양동마을은 1984년 마을 전체가 국가지정문화재(중요민속자료 제189)로 지정되었다. 국보 1, 보물 4점 등 국가민속 문화재 12점이 국가 지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경상북도 지정문화재 8점 등 모두 25점의 지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마을의 크기나 보존상태, 수많은 전통적인 문화재와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1993년 영국의 찰스 황태자도 이곳을 방문했었다.

  2010년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우리나라 10번째 '한국의 역사마을'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 결의안에서 “전통 건축물들의 조화와 그 배치 방법 및 전통적 주거문화가 조선시대의 사회 구조와 독특한 유교적 양반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전통이 오랜 세월 동안 온전하게 지속되고 있는 점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2013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협약 선포 40주년 기념 세계 최고의 모범 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한국의 전통문화와 정취가 완벽하게 살아 숨 쉬는 마을이다.

 

  양동마을과 하회마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큰 의미는 단지 유형문화유산의 보존과 계승뿐만이 아니다. 후손들이 대대로 마을에 살면서 지금도 관혼상제와 세시풍속 등 생활 속에서 무형문화유산의 맥을 지키며 실천하고 있는 현장이기에 매우 의미가 크다.

  마을 어귀에 접어들자 도로가에 실개천이 흐르고, 냇가에 오랜 세월 마을의 애환을 묵묵히 지켜본 늙은 당산나무가 우리를 맞았다. 작은 들판 건너 언덕배기에 기와집과 초가집이 수백 년 동안 제자리를 지키며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대나무와 소나무, 향나무 같은 상록수가 겨울의 삭막함을 잊게 했다.

  때마침 초가지붕에 이엉을 엮어 지붕을 덮는 작업이 눈에 들어왔다. 겨울철이면 초가지붕의 묵은 짚을 걷어내고 새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덮고 맨 위에 용마름으로 마무리를 한다. 남편은 사진을 찍기 위해 서둘러 쫓아갔다. 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정말 보고 싶던 장면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아저씨들이 가을걷이가 끝나면 해마다 새 볏짚을 엮어 지붕을 새 이엉으로 갈아 이었다. 초가지붕 이엉 엮기의 풍습은 지구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하얀 눈이 내리면 지붕에 소복하게 눈이 쌓이고 처마 끝에 고드름이 열리던 옛 시골집 정경이 떠올랐다.

  1970년 농촌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초가지붕을 볏짚 대신 슬레이트나 함석으로 바뀌었다. 나무 울타리를 뜯고 토담을 헐어 길을 넓히고 새로 담장을 쌓는 마을 안길 정비 사업이 이루어졌다. 이로써 우리 농촌의 전통적인 모습은 일거에 사라져 버렸다. 장구한 세월 동안 이같이 전통의 맥을 이어온 양동마을 주민들이 자랑스럽고, 풀 한 포기도 소중하고 빛나 보였다. 우리 것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하는 여행이었다.

(2020.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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