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물들의 새끼사랑

2020.06.20 13:23

박제철 조회 수:10

미물(微物)들의 새끼사랑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박제철

 

 

 

  머리가 나쁜 사람을 비유적으로 새 대가리라고 한다. 이 말대로라면 미물(微物)인 새는 머리가 나쁘다. 하지만 새도 6살 정도 아이의 지능이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미물인 새로서 살아가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생각을 하거나 기억을 하는 것은 비록 6살 먹은 아이의 지능일지 몰라도 그들의 새끼사랑만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정도다.

 

 지금은 병아리를 부화장에서 깨어 양계장에서 길러내기에 어미닭의 새끼사랑을 볼 수 없다. 대량으로 사육되는 양계장 닭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달걀을 공급하기 위하여 일 년 내내 알만 낳는다. 닭은 원래 종족번식을 위하여 열 개 정도만 낳으면 더 이상 낳지 않고 알을 품어 새끼를 깐다. 그럼에도 일 년 내내 계속 낳는 이유는, 사람이 알을 가져가 버리기 때문에 병아리 까기에 필요한 만큼 채우려고 계속 낳는다. 닭의 습성을 이용한 인간의 욕심이 자연의 섭리를 방해하여 식탁에서 흔하게 만나는 것이 달걀이다.

 

 어릴 때 우리 집에서는 닭을 십여 마리 키웠다. 시골집이 다그러하듯 집주변은 텃밭이 있고 마을은 너른 골목길 등이 있어 닭을 가두지 않고 내놓고 키웠다. 아침 일찍 닭장 문을 열어놓고 닭을 향해 보리나 수수로 모이를 주었다. 하루 내내 텃밭이나 때론 마을 앞 논에까지 원정을 나가 다른 집 친구들과 같이 먹이활동을 하기도 한다. 먹이활동을 하다가도 땅거미가 질 때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와 스스로 닭장으로 들어가 홰에 올랐다. 병아리 때부터 어미가 데리고 다녀서 그런지 한 마리도 집을 잃어버린 녀석 없이 돌아오곤 했다.

 

 암탉은 하루에 한 개씩 알을 낳았다.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짚으로 둥지를 만들어 처마 밑에 놓아두면 그 속에 교대로 들어가 알을 낳는다. 저녁 때가되면 둥지에서 알을 꺼내다 할머니에게 드렸다. 할머니는 달걀을 모아두었다가 달걀장수 아저씨가 집을 방문할 때면 그걸 팔아 우리에게 용돈도주시며 특별한 날엔 달걀로 음식도 만들어 주셨다.

 

 그땐 닭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있었다. 지금처럼 계속 달걀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때가 되면 닭이 알을 품도록 둥지를 따로 만들어 그곳에 달걀을 10여 개 넣어둔다. 그러면 어미닭이 알을 품기 시작하여 20여 일이 지나면 예쁜 병아리를 데리고 나왔다. 순하던 닭도 그때부턴 어미로서 새끼 보호본능이 살아난다.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싸움도 물러서지 않았다. 예쁜 병아리를 만져보고 싶어 병아리에 손을 대기라도 하면 쫓아와서 손등을 찍기도 했다.

 

 어미닭의 새끼사랑은 맹금류인 솔개나 매도 이긴다. 맹금류인 솔개나 매가 공중을 선회하다 병아리를 낚아채가기 위해서 공격을 하는 때도 있다. 이럴 때 어미닭은 병아리를 데리고 울타리 밑으로 숨거나 병아리를 어미 날개 밑에 숨긴다. 솔개나 매가 쏜살같이 내려오면 혼신의 힘을 다해 맹금류를 향해 뛰어오르며 대항했다. 맹금류는 느닷없는 공격에 방향을 잃고 허둥대다가 도망갔다. 사랑하는 새끼 보호본능이 없다면 과연 맹금류에게 그렇게 대항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 대항은 죽음을 각오한 대항일지도 모른다.

 

  오리는 닭을 이용해서 새끼를 부화시킨다. 오리가 알을 낳으면 그 알을 모아두었다가 닭이 알을 품기 시작하면 달걀 대신 오리알을 넣어주었다. 닭은 오리 알인지 달걀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오리새끼가 태어나도 병아리로 알고 키운다. 오리는 물속에서 살아야하고 닭은 땅위에서 살아야한다. 오리새끼는 본능적으로 개울가를 찾기 마련이다. 개울가에 이르면 오리새끼는 제 세상을 만난 듯 물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헤엄을 즐긴다. 어미닭은 당황하면서도 오리새끼가 헤엄치는 개울가를 따라다니며 물에 빠져 죽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길러낸다.

 

  뻐꾸기는 자기둥지를 틀어 새끼를 부화하지 않고 남의 둥지에 자기 알을 밀어 넣는 방법으로 종족을 번식시킨다. 멧새, 종달새, 노랑머리새 등 아주 작은 새의 둥지에 자기 알을 하나 밀어 넣고 집주인의 새알 하나를 밀어내 숫자를 맞춘다. 뻐꾸기 알은 자기 알보다 훨씬 크지만 크고 작음은 모르고 숫자만 확인한다.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원래 주인의 새끼를 전부 둥지 밖으로 밀어내 버리고 혼자서 둥지를 차지하고 어미가 물어다주는 먹이도 혼자 다 차지한다. 어미의 정성스런 보살핌으로 어미보다 덩치가 5배나 클 때까지도 어미는 먹이를 물어 나른다. 내 새끼인지 남의 새끼인지도 몰라보는 미물들이지만 새끼사랑은 대단하다.

 

 요즈음 젊은 부모들의 자식 사랑은 미물인 닭이나 새에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보호가 지나쳐 이기심만을 키운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근래 새대가리만도 못한 몇몇 부모의 자녀학대가 언론을 장식하며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핑계 없는 무덤 없듯 어린 자녀를 학대해놓고도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오리나 뻐꾸기는 태어나는 방법도 다르고 어미도 다르지만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것은 지극 정성이다.

 

 제 새끼인지 남의 새끼인지 분간도 못하는 새는 속담처럼 머리도 나쁘고 어리석다. 그 어리석음은 배울 게 없다. 하지만 새끼를 품어서 깨고 보호하며 키우는 새끼사랑의 본능만큼은 새대가리만도 못한 사람들이라도 보고 배워야한다. 그래서 마음쓰린 아동학대라는 말이 다시는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2020.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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