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편지를 쓰자

2020.05.16 18:48

최상섭 조회 수:9

5월에는 편지를 쓰자

 신아문에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최 상 섭

 

 

 

 세상이 저렇게 푸르니 파란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자. 남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호수에 잔물결을 일으키고, 초록 보리밭에서 종달새는 높이 떠서 또 무어라 5월을 찬양하니 그리움을 담은 편지 한 장을 쓰자. 내 마음이 이렇게 푸르고 자운영 논두렁길을 달려 삐비 뽑던 그 언덕의 추억이 엊그제처럼 떠오르는데 어찌 그 친구인들 좀이 쑤시지 않겠는가?

 

  라일락향기는 콧등에 찐하게 한나절을 슬피 울다 떠나간 뻐꾸기 사연일랑 접어두고라도 무논의 뜸북새 노랫소리는 고향의 옛 기억이 물씬한데 아카시아 꽃잎을 따서 입에 물던 그 사연을 넣어서 오늘은 꼭 편지를 쓰자. 받아서 좋고 옛 기억이 풍성한 한 장의 편지는 각박한 세상에 청량제처럼 상큼한 오늘의 기쁨이 될 것이다. 그간 바쁘다고 미루어둔 사연을 담아 차근차근 삶의 고뇌며 오늘의 일상도 좋은 인연으로 만들어 보자.

 

 엊그제까지 삭막하던 들판이 어느새 초록의 물결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백로 한 마리 엉금엉금 먹이를 찾는 모습이 한가롭지 않은가? 온통 푸르른 산야가 육날 미투리에 밟혀도 울지를 모르던 제비꽃이 새침데기처럼 요염한 자태가 귀엽고 노란 웃음을 자지러지게 웃고 있는 민들레며 애기똥풀의 한들거리는 길가에는 개구리 왕눈이가 두리번거린다. 세월은 이렇게 그네를 타고 한들거리듯 호시절의 오포를 불고 있는데 그 친구는 시방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불두화라 일컫는 수국이 정원을 압도하고 계절의 여왕 장미는 제철을 만난 듯 아름다운 자태가 단연 으뜸이다. 우거진 아카시아 숲에서 노란 꾀꼬리가 자태를 감추고 꾀꼬르 꾀꼬르 노랫소리 정겨운 5월의 하늘이 푸르기만 하다. 누가 꾀꼬리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고 했는가? 지금쯤 거미줄을 물어다 집을 짓기에 여념이 없는 게 꾀꼬리고 제 둥지에 알을 낳고 부화된 새끼에게 송충이 등 벌레를 물어다 먹이는 게 꾀꼬리이다. 그 꾀꼬리의 노랫소리도 반갑지 아니한가?

 

 이렇게 산과 들이며 우리 마음도 푸른데 그 푸른 마음을 담아 한 장의 편지를 쓰자. 푸르른 마음으로 받을 친구를 그려봄도 반가움 그 자체가 아닌가? 세상을 산다는 게 별것인가? 모두를 내려놓고 내가 먼저 베풀고 내가 조금 양보하면 다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게 우리의 삶이라는 굴레가 아닌가? 오늘 그리움 가득 담고 보고 싶다고, 만나고 싶다고 그렇게 소박한 편지를 쓰자. 5월의 푸른 하늘을 담은 사연이 물씬한….  

 

 

 

  친척이거나, 친지이거나, 친구이거나 내 그리운 사람에게 한 장의 편지를 쓰는 것은 내 정성이요, 삶의 보람이다. 5월의 신록을 담아 그리움의 향기 물씬한 편지 한 장은 정녕 반갑고 기쁨과 생활의 활력소가 분명할지니, 잊어버리고 살았던 그대에게 편지를 씀으로써 나는 오늘도 행복했노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랑하는 그대여, 이 편지의 사연을 보람과 기쁨으로 여기기 바라고 내가 몹시 그대를 그리워한다는 오늘의 설렘을 꼭 기억하여 주기를 간절히 바라네.

이러한  내용이 담긴 편지라면 더 좋지 않겠는가?      

                                                       (2020.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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