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당신 편

2020.03.25 14:37

두루미 조회 수:6

언제나 당신 편
0326_1.jpg


예순이 넘은 내 아내는
요즘 자꾸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가족 모임은 물론이고 친구들 부부동반 모임에 가서도
다른 사람들이랑 말은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곤 합니다.

며느리와 사위의 표정이 이상해지고,
친구들도 뭔가 잘못 먹은 얼굴로 바라보지만,
그럴 때마다 난 미안해하며 물건을
그들 곁으로 도로 놔줍니다.

나는 연신 미안하다는 말로써 이야기하지만
가끔은 남들이 안 보는 곳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립니다.

아내는 원래 늘 남을 배려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길을 가거나, 문을 열 때도 뒷사람을 위해 양보하고
웃음도 많고, 정도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초기 치매 진단을 받은 이후로는
늘 산만하고, 때로는 내 것 네 것을 못 가리고
만지는 증세가 생겼습니다.

병 때문에 그런 건데도
저희 부부를 모르는 사람들은 사실 확인도
안 하고 화부터 내기 시작합니다.

그런 아내의 행동에 나는 눈물이 나옵니다.
아내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나는 아내를 꼭 껴안고 말했습니다.
"어떤 욕을 들어도 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
난 끝까지 당신 편이니까!"


0326_3.jpg


네가 없이 웃을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눈물이나
힘든 시간 날 지켜준 사람
이제는 내가 그댈 지킬 테니

(중략)

한 송이의 꽃이 피고 지는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해

-폴킴, 모든 날, 모든 순간-

내 남편, 내 아내...
가장 가까이 있어서
우리는 이 사람이 얼마나 눈부신 사람인지
모르곤 합니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을 함께 해온
내 남편, 내 아내에게 끝까지
힘이 되어 주세요.


# 오늘의 명언
행복한 결혼은 약속한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지루하지 않는 기나긴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 앙드레 모루아 –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67 창 그리고 방패 최정순 2020.03.27 16
1366 판사의 명판결 두루미 2020.03.27 3
1365 승강기 앞의 허탈감 한성덕 2020.03.27 56
1364 잣죽과 수세미 김성은 2020.03.26 5
1363 잔전거와 붕어빵 김미선 2020.03.26 17
1362 오뚝이 인생 두루미 2020.03.26 57
1361 삼라만상을 두루 적시는 남고모종 김정길 2020.03.26 2
1360 자식에게 전해주고 싶은 7가지 이야기 두루미 2020.03.26 48
1359 지구촌의 아름답고 신선한 호수들 두루미 2020.03.25 36
1358 오복의 으뜸, 이빨 이우철 2020.03.25 34
1357 그땐 그랬었지 박제철 2020.03.25 20
» 언제나 당신 편 두루미 2020.03.25 6
1355 고도원의 아침편지 [1] 고도원 2020.03.25 22
1354 얼굴없는 괴물, 코로나19 김금례 2020.03.24 37
1353 꽃베고니아 백승훈 2020.03.24 11
1352 부장님의 마스크 두루미 2020.03.23 56
1351 때늦은 후회 최정순 2020.03.23 22
1350 마스크를 사면서 한일신 2020.03.22 51
1349 바람의 가위질 한성덕 2020.03.22 36
1348 '코로라19'도 지나가리라 이우철 2020.03.22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