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화로

2020.03.22 19:08

최상섭 조회 수:2

청동화로

시인·수필가 문곡 최 상 섭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1e080003.t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00pixel, 세로 450pixel

 

  그 누가 황혼의 노을이 이름답다 했는가? 내가 지금 그 노을 앞에 서 있는데. 저녁노을은 곧 사라지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독촉하는 말이 아닌가? 그런데 아름답다는 표현은 이지적이고 문학적 수사가 아닌가? 휘날레를 장식하려는 저 노을 앞에 멍하니 서서 내가 걸어온 마차 바퀴 같은 인생을 반추한들 달아나는 철길의 인연이 아니고 그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까지 최고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열정의 인생길이 새삼스럽게 허무해진다. 그렇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자신 있게 그렇게 인생을 경영했다고 말할 수 있으며 내가 쌓아온 작은 탑이라고 파노라마 같은 내 인생을 내보이고 싶다. 그러나 그것들이 무슨 소용이랴? 황혼녘에 도달했는데….

 

 어느 누가 “노년을 완벽한 성숙, 잘 익은 과일이다.”라 표현했는가? 이 의문 앞에서 나는 답을 찾아 나섰다. 지금도 나는 할 일이 구만리같이 남아 있지 않은가? 누구에게나 본을 보이고 새로운 이정표를 향해 나의 청춘(?)을 다해 헌신하고 봉사하며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불을 태워야 하지 않은가? 시와 수필을 쓰는 걸 마지막 업보라고 생각하며 진력하는 내가 과연 영혼이 깃든 글다운 글을 몇 편이나 썼느냐고 되묻고 싶다.

 

 나 스스로 닦고, 조이고, 기름을 쳐 슬기롭게 달려나갈 기회를 잡지 않으면 안 된다. 결코 미숙하지 않은 여유로운 생각과 어떤 난관에 부딪쳐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나 혼자서 즐길 순수한 저 고독은 밤을 이기는 친숙한 동반자가 아닌가?

 

   답은 간단하다. 몸과 마음을 청동화로의 은근한 불기처럼 열정으로 태우며 저 저녁노을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경주할 때가 지금이다.'란 생각에 시작의 종소리를 울리자. 우리 황혼의 삶도 마땅히 아름다운 휘날레가 중요하지 않은가? 생의 새로운 삶을 향해 새롭게 도전하는 팡파루를 힘차게 울리자.

 

 어디서나 앞에 나서지 말고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다투지 말고, 친구에게 먼저 전화해서 차 한 잔 나누자는 여유와 가족들과 화목한 생활이 노년의 첫 번째 덕목임도 잊지 말자. 아직은 꿈과 열정이 여름날 푸르른 소나무처럼 깨어있고, 온화한 지성과 항상 귀감이 되는 예의로 주위를 압도하자. 그것만이 젊은 타인들로부터 질시와 냉대를 외면하고 존경받는 노년의 삶 곧 청동화로임을 명심하고 실천하도록 하자.

                                                                (2020.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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