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었지

2020.03.26 00:25

박제철 조회 수:3

그땐 그랬었지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박제철

 

 

 

 며칠 남지 않은 2020415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다. 죽고 사는 문제의 코로나와 전쟁을 선포하면서 싸우느라 선거는 뒷전이다. 시끄러운 판 속은 도둑놈이나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국회의원 할 사람들도 좋아하는가 보다. 옛말에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다. 그 사람들은 중이 아니라서 그런지 자기네들 머리를 스스로 잘도 깎는다. 각자의 이익을 챙기느라 일반국민은 잘 알지도 못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법을 바꾸느라 패스트트랙이니 4+1이니 하며 1년 내내 싸움만하더니, 이제는 이해타산에 따라 서로 머리도 깎아 주고 비례 정당 만드노라 박 터지게 싸우기도 했다.

 

 내가 처음 선거운동을 한 것은 1956515일에 실시한 우리나라 3대 대통령과 부통령을 뽑는 선거였다. 내 나이 11살 때니 초등학교 4학년쯤이 아니었을까 싶다. 저녁 먹고 부지런히 숙제하고 밤10시면 선거운동을 하러 나갔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은 모두 마을 뒤 공터에 모였다. 6학년 형이 소리가 잘나는 각목 두 개로 앞서가면서 딱 딱 딱 하고 세 번을 쳤다. 그러면 뒤따르는 우리들은 ‘대통령은 이승만 부통령은 이기붕’ 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마을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투표일은 축제일이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투표소가 많지만 그땐 면단위에 한두 군데가 있었으며 대개 학교에다 설치했다. 학교운동장엔 아침 일찍부터 천막을 치고 막걸리집이 차려졌다. 물론 돈을 받고 팔지만 선거 운동원들의 손에 이끌려 들어가서 먹는 공짜 술이 더 많았다. 먼 거리에 있는 마을은 소달구지나 트럭을 이용하여 유권자를 싫어 나르기도 하며, 집집마다 검정 고무신을 돌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농촌은 투표방법도 특이했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 너댓 명과 글을 아는 한 사람이 한 조를 이루었다. 이들 한 조가 같이 기표소에 들어가서 조장이 같이 들어간 사람들 투표용지에 기표까지 해주는 친절함도 있었다.

 

 부정선거의 절정은 1960315일에 있던 제4대 대통령과 부통령선거였다. 선거운동은 못했지만 직접 관여했던 직장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투표구에서는 100% 이상의 투표용지가 나오기도 했단다. 유효투표를 75%로 맞추라는 상부지시를 받고 투표용지를 없애야 했단다. 당시엔 변변한 소각로도 없어 소각하는데도 힘들었다고 한다. 굴뚝을 드럼통으로 연결하여 만든 고물상에서 투표용지를 태우다가 달아오른 드럼통 굴뚝이 넘어져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한 비탕 웃기도 했었다. 그와 같은 부정선거는 4.19 의거(義擧)를 불러들였으며 결국은 5.16 이라는 혁명(革命)으로 제 5공화국을 탄생케 했다.

 

 196753일에 있었던 6대 대통령 선거는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선거였다. 같은 해 414일 논산훈련소에 입소를 했다. 훈련소에서 대통령선거 투표를 하게 되었다. 첫 행운은 훈련소 생활 중 매를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투표 날이면 고기가 듬뿍 들어있는 소고기국과 박정희 후보의 기호를 표시하는 6개가 들어있는 과자봉지를 받았으며, 셋째로 미군부대인 카투사로 배치를 받는 행운을 얻었다. 카투사는 투표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배치를 미루다 우리가 배치될 때 쯤 그전에 배치하지 못했던 인원까지 배치하다보니 덤으로 가게된 것이다.

 

 1971427일에 치러진 제7대 대통령선거는 초임순경으로 어느 섬마을 지서에서 근무할 때였다. 주민동향보고를 내기도 하고 소위 동그라미, 삼각형, 가위표로 유권자 성향을 분석도하고 순화도 해야 했다. 순화가 힘든 사람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적당한 장소에 여행을 보내거나 특별 순화를 시키기도 했다. 박정희 후보가 60여 만 표 차이로 이겨서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그 당시의 여론은 김대중 후보가 투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졌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기도 했다. 훗날 관계자들은 100만 표 이상으로 김대중 후보가 이겼을 거라고 회고했었다. 내가 근무했던 섬에서도 투표 전에 분석할 때는 박정희 후보가 95%였는데 개표하고 보니 김대중 후보가 95%였다. 할 수없이 입회인만 박정희 후보를 찍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국민들은 투표하는 순간만 주인이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다시 노예로 전락한다는 루소의 말이 있는가하면,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한다는 플라톤의 말도 있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정치인이 국민을 보는 생각은 다 같은가 보다. 코로나 19의 극복을 위해서 국내외로 시끄러운 판 속에 정치를 하는 것을 간간히 보면 루소나 플라톤의 말이 그냥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공자님은 15세에 지학(志學)이라 하여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세에 이립()이라 하여 뜻이 확고히 하셨으며, 40세에 불혹(不惑)이라 하여 불의에 현혹되지 않으며, 50세에 지천명(知天命)이라 하여 하늘의 명을 알게 되었으며, 60세에 이순(耳順)이라 하여 귀로 듣는 것이 거슬림이 없게 되고, 70세에 종심(從心)이라 하여 하고 싶은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하신 말씀은 우리 모두 이 시대에 새겨들어야 할 말이아닐까 싶다.

 

 제헌국회가 1948531일에 구성되었으니 올해로 72살이다. 불혹도 지천명도 이순도 지내고 이젠 국회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는 즉, 국민의 뜻에 거스르지 않는 종심(從心)국회가 되어야 할 때다.

 

 11살짜리 초등생들을 동원하여 선거운동도 했고, 정부가 행정조직을 동원하여 선거운동도 공공연히 했다. 고무신, 막걸리 선거도 해보았고, 동그라미 삼각형 가위표로 분리하는 선거도 해보았다. 예전엔 그랬었지만 이젠 투표가 끝난 뒤 노예로 전락해서도 안 되고,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를 당해서도 안된다.

 

 국회의원을 선량(選良)이라 한다. 선량이란 국회의원 선거에서 뛰어난 인물을 뽑는 것을 말한다. 뛰어난 인물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사사롭거나 자기욕심만을 채우려는 사람이 아닌,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힘쓰고 노력하는 공익심(共益心)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라는 강적과의 전쟁이 이번 선거를 관심 없는 선거로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전쟁 속에서도 봄이 오듯 이번 봄날선거는 국민에게 희망과 기쁨을 안겨줄 수 있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다.

                                                  (2020.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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