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2020.02.24 14:25

박제철 조회 수:0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박제철

 

 

 

 

 핸드폰이 울렸다. 열어보니 내 전화기에 입력이 되지 않은 번호였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받아보았다. 뜻밖에도 문우이신 김창임 선생 전화였다.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내 글을 읽어보고 소감을 나누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 한다. 받지 않았다면 김창임 선생은 서운했을 것이고 나는 누구전화일까 궁금해 했을 것이다.

 

 한성덕 목사님께 전화를 했다. 지금은 받을 수 없으니 삐 소리가 난 뒤 음성으로 말하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그리곤 곧이어 문자가 왔다. 짧은 한마디

  “누구신지요?

  “같이 공부했던 박제철입니다. 전북일보 금요수필을 읽고 전화 드렸습니다.

 바로 전화벨이 울렸다. 내 문자를 확인한 뒤 전화를 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너나 할 것 없이 핸드폰에 입력되지 않는 전화는 받지 않는 풍조가 생겼다. 핸드폰에 '지금은 회의중입니다.' 아니면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등 짧은 멘트를 전화기에 저장해놓고 확인이 되어야 전화 통화를 하는 색다른 풍속도가 이젠 낯설지 않은 세상이다. 어쩌면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한 사람이니 탓할 일도 아니다.

 

 기계문명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지만 핸드폰만큼 진화한 기계도 없다. 내가 살던 시골마을에 전화기가 들어온 것은 1970년대 쯤인 성싶다. 물론 그전에도 전화가 있는 곳이 있었다. 마을 앞 지서와 면사무소였다. 그 앞을 지나려면 경찰관 아저씨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받는 전화가 있었다. 수십 키로 먼 거리를 철사줄로 연결하다 보니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나 보다. 그 뒤 우체국이 들어오면서 시골마을에도 전화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땐 어쩌다 걸려오는 전화를 서로 먼저 받으려고 형제들끼리 다투기도 했으며 순번을 정해서 받기도 했다. 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신기했기 때문이다.

 

 그 뒤를 이어 나온 것이 목침덩이만한 무선전화와 카폰이었다. 돌아다니면서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과 통화하기위해서 발전한 것이 무선전화였지만 당시에는 부()의 상징이었다. 그즈음에 밖에 나가 활동하는 사람들과 통화를 하기위해 삐삐라는 것도 있었다. 사무실에서 상대방을 호출하면 삐삐라는 기계에 호출한 사람의 전화번호가 찍힌다. 그러면 인근 공중전화에 가서 호출한 번호로 전화를 걸어 통화를 했다.

 

 휴대하기에 불편했던 무선전화기는 과학자들에 의하여 줄이고 줄여져 지금의 핸드폰으로 발전했다. 소형 핸드폰의 내용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전화기내에 초능력 인공지능을 탑재하여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전화기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차세대 핸드폰은 외출 중에도 집에 있는 모든 것을 조종할 수 있다니 지금보다 더 편리할 성싶다. 이렇게 편리한 핸드폰 사용을 누가 주저하게 만들었을까?

 

 핸드폰이나 컴퓨터의 사용이 급속도로 늘어나다 보니 이에 따른 범죄가 많이 발생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하여 처벌법도 만들고 전화금융전문사기단인 사이버범죄를 수사하기위한 전문수사팀이 발족되기도 했다. 보이스피싱에 대처하기위하여 범정부적으로 홍보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보이스피싱으로 사기당한 것만도 지난 2019년 한 해에만 4040여 억 원으로 하루 11억 원 꼴이며, 하루 93건의 범죄가 발생되고 매년 40%가 증가된다고 한다. 그 방법도 교묘하여 문자로 시작되던 것이 지금은 가족 신상까지 훤히 알고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하기도 하며, 최근에는 시대에 맞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까지 활용한다니 속지 않을 수 없다.

 

 사람 편리하려고 만든 문명의 이기 때문에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도 많다. 이쯤되고 보니 그 누군들 전화를 덥석 받을 수 있을까? 종이전화를 만들어 자연공부를 하고, 처음 전화기를 대할 때 신기하여 전화가 걸려오면 서로 먼저 받으려 했던 때가 지금으로부터 그리 오래된 세월이 아니지 않다. 이젠 친구들에게 전화할 때도 전화통화가능여부를 먼저 문자로 보낸 뒤 통화해야 하고, 아내에게도 잘 모르는 전화 오면 받지 말라고 당부하는 세상이다. 물질문명이 발달되면 정신문명도 발달되어야 하고 좋은 방면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방어적 자연현상이 아닐까 싶다. 내가 경계하고 속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일 뿐 별 뾰족한 수도 없다. 전화해서 받지 않는다고 서운하게 생각할 일도 아니고, 먼저 문자를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며 지혜이려니 싶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 하지 않았던가?

                                                        (2020.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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