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눈

2020.05.15 14:19

전용창 조회 수:4

영의 눈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몇 년 전에 TV ‘마이웨이’ 프로그램에 시각장애인 ‘이용복 가수’가 나왔다. 그는 만리포해수욕장 인근에 펜션을 지어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이면서도 행복해 보이는 그의 낙천적이고 천진난만한 모습은 오랫동안 내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모습이었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 /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 /

 

그가 부른 <어린 시절> 노래 가사처럼 나이가 들어도 어쩌면 그토록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을까?  어느 날 그에게 오랜 친구 가수가 찾아왔다. 친구를 만나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얼굴이 많이 좋아졌네?” 친구는 “그렇게 좋게 봐주니 고맙네!”라며 답했다. 시각 장애인인 그가 어떻게 친구의 얼굴 모습을 보았을까? 그는 영의 눈으로 친구의 환한 얼굴 모습을 본 것이다. 그에게는 쌍둥이 아들이 있는데 어느 날 큰아들 ‘주원’이가 부모님께 문안 인사차 왔다. 엄마는 아들에게 “이제 아빠도 내일모레면 칠순이니 서울에 가지 말고 이곳에서 함께 살자!”고 설득했다. 아들은 “네 잘 알았어요.” 대답했다. 아들은 엄마에게 순종하며 좋은 직장도 버리고 그 길로 주저앉았다. 아내는 말했다. “박사가 되는 것보다 위아래 알아보고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하지요.” 아버지는 아들에게 낚시하러 가자고 했다. 둘은 방파제로 낚시를 나갔다. 아빠가 먼저 물고기를 낚았다. 낚싯대를 통하여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각으로 찌를 본 것이다. 보이지도 않는 바다가 다 내 것이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용복 가수’, 아침부터 남편의 전담 미용사에서 청소부, 식사 등 모든 일에 수족이 되어도 한마디 불평도 없는 아내 ‘김연희’ 그리고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는 ‘주원’이, 모두가 영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사람을 만날 때면 “무슨 말을 먼저 해야 상대방에게 위로가 될까?” 를 생각한다. 그리고는 그도 나처럼 이런 생각을 하고 나오기를 바란다. 내가 칭찬을 하면 그도 나에게 칭찬을 해주니 분위기는 금시 따사로운 봄날이 된다. 내가 전화를 받지 못했을 때, “왜 전화를 받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통화가 안 되던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라며 나의 마음을 애써 헤아리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좋다. 나는 집에 있을 때나 일을 할 때는 전화기를 휴대하지 않고 한쪽에 둔다. 그리고는 이따끔 한 번씩 열어본다. 온 전화는 상황 설명을 곁들여 답신을 보낸다. 지인이 카톡에 좋은 동영상을 보내준다. 그러나 그 영상은 내가 이미 본 것임에도 처음 본 것처럼 좋은 음악과 글을 보내주어 고맙다고 한다. 그러면 그는 자주 좋은 영상을 보내준다. 이 또한 내가 영의 눈으로 세상을 본 것이 아닐까?

 

 나는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 지혜가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할 말, 안 할 말을 구분하고 머물러야 할지, 떠나야 할지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 지식은 배움과 실천을 통하여 터득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혜는 배우지 않고도 수행을 통하여 깨닫는다고 한다. 언젠가 ‘EBS’ 방송에서 히브리어 학자는 말했다. 지혜를 히브리어로  ‘호크마’라고 하는데 이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뜻이 라고 했다. 자기를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게 지혜라고 했다.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데는 지식보다 지혜가 더 소중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얄팍한 지식만을 의존한 채 모든 것을 육신의 눈으로만 판단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이용복 가수’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모습을 영의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에게는 지식보다 지혜가 있었다. ‘지혜를 얻는 것이 은을 얻는 것보다 낫고 그 이익이 정금보다 나음이니라’고 한 솔로몬의 잠언을 그는 일찍부터 영의 눈으로 깨달은 것 같다.

 

 

 

                                                                 (2020.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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